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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수연]위드코로나 시대와 책임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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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1-11-15 13:27 조회6,7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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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1일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 어떤 국경일보다 뜻 깊은 날이었다. 2년여의 코로나 시대에 한 매듭을 짓고 ‘위드코로나’가 실시된 첫날이기 때문이다. 10시로 제한했던 영업시간도 풀렸고, 사적모임의 인원 제한도 완화했다. 모든 것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흥성스럽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한 것이 있다. 지금 우리가 맞이한 것은 ‘위드(with)코로나’라는 사실 말이다. 그것은 말 그대로 코로나와 함께하는 삶을 선언한 것이며, 오직 코로나의 확산을 막아내는 데 급급했던 방역 방식을 전환한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위드코로나의 의미는 코로나와 함께 한 지난 2년여의 시간을 새롭게 정비해야 하는 순간이 왔음을 뜻하는 것이지, 그것의 최종적인 종결을 선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의미에서 코로나와의 동반은 이제 겨우 시작된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지금은 폭죽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그 동안은 정부와 방역당국이 일련의 통제라는 방식으로 코로나와 함께 하는 일상을 유지해왔다면, 이제야말로 시민 개개인이 자기 일상 안에서 그것을 통제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위드코로나의 진짜 의미는 ‘자율방역’ 그 자체이리라.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위드코로나 첫날에 나온 기사들만 보아도 이 자율방역 시대가 겪어야 할 진통이 예측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1월 1일 음주운전 적발자만 299명이라고 한다. 얼마나 큰 수치인지 비교하기 위해 과거의 기록을 찾아보니 2018년 11월 한 달간의 음주운전 특별단속에 걸린 일일 평균 적발수는 37.1건에 불과했다.

그동안 엄격한 방역에 억눌렸던 욕구가 분출한 것임을 고려하더라도 8배가 넘는 수직상승이다. 이러한 방종이 앞으로 얼마나 더, 자주 터져 나올지 모른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잠시 우리보다 먼저 위드코로나를 선언한 영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위드코로나 선언 이후 영국에선 자율방역이라는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영국에 있는 지인에 따르면,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 결과 현재 영국은 각종 코로나변이가 나오고 있고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와의 공존을 선택한 미국이나 프랑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늘 그렇듯 이러한 상식을 지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의 법칙’을 따른다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우리의 상황에서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아마도 마스크가 아닐까 싶다.

마스크는 그 자체로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방역의 상징적인 의미도 크다. 마스크를 쓴다는 것 자체가, 여전히 코로나가 우리 가까운 곳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KF94마스크 한 장의 무게는 고작 7g이다. 하지만 그 한 장의 부직포에 부여된 상징적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리고 이제 거기에는 하나의 무게가 더 추가돼야 할 것이다. 그것은 자율방역 시대의 책임, 바로 그 무게 말이다.

더욱이 그 무게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나 자신을 지키는 보호막이 포함돼 있다. 이것을 감당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의 몫이다. 우리 시민 모두가 꿋꿋하게 이 무게를 감당하며 나아가는 위드코로나 시대가 되기를 바란다.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출처 : 인천투데이  2021년 11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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