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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제] 중국인에게 하고픈 말 6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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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4-28 08:32 조회23,2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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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몇 문제를 풀어보자. 전 세계 경작지의 7%, 전 세계 물의 8%밖에 없으면서 전 세계 인구의 19.8%를 먹여 살리는 데 성공한 나라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고문방지협약, 여성차별철폐협약, 인종차별철폐협약, 어린이보호협약을 비준한 나라는? 아시아권에 13개밖에 없는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인 나라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서명만 한 아시아 나라는? 사형집행 건수가 전 세계 다른 모든 나라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나라는? 1억명이 넘는 55개 소수민족 집단들과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하면서도 내부 식민통치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는 나라는? 이것에 대한 답은 두말할 것도 없이 ‘중국’이다. 인권에 관한 한 경이로우면서도 모순적인 나라다.

 

모레 일요일이면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한국에 도착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성화 봉송에 대한 논란이 이미 시작되었다. 역시 티베트 문제는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아킬레스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결과와 관계없이 중국의 이미지는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왜 좀더 대범하게 티베트 주민들의 인권과 일정한 자치권을 보장하는 수준에서 타협을 못하는지 의아해한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을 인권 탄압국으로만 묘사하는 것도 공정한 평가는 아니다. 중국은 지난 20년간 인권 개선에서 꾸준한 진전을 보였다. 내부적으로 인권에 대한 연구도 많이 축적하였다.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적어도 정부 차원에서는 이제 국제 인권기준에 대해 유연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인권의 ‘인’자만 나와도 철학적·문화적 논거를 들어 펄펄 뛰던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졌다. 서구 열강에 의해 철저히 우롱당한 역사적 원한이 아직도 생생한 나라로서 그만하면 상당히 의식적인 노력을 해왔다는 점을 인권운동가들도 인정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번 일로 다시 폭발한 민족주의 정서와 반서구 감정이 중국의 자생적인 인권 진화과정에 큰 타격을 입혔음이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은 중국 인권논의의 내재적 발전에서 비극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제임스 밀워드라는 학자가 최근 중국에 대해 일종의 우호적인 비판 겸 충고를 발표하였다. 서구사회에 비치는 이미지에 좀더 신경을 쓰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구체적으로 여섯 가지 목록을 제시했다. ①중국 정부의 국내용 발언도 이제 금세 전 세계로 전파된다. 발언의 강도와 표현을 조심하라. ②대외적으로 성명을 발표할 때 영어번역에 특히 주의를 기울이라. 예컨대 어떤 행동을 ‘분쇄’하겠다고 하지 말고 ‘예방’하겠다고 표현하라. ③영토문제에서 수천년 전의 모호하고 케케묵은 역사적 근거를 내세우는 우를 범하지 말라. ④역사적 논거를 동원하려면 좀더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사례를 들라. ⑤무조건 중국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 말고, 다른 모든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모순점과 난제가 존재한다고 솔직히 시인하라. ⑥외부 언론인과 관찰자를 막으려 들지 말라. 차라리 투명한 홍보정책이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다. 독자 여러분은 밀워드 교수의 충고를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바로 어제 나는 나이키 신발에 캘빈 클라인 재킷을 걸친 중국 대학생이 한국 대학생과 대화하는 것을 우연히 엿듣게 되었다. 이야기가 티베트로 번지자 이 중국 학생이 얼굴을 붉히면서 악랄한 흑색선전이라고 열을 올리는 것이었다. 한국 학생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나는 그 중국 학생의 외양만큼이나 사고방식도 좀더 개방적이고 전향적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효제/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한겨레. 2008.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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