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영] 새해, 민생 거국체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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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1-01-11 17:58 조회9,39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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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가장 고통을 겪은 이들은 누굴까? 먼저 대구 시민들이 생각난다. 대구 시민들의 희생 위에서 코로나19 1차 대유행을 낙동강전선에서 차단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2020년 1분기에 전년 대비 초과사망률은 전국 6%, 대구 10.6%, 경북 9.5%였다고 한다(한림대 김동현 교수).
결과론이지만, 2차 대유행과 3차 대유행으로 이어진 과정이 아쉽다. 지역감염이 시작된 2차 대유행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다. 백신 확보에 대한 전략적 판단도 늦어졌다. 새해 2~3월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하더라도 국민들 다수는 백신 없이 이번 겨울의 3차 대유행 시기를 견뎌야 한다. 이제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2020년 방식으로 2021년에 대응할 순 없을 것이다. 정부는 태세를 일신하고, 전문가와 야당을 포함하는 거국적 방역체제를 구축하기 바란다.
내년 겨울 전까지 모든 국민에게 백신 접종을 실시하고, 그때까지 방역과 의료 공백을 막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핵심은 재정과 인력이다. 공공병원은 10% 이하이고, 민간병원은 건강보험 체제 속에서 겨우 생존하고 있다. 돈 들이지 않고 지역균형적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은 없다. 당장은 올해 의대 졸업예정자들에게 국가시험을 치르게 해야 한다. 2700명의 전공의가 배출되지 않는다면, 상당한 의료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 전공의들은 최저임금 시급으로 주당 80시간 근무하는 보건의료의 기층인력이다.
바이러스는 취약계층을 집중 공격한다. 자영업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청년층의 피해가 특히 심각하다. 1차 대유행이 총선과 겹치면서 재난지원금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그 이후 진전된 것이 별로 없다. 기본소득 논의는 보편적 현금 지원 제도에 관한 것이니 위기대책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위기에 노출된 취약층에 대해서는 안전망을 넓히는 쪽으로 한 발이라도 더 나가야 한다.
그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밀어닥친 고통의 여파는 새해에 창업과 고용의 위기를 가중시킬 것이다. 고용안전망을 넓히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이미 고용보험제도에 포함된 이들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미가입자, 비대상자, 자영업자들이 문제인데, 결국은 소득 기준의 고용보험 체제로 이행해야 한다. 일용직이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우 소득 파악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자영업자에게는 우선 임의가입을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2020년 7월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은 한국 경제정책사에서 오래 기억될 사안이다. 임차인은 예외 없이 모두 실수요자이기 때문에 시장 불안은 치명적인 고통을 발생시킬 수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의 추가 도입은, 정태적으로만 볼 때에도, 공급량과 수요량을 동시에 감소시키고 가격 변동폭을 크게 한다. 청년층, 신혼가구 등 새로 집을 얻는 이들의 선택권이 제한된다.
현재 공공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물량은 7% 정도다. 당장 줄어드는 거래량을 감당하기 어렵다. 신규 진입자들을 위한 방책으로 환매조건부 주택, 지분적립형 주택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구체화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지역마다 수급 사정이 다르다는 점, 계약갱신제 이전에 전·월세신고제가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는 점, 코로나19 위기로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계약갱신청구권의 기간을 1년으로 줄이거나, 적용범위를 제한하거나 하는 조정이 필요하다.
정치적 자원, 경제적 자원 모두 아껴 써야 한다. 정쟁으로만 일관하면 민생은 힘들어진다. 민생에 집중하는 거국체제가 작동하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경향신문 2020년 12월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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