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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식] 근대문학 종언론은 상상 혹은 소동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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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7-12-07 14:23 조회29,5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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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학 종언론은 상상 혹은 소동일 뿐
근대문학은 종언을 고했나

 

최원식 / 인하대 교수 겸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가라타니 고진의 <근대문학의 종언>에 대한 한국 문학계의 논란이 좀체 수그러들지를 않는다. 이 기이한 열(熱)이 과연 우리 몸으로부터 내발한 것인지 의심스런 구석도 없지 않은데, 이처럼 지속될 때는 그저 상상에 의한 헛열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겠다. 상상이 곧잘 현실로 전화하기도 하매, 우선 이 소동의 맥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원래 “2003년 10월, 긴키대학 국제인문과학연구소 부속 오사카 칼리지에서 행한 연속강연의 기록에 기초하고 있다.”(조영일 옮김, 도서출판b, 2006, 86쪽) 강연원고를 “전면 수정”하여 이듬해 <와세다문학>(2004년 5월호)에 발표하고, 이를 다시 <근대문학의 종언>(2005)에 수록했던 것이다. 가라타니는 요즘 한국에서 바로바로 소개되곤 하는데 이 글도 ‘근대문학의 종말’이란 제목으로 <문학동네> 2004년 겨울호에 역재(譯載)된 이후, 논란의 덕택인지 책도 2006년에 번역되었다. 다시 확인하건대, 이 글의 모태는 일본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록이다. 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말의 자의성, 더구나 학생 대상 강연이 지니게 마련인 어떤 직정성(直情性)을 염두에 두더라도 일본에서는 잠잠한 근대문학종언론이 왜 한국에서는 이처럼 ‘소문난 잔치판’이 되었는지 난감한 바 없지 않다.

곳곳에 빛나는 통찰들이 박혀 있긴 하지만 이 글은 전체적으로 보아서 진지한 독서를 요구하는 일류의 평론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진지한 학구 뒤, 그 휴식의 시간에 놀리는 경쾌한 두뇌회전에 가까운 탓인지, 강연의 어조도 시종일관 반어적이다. 이는 통념에 물든 학생들의 의식에 충격을 가해 그 사유를 자유로이 풀어놓으려는 가라타니식 수사학의 발로일 터이다.

 

가라타니 고진의 주장과 달리 문학 떠난 한국 문예비평가들 없어
잘못된 풍문만이 사실로 부풀려진 것, 징후는 있지만 ‘종언’ 단정은 일러

 

우선 그의 주장을 한번 따라가 보자. “소설 또는 소설가가 중요했던 시대”로 대변되는 “근대문학이 끝났다는 것”(44쪽), 다시 말하면 혁명정치의 보수화에 대항하여 “영구혁명을 담당했”(45쪽)던 근대문학이 이제 종언을 고했다는 것이 이 글의 골자다. 더 쉽게 풀면, “네이션 형성의 기반”(62쪽)인 동시에 ‘네이션 이후’를 치열하게 모색한 근대문학이 조건의 변화 속에서 그 도덕적 과제로부터 해방되어 이제 “그저 오락이 되”(53쪽)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는 그 징후를 1960년대의 프랑스, ‘에크리튀르’(글쓰기)의 대두에서 읽어낸다. “그들은 사르트르처럼 소설을 쓸 수 없었기 때문에, 도리어 그것을 부정하고 그 대신에 사르트르가 ‘문학’으로 서술했던 것을 에크리튀르라는 개념으로 바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46쪽) 재미있는 지적이다. “대중문화가 좀 더 빨리 발전”(47쪽)한 미국에서는 1950년대부터 이 현상이 진행되었는데, “작가가 대학의 창작 코스에서 나오”(47쪽)는 것이 중요한 징표라는 주장이다. 드디어 그 바이러스는 일본에 도착한다. 그리하여 하루키의 횡행 속에 일본 “근대문학은 1980년대에 끝났다”(46쪽)고 선고한다.

 

선진자본주의 나라들에서 문학의 위의(威儀·위엄있는 모양)가 현저하게 쇠퇴하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상에서 펼친 그의 파악이 크게 새삼스런 것은 아닐 터이다. 그런데 한국으로 이동하면서 종언론은 감전(感電)된다. “그러나 내가 근대문학의 종언을 정말 실감한 것은 한국에서 문학이 급격히 영향력을 잃어갔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충격이었습니다.”(48쪽) 이 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는 1990년대에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의 문학자들과 교유하면서 ‘일본 문학은 죽었어도 한국 문학은 살아 있다’고 한국문학에 대한 신뢰를 표명한 바 있는데, “1990년대 말경부터 문학의 쇠퇴가 급속하게 전개되었다”(49쪽)는 소식에 놀라움을 표시한다. 그 중요한 제보자가 김종철(영남대 교수·<녹생평론> 발행인)이다. 문학을 떠나 생태운동에 투신한 그에게 그 이유를 묻자, “언제부터인가 문학이 협소한 범위로 한정되어 버”(49쪽)려서 그만두었다는 대답에 가라타니는 “동감을 표시”한다. 김종철이 전해준 이 소식은 다른 소문으로 확정된다. “그 후에 알게 된 사실은, 내가 1990년대에 만났던 한국의 문예비평가 모두가 문학에서 손을 떼었다는 것입니다.”(49쪽) “나는 한국에서 그와 같은 사태가 이렇게 빨리 진전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문학의 종언은 사실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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