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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한반도포커스] 종전선언이 이뤄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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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1-10-01 16:54 조회7,1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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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 추진 의지를 밝히고,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상대방에 대한 적대시를 철회한다는 의미라면”이라는 조건을 붙였지만 종전선언이 흥미 있는 ‘제안’이라고 반응했기 때문이다.

2007년 남북 정상의 ‘10·4선언’에서 처음 제안된 종전선언의 의미에 대한 논란은 적지 않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이미 끝난 것이 아닌가라는 반응도 그에 포함된다. 법적으로 한반도가 여전히 정전 상태라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현실을 환기시켜주는 일들이 최근까지 계속 있었다. 2017년 9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자신 혹은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철저하게 파괴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공언한 것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회원국을 대상으로 파괴를 공언했다는 점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는데 이에 북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으로 대응했다.

이런 위협이 오가고 핵전쟁 위기에 내몰리는 한반도는 전쟁이 끝난 상태와 거리가 멀다. 일촉즉발의 상황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대화로 돌파구를 찾았고,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졌다. 그러나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회담이 노딜로 끝난 후 북·미 및 남북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졌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도 다시 고조되고 있다.

4년 전 상황과 다른 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1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끝없는 전쟁(relentless war)”의 시대를 끝내고 “끝없는 외교(relentless diplomacy)”를 추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트럼프의 전쟁 위협이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외교에 대한 공약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보장은 없다. 이 발언이 한반도에 대해 실질적 의미를 가지려면 한국전쟁의 공식적 종결이 포함돼야 한다.

종전선언이 실현되려면 더 본질적 의문, 즉 종전선언이 한반도 상황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종전선언을 주한미군 철수와 연결시키는 주장들은 종전선언의 제안 배경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이다. 평화조약 대신 종전선언이라는 전례 없는 구상이 제기된 이유는 주한미군과 같이 합의가 어려운 문제를 피하며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동력을 만드는 데 있다. 이런 의미에서 종전선언이 정치적이고 상징적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그렇지만 종전선언이 현실에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없다. 전쟁의 종결은 관련 행위자들의 행위에 의해 뒷받침돼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 행태들이 계속된다면 선언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상호 신뢰만 더 훼손하게 된다. 종전선언이 한반도의 군사적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행태적 측면에서 상호 위협을 감소시키는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

변화 내용과 관련한 입장 차가 여전히 크다. 그러나 이 차이는 새로운 양보가 아니라 현재 취할 의지가 있는 행동들에 대한 제도적 보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다. 우선 북은 핵과 ICBM 실험 중단을 더 구속력 있는 방식으로 약속하고, 한·미는 인도적 협력으로 제안된 민생 관련 협력을 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북이 인도적 협력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주된 이유는 이 협력이 한국과 미국의 정치적 선택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일방적 지원이라는 프레임에도 북은 물론이고 한국과 미국 내 반발이 있다. 제재 유예나 완화로 북의 정상적 대외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게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처럼 종전선언의 의미를 구체화하는 것으로 남북과 북·미 사이의 대화 조건을 둘러싼 지루한 논란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역진 불가능 지점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논의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과

[출처] - 국민일보 2021년 9월 27일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10663&code=11171395&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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