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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담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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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1-07-28 13:36 조회7,6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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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더 이상 단지 기후변화로 불리지 않는 ‘기후위기’의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공감되고 있으며, 파리협정 이후 고조된 위기 의식과 국제 기후정의 운동의 압박은 주요국 정부로 하여금 과거보다 더욱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행동에 나서게 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국제 사회의 흐름에 동참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으나, 2021년 11월에 예정된 26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의미 있는 감축 목표와 더불어 이를 뒷받침할 실효성 있는 감축 정책 수립을 발등에 떨어진 과제로 안고 있다.

 

최근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초안을 만들고 있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이런 배경에서 매우 중요하며 이후 개별 정책 설정과 사회적 논의의 기반이 될 것으로 면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노동조합 역시 필수적인 변화에 대해 수동적이고 방어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되며, 녹색 전환의 주체로서 적극적인 입장을 가지고 탄소중립 논의에 개입해 들어가야 한다.

 

이 글은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역사와 현재를 점검하고, ‘2055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의 구성을 비판적으로 평가함으로써 탄소중립 정책의 올바른 방향 설정과 성공을 위한 보완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아울러 노동조합이 준비해야 할 몇 가지 정책 및 실천의 과제들도 제안한다.

 

Ⅱ.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과 관련 정책

 

한국은 ‘기후악당’ 국가로 불릴 정도로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실행에서 뒤처져 있다.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GCP: Global Carbon Project)’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2019년에 6억1100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세계 9위의 순위를 보였다. 2020년에 배출량이 7.3%가 감소했는데, 사실 이 결과는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 덕분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줄어든 이동과 생산이 주된 원인이며, 덜 더웠던 날씨가 에너지 소비를 상대적으로 줄인 탓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이에 적응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시 온실가스 배출이 상향하기 시작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이 급격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를 좌우하는 경제와 산업의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한국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소비는 산업화 이후 증가 추세가 꺾인 적이 없다. 총에너지 소비는 1971년 17.0백만 toe1)에서 2018년 282.2백만 toe로, 연평균 6.2%만큼 증가했다. 단위 부가가치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투입량을 나타내는 에너지원단위는 이 기간 사이에 연평균 0.6% 개선되었지만 절대적 소비량은 계속 늘어난 것이다.

 

연료 연소 CO2 배출량 기준으로 한국이 전 세계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기준으로 1.81%이며, 1951년 이후 누적배출량으로도 비중은 1%, 순위로는 11번째에 해당하여 결코 작지 않다. 일인당 배출량도 2018년에 12.4톤으로 세계 평균(4.8톤)의 2.5배를 넘으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캐나다에 이어 4위에 해당한다. 물론 한국의 일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것은 국민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소비 성향 때문이 아니다. 에너지 집약적인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가 국가 주도의 저렴한 에너지 공급 정책과 맞물리면서 고착화된데 기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상황은 파리협정을 비롯하여 국제 사회가 합의하고 있는 지구온난화 1.5도 상한선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서 매우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국제 연구 조직인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은 2016년에 한국을 세계 4대 ‘기후악당’ 국가 중 하나로 지목하기도 했고, 2016년의 기후변화대응지수 조사에서도 한국은 58개국 가운데 54위라는 매우 저조한 순위를 기록했다.

 

