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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수연]우리 안에 숨겨진 혐오를 직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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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1-07-28 13:36 조회7,6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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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이 인간관계에 기초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개인과 개인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라는 환경체계와의 관계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우리가 소속돼 있는 대부분의 사회는 개방체계의 속성을 지닌다. 사회체계이론에 따르면, 사회의 경계는 일종의 세포막과 같다. 그것은 체계와 체계 사이를 구분해주지만, 동시에 체계 사이의 에너지와 정보, 자원의 자유로운 교환을 이끄는 매개이기도 하다.


그런데 코로나19와 함께 한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는 이러한 개방체계로서 세계가 순식간에 폐쇄체계로 퇴행되는 현실을 목도했다. 바이러스란 결국 생명체 자체를 매개로 전파되는 것인 만큼, 거리두기는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으로 부각됐다.


문제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타인 뿐만 아니라 가장 친밀해야 할 가족과 지인 조차 질병의 매개가 된다는 점. 그것이 바로 코로나19의 가장 어두운 그늘이다. 랜선을 통한 사이버 경계의 개방성은 그나마 유지되고 있다는 것에 안도할 뿐이다.


하지만 그 퇴행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지도 모른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는 다소간 가라앉았지만, 코로나와 함께 시작된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 인종에 대한 혐오로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서구권에서 발생하는 동양인 혐오범죄가 주로 부각되고 있지만, 사실 우리 안의 혐오도 만만치 않다.


불과 한 달여 전, 홍대주점을 매개로 촉발된 경기권 영어학원 집단감염 사태를 상기해 보자. 홍대에서 모임을 가진 첫 확진자가 원어민 강사였다는 것이 도화선이 됐다. 그들의 모임이 정말 방역수칙을 어긴 것인지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추측성 기사가 연일 보도됐다.


설상가상으로 2차 감염자인 또 다른 강사의 거짓말까지 겹치면서 원어민 강사에 대한 혐오성 발언이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그 과정에서 사실 여부는 제대로 확인되지도 검증되지도 않았다.


이뿐 만이 아니다. 코로나와 관련된 외국인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입국 금지나 추방과 같은 말뿐만 아니라 그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말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나타난다. 우리 국민이 세계 곳곳에 진출해서 일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 역시 우리 사회의 필요를 충족해주기 위해 들어온 인력이다.


방역지침을 어긴 사람에 대한 사회적 지탄이나 처벌은 내외국인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외국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나 혐오를 정당화해주진 않는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관동대지진 때 일본에서는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는 유언비어가 유포되면서, 수천 명의 조선인이 살해당했다. 국가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의도적인 방임이 조선인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사회적으로 용인하도록 만든 것이다.


다른 예로는 LA폭동을 들 수 있다. 흑인에 대한 백인 경찰들의 집단 구타에서 촉발된 인종갈등을 ‘한흑갈등’으로 전가시킴으로써 한인타운을 인종 폭동의 완충지대로 이용했던 대표적인 사건이다.


코로나19는 무려 1년 반 동안이나 우리의 일상을 지배했다. 그로 인한 사회적 피로감과 경제적인 고통이 엄청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고통과 그로 인한 공포를 타인에 대한 폭력과 혐오로 전가하는 부끄러운 일이며, 반인륜적이다. 더구나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낳는다.


물론 해외에서 발생되는 여러 혐오범죄와 비교하자면,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인종적인 태도는 상대적 건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사이버 상에서 나타나는 발언들은 지속적으로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분명히 기억하자. 공포는 ‘홀로’가 아닌 ‘함께’ 노력할 때 더 빨리 극복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혐오는 ‘독’이 될 뿐이다.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인천투데이 2021년 7월 23일 

http://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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