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률] '2022 민의의 선택...반공주의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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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1-10-18 17:29 조회6,81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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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와 사실 면에서 허술했던 반공교육"
"혐오의 정서 부추겨 지지층을 결집하는 행태 사라져야"
최근 여야 정당 모두 대통령 후보 경선 중이다.
꼭 지지해주고 싶은 후보가 있어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왜 이리도 찍어줄 만한 인물이 없냐고 개탄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도 누구를 지지하기보다는 어느 쪽을 더 증오하기 때문에 투표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이러한 선거에서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중심으로 경쟁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저 흑색선전, 폭로전, 깎아내리기가 난무할 뿐이다.
어떤 긍정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차원이 아니라 어디에 반대하는 것을 위주로 이념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른바 진영논리는 바로 여기서 자라난다. 한반도에 냉전·분단 상태가 장기 지속하는 상황에서 반공주의, 반제국주의, 반미주의 등 어디에 반대하는 이념이 오래 동안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해왔다. 혐오와 배제의 정치문화는 바로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오랫동안 우리의 학교에서는 반공교육이 진행되었다. 이는 '승공통일의 길' 같은 반공 교과서를 학습하는 정도가 아니라, 반공 웅변대회, 글짓기, 각종 표어 및 포스터 공모전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우리의 의식과 행동 속에 스며들어갔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 있다. 반공교육을 가장 많이 받은 세대는 1970년대 유신체제하에서 초등, 중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인데, 이들 이른바 ‘386 세대’들은 대학에 들어와 오히려 급진적 이념에 몰두하고, 반제국주의, 반일· 반미주의 같은 것을 제창하였다. 어찌 된 영문이었을까?
반공주의는 단지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공산주의 또는 공산주의적이라고 무차별적으로 규정된 모든 것들을 일률적으로 송두리째 부정하고 배제하며, 혐오하고 증오하는 감정을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논리와 사실 면에서 허술했던 반공교육의 내용적 영향력은 대학에 와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체화된 사고와 행태들을 근본적으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하기에 기존 체제와 질서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이를 일률적으로 부정하고 혐오하는 또 다른 극단이 나타났던 것이다.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을 비판하고, 시정하는 것은 긍정적인 가치와 비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문제를 발생시킨 사람과 집단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혐오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비판하는 문제에 대한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그저 특정 인물과 집단에 대한 혐오의 감정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반독재 운동을 했지만 별로 민주적이지 않으며, 반보수를 자처하지만 실제 진보적인 정책과 행동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다.
일률적인 부정과 혐오가 판치는 세상에서는 비전과 능력을 갖춘 인물들이 성장하기 어렵다. 누구나 비판받을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 때문에 송두리째 부정당하여 그 사람이 가진 긍정적인 비전과 능력은 자라나지 못하고 싹이 잘린다.
모두가 다 똑같다는 체념 속에서 옥석은 더욱 가려지지 않고, 오직 뻔뻔한 사람들만이 살아남거나, 비판이 두려워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처신에 통달한 이들만 남기 십상이다. 그러하기에 선거 때마다 찍어줄 인물이 없다고 푸념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정말 다행인 것은 아직 각 정당 내부 경선 과정에 있어 그런지 지금까지는 ‘색깔론’이 그리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 본격적인 여야 정당 후보들 사이의 경쟁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졌으면 한다.
이념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지역 갈등, 젠더 갈등, 세대 갈등에 있어서 혐오의 정서를 부추겨 지지층을 결집하고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행태도 사라졌으면 한다.
어디에 반대하기 위해 투표하기보다는 무언가 긍정적인 것을 지향하고, 끌어내는 선거였으면 한다. 그것이 우리가 체념과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 길일 것이다.
홍석률 성신여대 사학과 교수
글로벌경제신문 2021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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