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은 2007년 집권한 이명박 정부부터 본격화되었고 이때 야심찬 구호로 나온 것이 ‘녹색성장’이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에도, 에너지전환을 촉진하는 데에도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사업 내용과 예산의 많은 부분은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에 치중되었고, 온실가스 감축에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절약과 효율화 부분의 정책은 자율에 맡겨두고 대기업의 기술 개발 중심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7년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2015년 파리협정과 2019년 전 세계에서 고조된 기후운동의 흐름을 받아들여 전향적인 에너지전환 정책을 천명했다. 탈원전,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충을 중심으로 한 로드맵이 수립되었고, 대통령은 2050년 탄소중립2) 실현의 원칙에도 동의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일환으로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했고, 2050년 장기저탄소 발전 전략(LEDS: 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도 유엔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 유엔은 한국의 LEDS가 미흡하다며 사실상 반려했고, 파리협정 이후 5년마다 상향하여 제출해야 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도 올해 내에 다시 작성하여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총괄하는 권고 기구로서 지난 5월 ‘탄소중립위원회’가 구성되었고, 2030년까지의 중장기 감축 목표, 그리고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를 더욱 적극적인 목표뿐 아니라 설득력 있는 실현 방안을 담아 만들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여러 선언과 약속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실제 성적표는 초라하다. 2018년 7월에 한 차례 수정된 한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은 2030년의 BAU(business as usual)3) 대비 37%를 줄인다는 기존의 총량 목표가 변함없이 유지되었다. 그런데 2030년 5만3600만 톤이라는 목표 배출량은 2010년 배출량인 6만5700만 톤과 비교하면 실은 37%가 아니라 절대량으로 19% 감축에 불과한 것이다. OECD 회원국들 가운데 이렇게 소극적인 감축 목표를 제시하는 나라는 없다. 게다가 한국판 그린뉴딜 역시 포함된 사업들을 통해 온실가스를 정량적으로 얼마나 감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한국판 그린뉴딜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응하는 사업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과 주요 부처의 정책을 취합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환경부 그린뉴딜 사업 중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친환경차 보급 지원의 경우, 국내 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비중이 5% 정도인 상황에서는 전기차와 수소차가 늘어나더라도 오히려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적 난맥상과 부진을 극복하려면, 탄소중립위원회가 다룰 앞으로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시나리오는 보다 정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작성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과학적 근거 위에서 확실하고 검증가능한 정책 수단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이 수반할 여러 변화들, 특히 산업 구조의 변화와 고용의 변화의 측면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부문과 지역에 미칠 영향과 이에 대응하여 노동자와 지역공동체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4)을 보장하는 방안도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Ⅲ.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 평가

 

탄소중립위원회 기술작업반이 작성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은 이런 배경에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진정성과 실효성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다. 이미 복수의 언론 매체 등에 주요 내용이 상당 부분 공개되어, 이에 대한 사전적 평가가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알려진 내용으로 판단하면, 전반적인 골격에서 과거 온실가스 감축 계획 및 시나리오의 틀거리를 답습하고 있고 의욕적인 수요관리와 실효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향을 결여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게다가 2050년까지 에너지 수요의 감소가 아니라 소폭 증가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탄소중립에 근접하기 위한 방편으로 아직 개발되거나 검증되지 않는 기술적 수단들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한편, 수량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향 외에 고용 영향 예상과 사회적 피해 예방 및 보완 방향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것도 이 시나리오(안)의 한계로 평가할 수 있다.

 

먼저 이 시나리오(안)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이 시나리오는 탄소중립이 실현되었을 때의 미래상과 부문별 전환과정을 전망한 것으로 부문별 세부 정책 방향과 전환속도 등을 가늠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된다. 초안은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혁신 및 상용화를 전제로 하여 식량 에너지 안보 비용부담 능력, 국제 사회에서의 역사적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이 부분에서 저탄소 신공정 개발 및 상용화, 재생에너지 발전 효율의 비약적 상승 등이 실현되지 않으면 탄소중립 시나리오 달성이 불가한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아직 다가오거나 경험하지 못한 상황과 변수를 포함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시나리오(안)은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방향 및 속도에 대한 논의를 위한 첫걸음이자 하나의 예시로, 논의 과정에서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탄소중립의 장기 목표는 확고히 하되, 미래 불확실성, 기술혁신 상황, 경제 상황(산업 경쟁력, 일자리)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나리오(안)은 탄소중립 선언 및 추진 전략, 시나리오 마련의 원칙으로서, 2050 탄소중립 선언과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제출한 LEDS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다. 이를 위해 국책연구기관 중심(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총괄)의 기술작업반을 구성 운영하여 탄소중립 복수 시나리오 및 감축경로를 마련하고 있다. 이 작업의 순서는 다음과 같이 제시된다.

 

①’5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감축수단 未적용 가정) → ②부문별 감축 수단ㆍ감축량 분석 → ③부문별 검토 종합 → ④탄소중립 시나리오(안)

 

여기서 먼저 지적할 것은 이러한 방식이 한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답습해 온 포캐스팅(forecasting)5)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지금과 같은 산업 및 경제 구조가 지속되고 에너지 소비가 이어질 경우 전망되는 온실가스 배출을 전망하고(베이스라인), 이에 대비해서 부문별로 감축할 수 있는 양을 계산하고 수단과 변수를 투입하여 감축 목표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한국의 에너지 목표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BAU 대비 방식으로 제시되곤 했고, 대부분 절대량 감축을 목표로 하는 국제 사회의 기준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고 표현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절대적인 지구온난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6)를 우려하며 2050년의 탄소중립을 심각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배출 전망을 먼저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 2050년과 2030년의 배출량 절대 목표를 상정하고, 이 목표와 지금의 수준 및 조건을 비교하여 가능한 방식을 강구하는 백캐스팅(backcasting) 방식을 전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시나리오(안)은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와 포캐스팅 방법론을 결합함으로써, 목표와 실행 방안 모두 부적절하거나 정합성이 부족한 결과를 만들고 있다. 때문에 감축 수단에서 수요관리는 소극적이며, 대부분 연료 대체와 기술 개발로 채워지고 있다.

