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영] 코로나 '뉴딜'에 갖추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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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0-03-23 11:02 조회13,33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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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가 세계경제에 패닉을 불러오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을 보면서 2020년 중반~2021년 중반 전 세계적 침체국면으로의 진입을 논의한 적 있다. 성장률 쇼크에 대응하는 준비를 주장하기도 했다(경향신문 2019년 5월15일자, 9월24일자). 그런데 지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습격이 세계를 흔들고 있다. 여당은 ‘코로나 뉴딜’을 언급하고 있다. ‘뉴딜’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책체계 전반의 틀을 가다듬어야 할 때다.
첫째, 코로나19 위기 자체를 빠른 시간 안에 극복할 수 있다고 보면 안 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매우 길고 복잡한 RNA 게놈을 지녔고, 인간을 숙주로 삼되 살아남기 위해 증상의 발현을 늦추는 쪽으로 진화한 것 같다. 이 때문에 초기증상을 놓치고 쉽게 전파된다.
코로나19에 대해 중국은 강력한 봉쇄정책을 실시했고 한국은 치밀한 추적 검사를 시행하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양국 모두 큰 고비를 넘기고는 있지만, 새로운 전염의 파도가 일어날 위험이 남아있다. 대구·경북에서의 폭발적 전파와 방역은 신천지교회라는 폐쇄적 네트워크를 따라 진행되었다. 그런데 수도권은 패턴이 다를 수 있다. 훨씬 방대한 네트워크 공간 속에서 중소 규모 전염의 덩어리가 불거질 수 있다.
세계 인구의 최대 70%로 확산될 수 있다는 메르켈 독일 총리의 경고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제 거리두기와 일상생활의 회복을 병행하면서 장기전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의료자원을 보전·확대하고 효율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체제 전반을 보는 관점에서 위기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 인류에게는 경제적 붕괴 위기에 맞서 싸우며 축적된 경험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뉴딜정책이다. 뉴딜은 1930년대 대공황에 대응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정책 패키지다. 뉴딜은 일국 차원의 케인스주의 정책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또 중요한 점은, 뉴딜이 당시의 세계적 위기 조건에 대응하면서 형성된 정책체계라는 것이다.
역사학자들이 뉴딜을 정책 프로그램으로 정리할 때 자주 사용하는 개념이 구호·회복·개혁이다. 즉, 실업자·빈민·농업에 대한 구호정책, 산업·주거의 일상적 수준으로의 회복정책, 공황의 재발을 막기 위한 금융·무역제도 개혁정책 등의 요소로 구분하는 것이다. 한국은 중규모 국가라 세계체제 조건을 더욱 중시해야 한다. 세계적인 위기 확산 영향에 더욱 민감하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정책 패키지를 재구성해야 한다.
필자는 2008년 이후 세계와 한반도가 뉴노멀 전환기에 들어섰다고 논의한 바 있다. 뉴노멀 시대는 저성장, 기술·산업 네트워크의 디커플링, 미국·중국의 지정학적 경쟁을 핵심 요소로 한다. 코로나 위기는 이러한 전환 추세를 가속화할 것이다. ‘코로나 뉴딜’은 기술·생산체제의 변화, 지정학적 경쟁, 재난과 질병으로 인한 시스템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
최근 재난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하다. 우선 구호정책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장은 대구·경북 시·도와 자영업자·소상공인, 취약계층, 저소득 일용직 근로자, 택시업 종사자에 대한 ‘재난수당’ 지원이 긴급히 필요하다. 기본소득은 청년정책을 모아 청년층을 특정하여 실험을 축적하면 좋겠다.
코로나19의 위기는 생산·소비의 실물경제를 축소하고 있다. 시스템 회복과 개혁의 청사진을 그려가면서 재정을 투입해야 성과가 날 것이다. 당장 방역부문과 관련 산업의 역량을 모으고 키울 필요가 있다. 광역경제권 단위에서 4차 병원을 만들어 방역의료체계를 구성하고 이를 새로운 IT·바이오산업 생태계로 발전시키는 청사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자면, 적대적인 정치는 방역을 방해하고 위기 대응을 지연시킨다. 대유행병과 경제위기를 막지 못하면 인간과 사회가 파멸한다. 거국적으로 논의하고 실행하는 정치를 기대한다.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경향신문 2020년 3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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