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선] 김석철의 '남북한대운하'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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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7-10-22 20:42 조회27,76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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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칼럼] 김석철의 ‘남북한 대운하’ 구상
권태선 / 한겨레 편집인
대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후보를 확정한 데 이어 대통합민주신당도 이른바 친노후보들이 단일화해 세 후보가 본격 대결에 들어갔고, 독자 후보로 나선 문국현씨 역시 창당 일정을 구체화하는 등 전체적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관심은 좀체로 높아지지 않는다. 현실정치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탓도 있지만 세간의 관심이 해일처럼 온통 ‘신정아 사건’에 집중된 탓이 더 크다. 신정아 사건은 물론 대통령의 최측근 고위공직자와 거짓으로 점철된 삶을 산 젊은 여성의 부적절한 관계, 그 관계에서 말미암은 각종 의혹 등 언론에서 주요하게 다룰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그렇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자. 신정아의 인격권을 송두리째 부인한 <문화일보>의 알몸사진 보도로 대표되는 묻지마 폭로와 의혹 부풀리기가 대선이나 남북 정상회담 등 중요 쟁점을 실종시키는 것이 정상적인지를. 왜 많은 이들이 우리 언론을 ‘찌라시’(광고지)라고 개탄하는지를.
우리 주변과 우리가 처한 현실을 보면 결코 그렇게 한가할 순 없다. 한반도 주변 강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끝내고 새롭게 경제적으로 도약하는 일본은 경제력에 걸맞은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애쓰고 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 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의 진전 여하에 따라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체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혹자는 구한말에 비교하기도 한다. 강대국이 각축하는 틈바구니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반도가 도약할 수도 주저앉을 수도 있는 상황이 흡사하다는 것이다.
이런 국면을 돌파하자면 신중하되, 그러나 획기적으로 발상을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주말 세교연구소 포럼에서 김석철 명지대 건축대학장이 제안한 ‘남북한 대운하’ 구상은 주목할 만하다. 분단체제가 흔들릴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문법이 달라지고 동아시아 정세가 격변하는 상황에 맞춰 개발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한반도 공간전략의 필요성을 주장해 온 김 학장은 “21세기 한반도만큼 핵심적인 입지를 가진 곳은 없다. 그러나 분단된 한반도는 반도가 아니다. 북한은 바다와 차단된 대륙이고 남한은 대륙과 차단된 반도다. 남북이 완전한 반도가 돼야 비로소 일본·중국·러시아와 미국 사이의 요충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남북한 대운하야말로 한반도의 반도성을 회복해 우리 민족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상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구상은 발전만 하고 버리는 금강산댐의 물을 포천-원산 사이의 추가령 구조곡을 통해 임진강과 한강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운하를 만들어 서해와 동해를 잇는 것이다. 이 운하를 통해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인 중국 동부 연안지역과 한반도의 허리지역이 일본의 서부 연안 및 러시아 극동지역에 연결되고, 그리 되면 동해는 다툼의 바다가 아니라 한국 러시아 일본 공동의 블루오션으로 거듭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포럼에 참석했던 한 대북사업 전문가는 운하를 건설하면서 시베리아 천연가스를 수송할 관을 함께 만든다면 북한은 에너지 부족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게 되고, 남한 역시 좀더 값싼 천연가스를 쓸 수 있게 돼 남북 두루 이익이 될 수 있다며 구상을 환영했다.
남북한 대운하 구상은 이왕에 있는 구조곡을 활용함으로써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한반도를 중국·러시아·일본·미국을 가로지르는 다리로 상정함으로써 탈냉전적이다. 이런 구상을 한낱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드는 것은 대선 후보를 비롯한 우리가 시대적 기운을 얼마나 절실히 느끼고 있는지에 달렸다.
권태선 편집인 kwonts@hani.co.kr
(한겨레, 2007.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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