 

실제로 시나리오(안)이 제시한 감축 수단의 기본 방향은 다음과 같다. △부문별 효율 제고 및 수요관리 등을 통해 에너지 절약 우선 추진, △잔여 화석연료 및 온실가스 배출 공정은 온실가스 배출이 없거나 적은 에너지원/연료로 대체, △배출이 불가피한 양은 흡수원이나 CCUS7) 등으로 감축, △혁신기술 도입 및 순환형 경제구조로의 전환 등을 반영한 복수 시나리오 제시(1안: 친환경생활 강화, 2안: 기술 중심).

 

1안과 2안은 큰 틀은 같으며, 현재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7기를 2050년까지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조기 폐쇄할 것인지의 차이다. 1안과 2안 모두 산업 부문은 에너지 효율 개선과 무탄소 공정 전환 등으로 2억6050만톤에서 5310만톤으로 80% 감축, 수송 부문에서는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 등으로 9810만톤에서 180만톤으로 98% 감축을 포함한다.

 

시나리오(안)은 2050년 에너지 소비량은 233.6(1안)∼237.7(2안)백만toe로 2018년 대비 3.5~5.3% 증가를 전망하고 있다. 이 부분이 중요한 전제인데, 지금보다 에너지 소비가 줄기는커녕 더 늘어난다는 것은 상당히 소극적이고 정태적인 미래 전망이다. 절대적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지 않고서 배출량을 줄인다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수단들을 무리하게 적용하게 만들 수밖에 없고 따라서 시나리오의 신뢰성도 떨어뜨리게 된다. 에너지 수요관리와 효율화에 대한 의지가 빈약할 뿐 아니라, 인구 감소와 경제 성장률 정체 그리고 수요관리 기술과 제도의 발전 같은 요소마저 배제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은 전제다.

 

시나리오(안)이 수요관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요관리 강화에도 불구하고 산업부문 성장과 CCUS 처리 수소생산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총에너지 소비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CCUS와 수소 활용을 시나리오에 과도한 비중으로 투입함으로써 자승자박의 결과를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시나리오(안)이 제시하는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18.0∼25.8백만톤으로 2018년 대비 96.5~97.5%을 상대적으로 감축한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말 그대로 ‘탄소중립’이 아닌 결과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실제 온실가스 총배출량 127.1~144.9백만톤 중, 상쇄량이 109.1~119.1백만톤에 달한다는 것이다. 즉 총배출량 자체를 크게 줄이는 게 아니라 배출된 온실가스 총량 중 78~82% 가량을 검증되지 않은 CCUS와 산림 조성 등 흡수원으로 충당한다는 것인데, 이는 인정하기 어려운 매우 불확실하고 무책임한 방식이다.

 


 

부문별 감축 시나리오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산업 부문은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정책지원(세제·금융·규제완화)을 통한 △혁신적 탈탄소기술 확보 △대체 연·원료 개발 △설비전면 교체 등 추진이다. 이는 경쟁력 유지와 이를 위한 배출 억제 불가를 전제한 것으로, 결국 지원과 기술 개발 및 투입만을 수단으로 하게 만들고 있다. 가장 비중이 큰 산업 부문에서 주요 업종별 상한선(cap)을 설정하고 백캐스팅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수송은 국내 자동차 산업경쟁력 유지를 위한 충분한 지원 추진을 전제하며, 미래차 전환 설비투자 지원, 전기·수소충전소 확보, 미래차 전환 기술개발 등을 내용으로 한다. 비록 시나리오가 수송 부문 수요관리와 ‘교통 전환(modal shift)’을 언급하고 있으나, 실제 내용은 도로 위주 수송 시스템을 철도 등 친환경 수단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연료 대체만으로 접근하고 있다. 수송 부문의 수요관리 감축 방안은 사실상 별다른 게 없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 금지 시기도 명시되지 않고 있다.

 

건물은 정책적 지원(예산·규제완화 등)을 통한 그린 리모델링, 제로에너지 건축물 보급 사업 확대, 국민의 자발적 참여, 이해관계자(업계) 수용성 확보 등을 제시한다. 그러나 지원과 자발성에만 기대고 있어서, 건물 부문의 전반적 에너지 개선 목표가 소극적이며, 도시 계획과 국토 균형발전 등 더 넓은 조망과의 연결도 부재하다.

