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관] 교수사회, 낡은 틀부터 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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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0-12-18 15:29 조회9,70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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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도처에서 울리고 있다. 그러나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는 대의는 같지만 그 방향이 서로 다를 뿐더러 대학개혁이라는 말 자체가 상반된 내용을 담기도 한다. 교육부는 대학의 개혁을 명분으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해왔고, 대학들도 달라지는 환경 에서 생존하려면 변화와 개혁이 필수적임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 대학의 경우에는 특히 학령인구의 감소와 맺어져서 더 절박해졌지만, 실상 이 개혁에의 요구는 지구화 이후 전 세계의 대학들이 처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개혁이 시장과 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식의 변화를 추구하는 추세를 띠고 있는 것도 그렇다.
이와 다른 각도에서 이같은 추세의 ‘신자유주의적’ 경향을 비판하고 민주주의와 공공성이 제고되는 방향으로 대학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있다. 필자는 이같은 지향을 ‘대학개혁’과 구별하여 ‘대학변혁’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본다. 민교협을 위시한 교육단체들과 비판적 지식인들은 이같은 시각에서 대학의 ‘변혁’을 주장해왔고, 그 실현을 위해 활동해왔다. 이 대학 변혁운동이 권위주의적 정권의 개입과 탄압에 맞서 대학을 민주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20년대에 접어든 지금, 대학을 변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희미해져 있다. 사회민주화를 지향하며 지식인운동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민교협은 과거와 같은 존재감을 상실하였다. 젊은 세대의 교수나 연구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민교협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교수노조가 합법화되었지만 노동조합의 특성상 교수들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대학변혁의 동력을 결집시키는 힘이 되는 데는 큰 한계를 가진다. 한때 대학민주화를 내세웠던 교수단체 중 가장 규모가 큰 국교련(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과 사교련(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은 각 단체의 이해관계를 위한 집단의 성격이 더 짙어졌다.
대학 변혁운동의 이같은 퇴조를 초래한 원인을 한두 가지로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1990년대 이후 대학을 둘러싼 사회적·정치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관련되어 있음은 말할 수 있다. 권력의 대학지배가 극심했던 과거 독재시대에 비해 어느 정도 민주화가 이루어졌지만, 지구화의 대세를 업고 강화된 신자유주의는 대학을 자본과 국가의 이중적인 관리와 통제 속에 놓이게 했다. 그러나 이런 외부적 요인만으로 대학 변혁운동의 급속한 쇠퇴가 다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이 위기가 대학 변혁운동이 활발해지기는 계기가 되기는커녕 갈수록 그 입지가 축소되어 온 데는 내부적인 요인도 한몫을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학 환경의 변화로 가령 교수사회의 구성부터가 과거와는 현격하게 달라져 있다. 최근 10년간 비정규직 교수의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교수사회는 정규교수가 대다수를 이루던 과거와는 달리 비정규직이 과반을 넘어섰고 이 추세는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 변혁운동이 활성화되려면 주로 비정규직으로 대학과 관계를 맺는 새 세대의 연구자들을 흡수하고 공조해야 함에도 교수단체들은 정규직 교수 중심의 낡은 관행을 벗어버리지 못하였다. 그나마 선언적이긴 하지만 민교협이 최근 비정규직 연구자까지 포함하는 조직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을 뿐, 대개는 오히려 정규직 교수로서의 기득권을 고수하는 이익집단으로 변모해갔다.
대학을 바꾸고자 하는 운동이 단순히 ‘개혁’의 차원이 아니라 ‘변혁’의 지향을 가지려면 현재의 낡은 지형을 깨고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대학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대개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화를 요구하거나 고등교육의 공공적 성격을 주장하는 데 집중되어 왔다. 이같은 요구가 정당하고 정부의 대학정책에 일정한 영향을 미쳐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대학을 ‘신자유주의적’ 경쟁논리에 따라 재편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충분한 대응이 될 수 없다. 설혹 자율성을 확보한다해서 대학이 시장의 희생물이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고, 공공적 성격을 강화한다고 해서 대학에 대한 관리라는 국가의 전략에 포섭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 변혁운동의 쇠퇴는 그만큼 자본과 국가의 이중적인 통제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현실을 드러낸다. 교수사회의 비판적 주체들은 이를 지적하거나 한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 환경에 대응하는 새로운 변혁 담론을 구성하고 이에 기반을 두어 낡은 조직의 틀부터 과감하게 바꾸어나갈 책무가 있다.
윤지관 덕성여대 명예교수
교수신문 2020년 12월7일
출처 :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58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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