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한반도포커스] 새로운 중·러 협력과 동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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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1-12-20 11:56 조회6,15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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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지난 15일 시진핑과 블라디미르 푸틴이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2013년 시진핑이 국가주석에 취임한 이후 37번째로 이뤄진 두 정상의 회담이었다. 21세기 들어 중·러는 친서방적 대외정책을 조정하면서 양국 관계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러시아는 서방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대외정책을 추구했으나 경제는 혼란에 빠지고 국제사회에서의 지위가 급락하면서 서방국 협력 기대가 낮아졌다. 중국도 1990년대 중후반에 미국과의 관계가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미국이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추진하며 중국과 협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대외정책을 조정했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대선 당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바 있다. 이에 외교 다각화를 추구하고 각각의 상대를 주요 파트너로 삼기 시작했다.
중·러 양국은 2001년 7월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체결했고 2008년에는 국경선 확정에 완전히 합의했다. 동쪽 국경에서의 영토 분쟁으로 1960년대 후반 소규모 전쟁이 발생한 바 있고 이 지역에 배치된 옛 소련 군대는 중국에 큰 위협이었다. 이는 1970년대 초반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주요 요인이기도 했다. 국경 분쟁 타결로 양국 사이의 전략적 갈등 요인이 해소됐고, 정치·군사·경제 영역에서 양국이 더 적극적으로 협력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에도 이런 흐름이 지속됐다.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최근 중·러 협력이 대외정책 다각화를 넘어 동맹으로서의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등 서방국이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정치적·군사적 압박을 강화함에 따라 관계가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중·러가 이런 압박을 공동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응하는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양국이 군사동맹 체결을 추진한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중·러 양국 정부는 이를 부정했다. 중·러 모두 양자의 동맹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자신의 대외정책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미국 등 서방국과의 관계를 더 악화시킬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러 협력이 미국 등 서방국에 대항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시 확인됐다. 무엇보다 중·러는 상대의 전략적 입장을 더 확실하게 지지했다. 중국 발표에 따르면 푸틴은 “어떤 세력에 의해서든 대만과 관련된 이슈로 중국의 이익을 해치려는 행동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소집단을 형성하는 모든 행동을 확고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시진핑이 “러시아의 서방 국가들에 대한 안전 보장 요구를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외교부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안전 보장 요구에는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지 않고, 과거 소련에 소속됐던 국가들에 러시아를 위협하는 무기를 배치하지 말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러시아는 양국이 독립적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중 전략 경쟁이 중장기적으로는 금융 영역에서의 주도권을 누가 장악하는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고, 당장 서방국들이 러시아를 국제결제시스템에서 축출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합의였다.
이처럼 중·러 관계의 동맹적 성격이 강화되면 동유럽에서의 갈등에도 중국이 연루되고 이것이 다시 동북아에서 미·중 갈등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동맹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이처럼 자신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분쟁에 빨려 들어가고 이것이 분쟁을 더 국제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로서도 동북아의 대만 해협 갈등에 연루되고 이것이 한반도 정세까지 불안하게 만드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동유럽 갈등이 동북아로 번질 가능성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과
국민일보 2021년 12월 20일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23412&code=11171395&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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