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한반도포커스] 아프간 사태와 한반도 평화 > 회원칼럼·언론보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로그인

회원칼럼·언론보도

[이남주][한반도포커스] 아프간 사태와 한반도 평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1-09-15 14:08 조회7,170회 댓글0건

본문

세계의 이목이 아프가니스탄에 집중돼 있다. 갑작스러운 수도 카불 함락, 혼란스러운 미군 철수, 테러와 보복 공격 등의 긴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여파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난민 문제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될 것이고 이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이다. 이 사태가 미국 대외 정책에 가져올 변화도 국제질서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철수 의지는 확고하다. 미국 내 비판적 여론도 철수 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의 수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반대는 많지 않다. 제한된 외교적·군사적 자원을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시작됐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의도한 대로 상황이 진행될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이 미국에 가하는 위협이 얼마나 증가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어디서든지 미국을 겨냥한 테러가 발생한다면 미국 대외 정책의 우선순위가 이들 위협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조정될 수밖에 없다. 2001년 9·11 사태 발생이 조지 W 부시 행정부 대외 정책의 초점을 중국 견제에서 중동 문제 해결로 변화시킨 선례도 있다. 아프가니스탄이 미국을 공격하려는 이슬람 급진 세력의 근거지로 전락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바이든 행정부가 탈레반과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처리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대외 정책에 대한 신뢰를 복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같이 전쟁을 수행한 동맹과의 조율을 거치지 않는 일방적 철수 결정, 인권 문제도 미국 국가 이익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 등이 동맹들의 미국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다.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아프가니스탄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미국이 더 중요한 지정학적 갈등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도 증가할 수 있다.

즉 미국에 대한 새로운 위협과 대외 정책 목표에 대한 혼란이 바이든 행정부가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문제다. 사태의 통제를 위해 중국이나 러시아의 협력이 필요하게 되면 지금까지의 대외 정책 기조가 조정될 수밖에 없다. 아프가니스탄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미국은 다시 동맹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단기적으론 미국 대외 정책의 불확실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는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한반도에서 외교 실패가 출현하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에 큰 타격이다.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출현하기 이전부터 한반도에서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강한 반발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다. 이번 훈련이 지난주 끝났지만 불안 요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려움에 빠진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고, 이는 강경 대응의 악순환을 초래해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기 직전 성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방한해 대화 의지를 밝히고, 북한도 연합훈련 기간에는 군사적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대화인가, 대결인가의 선택이 미뤄지고 있다. 이처럼 미묘한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의 어려운 상황을 활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긍정적일 것이다. 북한이 이런 움직임을 보일 경우 미국도 이를 북·미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럴 경우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한반도에서 평화를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다시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초래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 협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한반도가 같이 평화를 향해 가는 길도 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과)

[출처] - 국민일보 2021년 8월 30일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06858&code=11171395&cp=nv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Segyo Institute.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TEL. 02-3143-2902 FAX. 02-3143-2903 E-Mail. segyo@segyo.org
04004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12길 7 (서교동 475-34) 창비서교빌딩 2층 (사)세교연구소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