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영] 문희상과 김경수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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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0-09-10 10:57 조회10,18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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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19가 다시 기승이다. 하반기에 V자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크레바스에 빠져 추락하는 것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한·일관계 악화, 의료계 반발 등 악재를 잘 관리해야 한다.
코로나19는 국제질서를 흔들고 있다. 미·중 간 코로나19 확산 책임 논쟁이 치열하다.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높아졌다. 무역전쟁, 기술전쟁은 패권과 관련된 구조적 갈등이다. 2030년경 경제총량 규모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코로나19 위기로 추월 시점이 5년쯤 앞당겨질 것 같다. 미국은 이런 추세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미·중 갈등 속에서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대한 국가적 과제다. 동아시아 지역구조는 지난 20여년간 격변 속에 있다. 2000~2018년 사이에 중국의 국내총생산은 미국의 11.4%에서 66.4%로 팽창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47.7%에서 24.3%로 축소됐다. 남북한의 격차도 더 벌어졌다. 2000~2019년 사이에 북한의 국내총생산은 남한의 3.25%에서 1.78%가 됐다. 한국도 저성장 추세에 들어섰다. 구조 변동은 충돌 위험성을 높인다. 크레바스의 틈을 조심해야 한다.
현재 한·일관계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최대 쟁점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다. 한국의 국내 사법절차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자산을 매각해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자산 매각이 집행되면, 일본은 다시 경제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북·미대화, 남북대화를 방해한 것과 같은 적대 행동이 더 강해질 것이다.
마침 지난 7월28일 아베 총리가 신병을 이유로 사임했다. 붕괴된 한·일 외교 채널을 복구할 공간이 생겼다. 아베 총리의 쾌유를 기원하고 신임 총리 취임을 축하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적극적 해법도 강구해야 한다. 여기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제안을 해법의 골격으로 삼는 게 좋다고 본다.
문 전 의장은 2019년 11월 ‘2+2+α’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한·일 기업(2)과 한·일 정부(2), 그리고 국민(α)들이 참여하는 재단을 설립해서 실질적 배상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당시엔 여권 내의 적극적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국회와 여야 정당이 나서서 정부의 부담을 나누어 질 필요가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방역은 물론 경제·정국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젊은 의사들이 왜 이렇게 저항하는지에 대해 세대 문제 차원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의료정책 전반에 대한 대토론이 이뤄지면 좋겠다.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한국형 의료모델’이 효율성과 접근성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논의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의료계 파업을 통해 의료자원 분배상의 고질 문제가 다시 드러났다.
민간병원에의 과도한 의존과 수도권 집중은 한국의 발전모델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의료공공성 제고 논의는 경상남도 모델을 참고해볼 수 있다. 2013년 진주의료원은 재정문제를 이유로 폐쇄됐다. 2018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김경수 지사와 시민사회는 공공병원 설립에 대한 정책협약을 맺었다. 2020년 7월엔 도민 참여의 공론화 과정을 거친 정책권고안이 도지사에게 전달됐다. 결국은 수도권에 필적하는 산업·교육·의료체계를 갖춘 광역권을 만들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공공병원의 장래는 김 지사가 추진하는 동남권 균형발전 전략의 성패에 달려 있다.
우리는 위기 속에서 ‘K방역모델’을 만들어낸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시민·의료계·정부가 합심해 방어선을 구축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지금 이 모델이 흔들리고 있다. 한정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젊은 의사들과 대화해 합의 일보 직전까지 이른 것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젊은 의사들도 조속히 의료 현장에 복귀하고 의료정책의 비전 형성에 함께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경향신문 2020년 9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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