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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서] 역사학의 재구성과 중국현대사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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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3-14 17:18 조회27,2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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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의 재구성과 중국현대사 연구


백 영 서 (연세대 사학과 교수/서남포럼 운영위원)


  역사학의 위기는 단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세계적 변화이며, 그 자체로 ‘역사적’ 징후이다. 분업화․ 전문화되어 온 제도 안의 역사학이 대중과의 괴리를 낳았다는 성찰은 이미 여러 학자들로부터 제기된 바 있다. 역사학 위기의 밑바닥에는 국민국가의 재편과 세계화라는 근본적인 수준의 세계변동이 자리하고 있다. 즉 역사학도 ‘사회적 역사’가 있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한학에서 중국학으로의 변환이 당대의 세계변화의 반영이었듯이, 이제는 세계를 인식하는 틀 자체의 혁신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기에 처한 역사학, 특히 중국현대사연구의 출로는 무엇일까. 나는 현장에 거점을 두고 이에 밀착된 문제의식의 발현과 지적 탐구가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여기서는 교육현장에 눈길을 돌려 변화의 싹이 있는지 찾아보고자 한다.

 

 이 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학 학부생을 대상으로 작성된 한국의 중견 연구자 네 명의  중국현대사 강의요목(syllabus)을 얻어 비교해봤다. 그 속에서 눈에 띄는 첫째 특징은 시기의 범위가 대체로 20세기 전체라는 것이다. 1949년을 경계로 그 전을 역사학의 영역으로, 그 후를 사회과학의 영역으로 구분하던 이전의 관행이 사라진 것이다. 두 번째는 공간 범위인데 중국 자체가 압도적이지만, (강의 명칭이 ‘동양현대사’임에도 중국만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사와 베트남사를 포용하는 시도도 눈에 띈다. 세 번째로 영화나 소설을 강의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끝으로 일부는 전통질서의 지속과 변동에 주목하기도 한다.

 

 이 특징들을 읽노라면 역사학의 두 가지 출로가 떠올려진다. 첫 번째 출로는 역사학이라는  제도 안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위의 세 번째 특징과 관련이 있는데, 역사연구자인 우리에게 익숙한 ‘해석으로서의 역사’ 즉 과거의 원인이나 결과에 대한 규명이나 지적(知的) 이해와 구별되는 ‘일체화(identification)로서의 역사’ 즉 상상력이나 공감에 의한 과거와의 만남을 추구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과거에 산 사람들과의 공감적 관계를 맺는, 과거에 산 타자와의 일체화는 종종 현재에서의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돌아보는 기반이 된다.

 

 이 관점에서 설 때 중국현대사의 연구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하겠다. 위의 강의요목 가운데 하나는 고교 세계사 교과서의 ‘동양현대’ 부분을 검토하는 주제를 담고 있어 시사하는 바 크다. 앞으로 중등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획득한 역사지식과의 연계는 물론이고 대학 밖에서 이뤄지는 역사지식의 유통과의 경쟁을 고려하면서 대학의 역사교육을 재검토해야 한다. 최근 중국의 역사교과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편인데, 이것은 동아시아 국가간의 역사분쟁이란 외부 요인에 자극받은 것이지 우리 교육현장에서의 목소리에 귀기울인 결과가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또 다른 출로는, 중국사학, 더 나아가 역사학이라는 제도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강의안의 첫 번째 특징에서 드러나듯이 중국현대사 연구자가 1949년이라는 경계를 넘어설 경우 이미 사회과학자와의 대화는 불가피해진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근대 역사학이 국가라는 틀을 강조한 나머지 국가의 사이에서 혹은 국가의 경계 너머에 존재했던 다양한 가능성들을 소홀히 다룬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일생을 중국사 연구에 매진했던 민두기의 유작 『시간과의 경쟁』(2000)의 부제가 ‘동아시아근현대사논집’인 것도 상징적이다. 나는 한국적 시각의 중국학 연구와 보편적 지향의 추구라는 과제를 조화롭게 추구하는 방법으로 ‘동아시아적 시각’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자가 속한 민족국가에서의 체험을 존중하되 이런 시각이 초래할지도 모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의 하나로, 한국의 역사적 경험을 적어도 동아시아적 시각에 비춰 재구성할 것을 제의한 것이다. 동시에 동아시아 자신의 역사를 풀어나갈 언어를 갖추지 못한 지적 식민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일 테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최근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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