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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입시 이후의 영어교육, 어떤 영어를 가르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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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08-03-18 17:18 조회30,2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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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영미문학연구회 제25회 봄 정기학술대회
<영어공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중에서

 

 

입시 이후의 영어교육, 어떤 영어를 가르칠 것인가?    

김명환1) (서울대)

 

정규 학술대회가 아니라 긴급토론회의 성격이 큰 오늘의 영미연 행사에서 내게 주어진 주제는 ‘입시 이후의 영어교육, 어떤 영어를 가르칠 것인가?’이다. 우리나라에서 영어교육의 문제는 단지 외국어 학습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체제 전반의 설계와 연관된 정치적 쟁점이 되어 있고, 입시 이후의 영어교육, 즉 대학과 대학 이후의 영어교육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이 발제에서는 이처럼 근본적인 문제를 앞세우기보다는 주어진 여건에서 우리가 대학 영어교육의 발전과 내실화를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따져봄으로써 자연스럽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로 넘어가는 수순을 택한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직인수위가 내세운 영어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과 비전을 따져보려고 한다. 더불어 입시 이후의 영어교육을 논하기 위해서는 입시 이전의 초중고교 영어교육에 대해서도 나름의 입장이 있어야 마땅할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본 발제문 뒤의 보론을 통해 간략히 논하고자 한다. 


1. 대학 영어교육의 변화상 

최근 10여년에 걸쳐 대학 영어교육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토플(TOEFL) 고득점과 유창한 영어 말솜씨로 상징되는 영어능력이 대학 재학생들을 뛰어난 소수와 뒤처진 다수로 양극화시키고 있다. 외국생활 경험이나 집중적인 사교육으로 다져진 뛰어난 영어능력이 없는 대학생들은 누구나 영어 압박을 느낀다. 그래서 세칭 일류대학생들도 정원이 몇 명 되지 않는 교환학생 자격을 따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미국 유명대학이 한국학생을 겨냥해 개설한 여름학기 강좌를 7,800만원의 비용을 들여가며 수강한다. 휴학을 하고 떠나는 해외어학연수는 낯익은 풍경이 된지 오래이며, 많은 학생들이 정규교과과정이 충족시킬 수 없는 영어훈련을 사설학원이나 대학 부설의 언어교육원에서 받고 있다. 또 몇몇 대학에서 교과과정이 모두 영어로 진행되는 국제학부의 인기도 주목할 만하다.

둘째, 흔히 ‘교양영어’라고 부르던 강독 위주의 전통적인 대학 영어교육은 영미인이 주로 가르치는 영어 강의로 바뀌고 있다. 아직은 소수의 대학들이 이런 영어교육을 채택하고 있지만, 다른 대학들도 대부분 이 방향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거스르기 힘든 대세가 되었다.

셋째, 직접적인 영어교육과 관련된 강좌 이외의 전공과목이나 일반교양과목에서 영어 강의가 늘어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신임교수에게 영어 강의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심지어 전체 강의의 60%, 100%를 영어 강의로 바꾸겠다고 공언하는 대학도 있다.

넷째, 재정 문제나 입학생의 영어수준 등으로 인해 영어 강의를 진행하기 어려운 대학들도 토익(TOEIC) 같은 영어시험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영어프로그램을 개편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대학의 영어교육은 듣기/말하기 위주의 소위 ‘실용영어’나 ‘실무영어’(business English)로 흐르고 있으며, 이것은 전반적으로 대학이 최고학부로서 기초적 소양이 튼튼한 지성인을 양성하는 기관이 아니라 당장의 취업을 중시하는 직업훈련소의 성격이 점점 더 짙어지는 경향과 궤를 같이한다.        

대학 영어교육에 일어나고 있는 이같은 변화에 영어영문학과, 영어교육과, 관련 학회들이 높은 수준의 합의를 바탕으로 능동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대부분의 ‘개혁’은 세계화시대의 경쟁력 강화를 앞세운 대학당국과 일부의 영어교육 전문가들이 주도했으며, 영어영문학계는 일반적으로 무관심하거나 무기력하게 대응하면서 결국 대세를 따라가는 편이었다. 이 과정에서 영문학 전공자나 전통적인 언어학 전공자가 아닌 영어교육 전공자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문학과 어학이 불편하게 동거하던 영어영문학과는 이제 한 지붕 세 가족의 더욱 기형적인 동거체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사정이 영문학 전공자들이 영어 문제에 대해 사회적 권위를 가지기 힘든 중요한 이유의 하나이다. 더구나 이유야 어찌되었든 우리들이 가르친 영어영문학과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흡족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영어 문제에 대해 전공자의 목소리를 아예 무시하게 만드는 좋은 구실로 작용했던 것이다.


2. 대학 영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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