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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관] 거대 여당, 대학개혁의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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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0-06-01 15:22 조회11,3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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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사태 속에서 치른 지난 총선 결과 여당은 180석에 근접한 의석을 확보하여 개헌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결정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물론 야당의 존재를 무시하고 독단적 국회운영을 하는 것은 무리고 민주주의의 대의와도 어긋날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는 불가피한 면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문재인 정부의 개혁정책이 크게 탄력을 받게 될 것은 분명하다. 야당의 참패와 여당의 압도적 승리로 귀결된 총선 결과로 이 정부가 추진해온 국정방향에 대한 국민 다수의 지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6월 5일 개원으로 시작되는 21대 국회에서 추진해야 할 개혁과제는 산적해 있다. 촛불혁명을 통해 이룩된 이 정부가 적폐청산과 아울러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라는 불평등구조 개선에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은 상당부분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이를 뒷받침하는 의회의 왜곡된 구성 탓이 컸다. 이번 총선의 의미는 촛불혁명의 대의를 이룩하라는 국민적 요구의 표출로 이해되어야 하고, 문대통령의 임기 동안 얼마나 그 민의를 현실정치에서 실현해내느냐의 여부는 비단 현 여당의 재집권만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한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21대 국회가 가장 먼저 부딪칠 개혁과제는 지난 회기에 통과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운영 및 설치법에 따른 검찰개혁이 될 테지만, 그 외에도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 걸친 개혁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난제 중의 난제로 꼽히는 교육부문에서의 개혁요구도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여타 부문에 비해 교육부문의 개혁은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가장 지체되고 있을뿐더러 과거의 관행을 되풀이하거나 피상적인 차원의 개혁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다면 국정에 새로운 동력을 얻은 이번 총선을 계기로 과연 이 정부가 교육개혁의 질적 전환을 이룰 역량과 실행력을 보여줄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그다지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현 교육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학문제에서 이 정부는 개혁의 새로운 전망을 세우지 못하고 기존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방향을 거의 답습해왔다. 정권초기에 정부가 대학입시제도 개선을 내세웠으나 용두사미로 끝나고 만 것도 그렇거니와, 대학의 민주적 운영원칙을 강조하고 구성원이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를 비롯한 대학의 자율개혁을 장려하였으나 그 효과는 극히 일부 대학에 그쳤다. 아울러 사학의 비리척결을 중요한 정책과제로 설정했으나 사립대의 공적 운영구조 확보 등 근본적인 대책은 부재하였다.

 

교육개혁 영역에서의 이같은 부진은 이 정부가 교육부문의 핵심과제 두 가지 즉 대학 서열구조의 개선과 사학의 공영성 제고라는 두 과제에 대해서 소극적이거나 심지어 역행하는 정책방향을 세울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정권 초기에 교육부는 대학들 간의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의 근간을 그대로 유지하고, 여기서 더 나아가서 자율성의 이름으로 시장주의를 강화하였다. 그 결과 상위대 중심의 집중지원과 하위대 중심의 집중조정이 심화되어 대학들 사이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지방대 및 전문대의 경쟁력을 키워서 수도권 중심의 대학서열화를 완화하겠다는 공약과는 명백히 역행하는 셈이다.

 

대학교육의 공공성 강화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한 대응에서도 마찬가지다. 사학비리 척결을 내세웠으나 일부 문제사학에 대한 징벌만으로는 사립대의 민주적 운영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질적인 사학문제에 대한 개혁방향은 지배구조를 공영화하는 데 있기 때문에 정부도 이를 위해서 사학의 공영화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도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공영형 사학 설립은 예산이 전액 삭감되어 정책자체가 폐기수순을 밟고 있다.

 

촛불혁명의 정신에 따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기득권 구조를 혁신하겠다는 이 정부의 정책방향은 적어도 대학정책에 관한 한 거의 구현되지 못하거나 역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정치권은 교육불평등구조의 근본적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일류대를 선호하는 국민여론이나 국회 상황을 빌미로 회피해왔다. 그렇다면 거대 여당이 등장한 지금의 국면에서 과연 이같은 흐름에 변화가 있을 것인가? 21대 국회 개원이 이 풀리지 않는 교육개혁 과제에서 정책전환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교육부문 개혁의 어려움만 확인하는 과정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윤지관 덕성여대 명예교수 

 

교수신문 2020년 5월27일

원문보기 :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5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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