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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고등교육 정책이 빠진 한국판 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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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0-07-17 15:03 조회10,5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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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4일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끝을 알 수 없는 전 세계적 코로나19 감염병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지금부터 2025년까지 민간투자와 지방자치단체 재정을 포함하여 총 160조원을 들여 글로벌 선도국가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보도자료를 이리저리 살펴봐도 큰 의문들이 지워지지 않는다. 가장 큰 의문은 그동안 정책기조였던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한국판 뉴딜’과 맺는 관계에 대해 간략한 설명조차 없다는 점이다. 그간의 정책기조를 바꾼다는 말인지, 아니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라는 변수에 맞춰 정책기조를 보완하고 구체화한 것인지 아리송하다. 또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기본 구상을 밝힌 후 쏟아진 비판을 고려하여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두 가지 축을 설정했지만, 탄소배출 감축 목표가 없고 생태농업 육성이 외면당하는 등 코앞의 생태계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는 ‘선도국가’다운 정책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나로서는 고등교육 정책의 실종이 특히 뼈아프다. 교육 영역의 계획은 거칠게 말해 온라인수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의 왜소한 전망만 담고 있다. ‘고등교육’이란 단어는 ‘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를 놓고 “평생교육 수요에 대응하여 고등교육기관의 우수강좌를 온라인으로 일반 국민에 제공”한다는 대목에서 딱 한 번 나온다.

 

‘한국판 뉴딜’에서 ‘사람 투자’라는 말은 핵심어에 속한다. 그런데 알찬 고등교육 정책 없이 어떻게 사람에 대한 투자가 가능할까. 김영철 서강대 교수는 한국 대학생 1인당 순교육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70%대에 불과하지만 더 우려할 현상은 최근 10년의 교육비 정체임을 지적했다. 대학생 1인당 순교육비는 2003년 6000달러대에서 2009년 8000달러대로 상승한 후 제자리걸음이며,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대학 등록금 동결정책 아래에서 고등교육 투자 확대가 없었던 탓이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 등으로 쉽게 대체하기 힘든 고급인력을 키우기 위해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린 덕분에 OECD 국가 고졸 청년들의 고등교육 이수율이 최근 10년 사이에 50%까지 상승했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물론 우리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이보다 훨씬 높지만, 그것이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이 아니라 학력주의의 폐해를 보여주는 수치에 가깝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달리 말해, 기존의 지식과 능력이 쉽게 낡아버리는 혁신의 시대에 직장과 학교 사이를 오가기 쉬운 질 높은 개방적 고등교육이 절실하며, 이것은 노동현실의 개선과 함께 가는 견실한 투자 없이는 어렵다. 고등교육 투자 부진에 대한 민첩한 대응책이 있어야 한국판 뉴딜은 “대한민국 대전환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또 지금 부동산 문제가 뜨거운 국민적 관심사이지만, 수도권과 지역의 균형발전 없이는 장기적으로 풀기 어렵다. 그러나 지역 발전의 견인차가 될 지역대학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한국판 뉴딜에는 없다. 지역의 거점국립대와 다양한 사립대를 구조조정하여 내실 있는 고등교육기관으로 육성하는 난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 대신에 덮어놓고 앞서가겠다는 ‘선도국가’의 공염불만 반복하고 있다. 양승훈 교수가 경향신문의 최근 기고에서 지적했듯이 “지방 소멸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여성과 청년들을 살게 할 지방의 인프라를 어떻게 조성할지, 50조원 예산의 도시재생을 투전판에서” 어떻게 건져낼지, 또 저출생과 더불어 혁신도시의 낮은 가족동반 정착률에 어떻게 대처할지 등의 절실한 과제가 방기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표장 연설 중 “위기는 곧 불평등 심화라는 공식을 깨겠다”는 대목이 귀에 쏙 들어왔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의 사회적 양극화를 되돌아본다면, 꼭 필요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불평등 극복은 사회적 안전망 구축만 내세워서는 반쪽짜리이며, 힘겨운 청년들의 현실응전력을 키울 수준 높은 고등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어떠한가. 한 가지 사례만 들어보자. 대선 공약인 ‘공영형 사립대’는 올해 예산이 0원이었다. 사실상 공약 파기였지만, 작년에 남은 예산을 이월하여 3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증연구를 하게 함으로써 불씨를 살렸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전문대학은 실증연구사업 지원 조건에서 아무 이유 없이 배제되었고, 선정된 대학은 4년제 일반대학뿐이다. 일반대보다 전문대에 형편이 어려운 젊은이가 많은 것은 누구나 안다. 한국판 뉴딜은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에 한 가닥 희망을 건다.

 

김명환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경향신문 2020년 7월 17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7170300115&code=990100#csidxf1ee0bd4f090b0386b4c83249ba98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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