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영] 농업의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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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0-11-09 10:34 조회10,01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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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넷제로)로 가자는 것이다. 그레타 툰베리는 “행동이 말보다 훨씬 의미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치적 공방이 공론장을 가득 뒤덮고 있다. 한국은 과연 ‘행동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20년 정부 예산 편성에서 중요한 대목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새로운 농업정책의 비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9년 4월에야 농어촌농어업특별위원회가 설치되었고, 2020년 공익형 직접지불제 예산으로 2조4000억원이 편성되었다. 그간 직접지불제는 쌀농사에 편중되었다. 이제 공익적 기능에 비중을 두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9월 정부는 국회에 ‘2020~2024년 국가운용재정계획’을 제출하면서 공익형 직불금 예산을 그대로 5년간 유지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농업계에서는 예산 증액안이 없다는 점에서 농정개혁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정책기획위원회 농정개혁TF팀은 직불제 예산 규모를 2022년까지 5조2000억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 단계에선 예산액 규모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익형 직불제로의 농정 방향 전환은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또 중요한 문제는 공익적 기능의 개념과 실현 수단이다. 한국 실정에 맞는 공익 개념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 단계다. 농업이 행하고 있는 다원적 기능 중 어떤 것이 공익적 기능인지, 농업이 환경 및 기후변화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농업엔 친환경적 기능도 있지만 반환경적 기능도 있다. 선진국들은 환경보호 관련 법규를 농민들도 준수토록 요구하는 제도를 발전시켜왔다. 이를 ‘교차준수’ 제도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선 농업과 환경의 관계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고 교차준수의 구체적 방안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일각에선 농민기본소득이 생태적 전환의 주요 방책이라 주장한다. 농민기본소득은 농업인에게 무조건 일정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현실에선 ‘농민’들에 한해 소득보조를 행하자는 주장이 많다. 지자체별로 소액의 농민수당 지급 사례가 생기고 있다.
농민기본소득은 상대적으로 영세농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영세소농이라고 해서 반드시 더 생태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고령화된 농가가 생태적 기준을 지키기는 더 어려울 수 있다. 또 농촌의 모든 사람에게 지급하지 않고 농업경영 여부를 선별하는 것은, 기본소득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기본소득은 재원에 따라 연령 기준으로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보다 근본적인 방책은 도시와 농촌이 함께 생태적 전환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높은 농지가격 수준이 유지되면 농업·농촌은 외부로부터 폐쇄된 성이 된다. 도시에서 이주한 청년들이 농지를 획득하기 어렵고, 생산주의 농업에서 탈피할 동력이 형성되지 않는다.
도시농업을 농촌으로 확장하는 경로가 생태적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자력 생존’의 영역을 만들자. 여기에는 경영주체로서의 공동체와 핵심적 생산요소로서의 토지·시설·유통 인프라가 필요하다. 공동체의 발전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공유자원을 조성하고 공동체와 그 이용에 대한 계약을 맺도록 한다.
특히 생태적 전환을 주도하는 경영체를 뒷받침하기 위해 토지 기본자산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토지 기본자산은 관련 기관들이 협력하여 점차적으로 확대해가면 된다. 이 기본자산을 이용하여 도시와 농촌 양쪽에서 생태적 스마트팜을 운영한다. 농촌의 경관 유지도 반드시 농지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할 필요는 없다. 생태적 조건을 따져 재야생화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기후위기는 절체절명의 문제이다. 농업·농촌에도 좀 더 근본적인 생태적 전환 방안을 실천해야 한다.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한겨레신문 2020년 11월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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