 

농축수산 부문은 식량 안보 유지,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농축수산 업계의 참여 및 수용성 확보, 식생활 개선 관련 기술개발 및 국민 인식 변화 등이 내용이다. 이 역시 목표가 너무 소극적이며, 국민과 농축산 종사자들의 자발적 참여에만 기대고 있다. 메탄 발생이 많은 축산업의 감축 목표가 미흡하고, 저메탄 사료 보급에만 의존하고 있다.

 

전력 공급 시나리오와 에너지 전환은 2050년 잔존 원전과 석탄(2안, 7.3GW 가동)/LNG(1,2안) 시설 활용,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활용, 잔여 전력은 연료전지, 동북아그리드, 무탄소 신전원 등으로 공급을 제시하고 있다. 잔존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가동 계속은 그 자체로서 친환경 발전원으로 볼 수 없는데다가, 국제시장 전망으로도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가동을 포함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스럽다. 재생가능에너지의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8)가 빠른 속도로 달성되고 있으며, 원전과 석탄화력 같은 대규모 경직성 발전원과 변동성이 큰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원은 기술적으로 원활히 공존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전설비 총량 공급 중심의 접근 대신, 분산형 재생가능에너지의 특징을 고려하는 유연하고 기동적인 전력 공급과 에너지 시나리오가 요구된다. 백업 전원으로 배터리와 양수발전이 시나리오에 적극적으로 투입되어야 한다. 반면에 수소 활용은 수입 및 수전해 등을 통해 생산한 수소 공급 방안이 불확실한데, 시나리오(안)에는 과다한 예상으로 포함되어 있다.

 

물론 시나리오(안)은 이 시나리오의 특성과 한계를 설명하고 있다. 아래와 같은 부분에서 불확실성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인데, 그러나 이러한 부분이야말로 에너지 수요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좌우할 기본 변수가 되는 것들이므로, 여기서 비현실적인 것들을 제거하고 보다 적극적인 수요관리와 재생에너지 전망을 포함시키지 않으면 2050 탄소중립을 가능하게 할 신뢰성있는 시나리오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Ⅳ. 시나리오 초안의 보완을 위한 제언

 

기후위기에 대응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절대적 목표를 달성하면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수요/공급을 만족시키는 시나리오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고용 및 소득불평등 문제 등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주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이 시나리오(안)이 포함하지 않고 있으나, 반드시 고려하고 보완되어야 할 부분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2050년, 즉 30년 뒤 우리 사회의 미래상과 우리의 삶을 그려 보이는 역할이 있고, 그래서 정부와 기업, 노동자를 비롯한 국민 모두에 변화의 시그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미래상이 산업경쟁력과 현 추세 유지라는 과거의 전제에 얽매여 소극적으로 처리되어선 안 된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시나리오(안)은 산업의 구조적 전환과 경제 구조, 국토 이용의 변화와 같은 거시적 차원의 변화 전망과 이를 추동하고 소화할 비전이 결여되어 있다. 때문에 지나치게 기술 개발과 지원 중심의 방법에 치중되어 있고, 이는 오히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 온 대기업들을 키우고 감축 의무를 덜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산업 전환의 큰 그림과 더불어 오염자 책임의 원칙이 사회적으로 환기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신규 석탄화력발전 등 화석에너지 이용 프로젝트는 조만간 좌초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재생에너지 확충에 있어서도 주민 수용성을 해결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의 원칙과 방향도 배출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의 기획 속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요금 현실화와 탄소세 부과에 따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국민들에게 분명히 알릴 계기가 되어야 한다.

 

