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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불안정 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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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5-02 09:11 조회22,1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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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노동절(메이데이)을 맞아 세계 전역에서 노동자들의 다양한 행진이 있었다. 이 행진 대열에 2000년대 들어 새로운 계층이 주역의 하나로 등장했다. 이름하여 불안정 계층(프레카리아트). 프레카리아트란 불안정성을 뜻하는 프레카리티와 프롤레타리아트를 합해서 만든 조어다. 시장중심주의 세계화 속에서 직업이나 생활면에서 불안정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편의점이나 레스토랑의 시간제 노동자나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직업을 찾지 못한 채 비정규 지식 노동자로 일하는 사람들이 전형적인 예다.

 

그러나 단순히 그들의 삶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만으로 프레카리아트라 부르지는 않는다. 이 말에는 새로운 변혁의 주체로서 구상되고 있다는 뜻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7년 전인 2001년 5월1일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의 카탈루냐 등지에서 온 5천여 미디어 운동가, 환경운동가, 빈집점거 운동가, 이민자 단체, 노동자 단체 등이 밀라노 시내를 행진했다. 젊은 임시 고용직, 시간제 고용직, 계약사원, 프리랜서, 지식산업 노동자들이 조직적으로 참여한 이날 행사에서 이들은 자신들과 같은 ‘불안정 계층’의 연대 필요성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이들의 행진은 해마다 되풀이됐고, 드디어 2003년, 이들은 자신들을 프레카리아트로 규정했다. 조합 결성권은 물론 유급휴가 등 기본적인 사회권에서 배제된 이들이 자신들의 삶의 조건이 우연의 산물도 일시적인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정치적 자기표현을 시작한 것이다.

 

이런 연대 노력은 2004년에는 ‘불안정 계층의 미들에섹스 선언’으로 이어졌다. 다양한 배제와 싸우는 불안정 노동자들이 전지구화한 자본이 강제하는 불안정과 불평등에 맞서 열린 민주주의의 공간을 지켜나가는 싸움의 주체가 되기로 선언하고 단결과 투쟁의 방침을 밝힌 것이다. “만국의 프레카리아트여 단결하자!”는 그들의 외침이 남의 일로 들리지 않는 까닭은 이 땅에도 불안정 계층이 수없이 양산되고 그들의 피울음이 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권태선 논설위원

(한겨레. 20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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