또한, 감축 수단들의 기술적 전망뿐 아니라 그것이 적용될 때 수반할 경제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 그리고 전환에 따른 노동시장 영향이 충분히 전망되어야 한다. 석탄화력발전과 내연기관자동차 산업의 축소 필요성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축소와 전환의 시기와 그것이 미치는 직간접적인 고용 영향과 지역사회 피해 예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이러한 영향들에 대해서는 정부와 공공영역에서 가능하고 필요한 피해 최소화와 보상 및 대안 프로그램을 제기하고, 동시에 해당 주체와 지역에게도 준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산업 전환이 가져오는 피해와 영향은 단선적이거나 한두 가지 측면으로 환원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따라서 대응도 부분적인 지원 사업이나 예산 배정을 통한 교육 훈련 정도로 해결되기 어렵다. 기존 산업에 대한 의존 구조 자체를 바꾸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고, 대안의 모색과 실현 과정에서 지역 경제와 사회를 구성하는 이해당사자들 모두의 이해와 동의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기후위기 대응은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역량 강화라는 중장기적 목표와 함께 갈 필요가 있고, 나아가서 사회 전반의 대응력과 회복력도 증진되어야 한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노동자와 노동조합, 기업, 지역의 시민사회 모두가 기후위기를 중심에 놓고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다각도로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의 여러 지방정부와 기업, 조직들은 이를 ‘기후 대비(climate ready)’로 표현하며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한편,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하여 이제까지 정부의 태도는 ‘공정 전환’이라는 협소한 용어한 틀 속에서 주로 절차적 공정성과 사후 보상에 치중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의로운 전환은 요구되는 산업 전환의 과정이 경제적 평등과 사회 정의를 함께 고양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정책 목표도 취약계층 피해 최소화를 넘어 괜찮은 녹색 일자리 마련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한국판 그린뉴딜’이 기존 정부 부처 사업 확대와 기업 지원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거니와, 그린뉴딜이 온전한 의미와 효과를 갖기 위해서도 산업 전환과 결부된 좋은 일자리 확보와 불평등 해소라는 분명한 정책 목표를 갖고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상호 연결되고 통합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즉, 정의로운 전환은 피해 예방과 보상 차원이 아니라 더 많고 더 좋은 녹색 일자리와 녹색 산업으로 나아가는 촉진제로 이해되어야 한다.

 

끝으로, 정의로운 전환은 단지 문구 포함의 문제가 아니라, 노사정 그리고 시민사회가 함께 실효성있는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집행을 담보하는 제도와 수단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 경사노위의 의제와 역할을 넘어서는 정의로운 전환 거버넌스의 구성과 재편, 그리고 노동자와 이해관계자들의 정의로운 산업 전환 개입을 보장하는 입법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에 머무르지 않고 노동권과 사회적 기본권을 확대할 후속 입법과 제도 개선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미주>

1) 석유환산톤(toe: Ton of Oil Equivalent)은 ㎘, t, ㎥, kWh 등 여러 가지 단위로 표시되는 각종 에너지원들을 원유 1톤의 발열량(107kcal)을 기준으로 표준화한 단위임.

2) 탄소 중립(carbon neutrality)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산림 등), 제거(CCUS)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든다는 개념임. 즉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되는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 ‘순배출이 0’이 되게 하는 것으로, 이에 탄소 중립을 ‘넷-제로(Net-Zero)’라 부름.

3)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의 배출량을 의미함.

4) 에너지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산업 재편 속에서 노동현장과 노동자가 희생되지 않고, 보다 노동친화적인 대안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개념임.

5) 포캐스팅(forecasting) 시나리오는 앞을 내다보고 “우리가 어디에 있을 것인가”를 말해주는 여러 가지 주요 요인들에 기반하여 가능한 미래에 대한 개요를 잡는 것임. 반면에 백캐스팅(backcasting) 시나리오는 “우리가 원하는 곳에 어떻게 갈 수 있는가”를 말해주고 바람직한 미래를 이루기 위한 길들을 모색함. 단순한 미래예측(forecasting) 접근방식은 문제해결을 위한 의사결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미래를 예측하되 그러한 미래를 실현시키기 위한 현재의 문제해결에 초점을 두는 백캐스팅 접근방법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음. 백캐스팅 방식의 중요한 강점은 그것이 주어진 종결점에 도달하기 위해 ‘무엇이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정량화한다는 것임(정보통신연구진흥원, 2008.12).

6) 원래 물을 넘치게 만드는 ‘마지막 한 방울의 물’이 더해지는 계기를 말하며, 특정 현상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해 더는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시기를 뜻함.

7)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는 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저장을 의미하며, CCUS 기술은 화석연료의 사용 등으로 인해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생산되는 근원지에서부터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을 통합적으로 일컬음.

8) 전통적 에너지 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의 균등화발전비용이 같아지는 시점을 의미함.

 

<참고문헌>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2020), 『2020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

주상돈(2021.07.12.), “쉽지 않은 탄소중립의 길…정부도 "2050 완벽한 '넷제로'는 어려워”, 아시아경제.

정보통신연구진흥원 기술정책연구팀(2008.12), 「Ⅷ. 시나리오 분석에서의 backcasting 접근방법-영국의 탈탄소화 시나리오 프로젝트 사례」,『해외 IT R&D Policy 동향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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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노동과 희망 2021년07월21일 

http://news.inochong.org/detail.php?number=3320&th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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