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관]팬데믹 시대, 대학의 미래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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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0-09-10 11:06 조회10,66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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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 사태가 가을학기가 시작된 지금 재확산의 위기를 겪고 있다. 대학도 대면강의 재개 계획을 포기하거나 축소하고 온라인 강의 체제를 정비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해 왔다. 사회 전반이 그렇듯이 대학은 이전 일상으로의 복귀전망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이 팬데믹에 어떻게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르든 늦든 코비드 19 자체는 백신이 개발되면 어느 정도 통제될 수 있겠지만, 이것이 끝이 아닐뿐더러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교육부의 방침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만으로는 이 전대미문의 사태가 대학에 미치는 충격에 제대로 대처하기 힘든 국면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대학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교실에서의 대면강의가 어려워지고 제한받는 환경에서 교수와 학생 사이, 학생과 학생 사이의 지적 정신적 교류를 통해 이루어지던 대학의 공동체적인 성격은 어떻게 지켜질 것인가? 만약 온라인 교육이 일반화되어 일반 대학들조차 사이버대학의 성격을 띠게 된다면, 현재의 대학운영 체제는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아울러 현재도 제기되고 있지만 향후 더 증폭될 등록금 조정 요구는 어떻게 귀결될 것인가? 지금까지 캠퍼스라는 공간을 통해 이루어지던 지적인 만남과 전인교육의 목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인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들은 결국 이 사태가 대학의 변화를 추동하는 강력한 압박으로 대두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많은 교수들이 그렇듯 필자도 대학이 시장에 종속될수록 대학의 근대적 이념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교실에서의 만남과 소통이 그 터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대면강의가 어려워지고 캠퍼스의 공동체적 공간이 폐쇄됨으로써 대학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근본적인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그러나 위기가 기회이기도 하다는 말이 그것대로 진실인 것은 대학의 미래에도 해당된다. 교직생활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고작 한 학기 실시간 화상강의를 진행해본 경험만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비대면 강의방식도 운영하기 따라서는 대안적인 만남과 소통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채팅창 등 프로그램의 기능을 활용하면 학생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강의실 환경에서도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캠퍼스는 대학의 공동체적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시설과 장치들을 가지고 있지만, 지적 만남이 반드시 그런 물리적 공간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네트워킹을 통한 상호교류와 집단소통을 통해서도 지식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고, 심지어 논쟁의 공간이 창출될 수 있다. 우리가 팬데믹 이전의 상태로 온전히 돌아갈 수 없다면, 그래서 대학에 대면강의와 비대면강의가 공존하고 후자의 비중이 과거보다 현저히 커질 수 있는 교육환경이 될 수밖에 없다면, 이 같은 조건 속에서 대학의 공동체적 성격을 유지하고 이룩해나갈 책무도 구성원들에게 부여되어 있는 것이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전망도 많지만 필자는 코로나 사태가 대학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동시에 미래의 대학을 근원적으로 새로 구상할 동력을 제공한다고 보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새로운 대학체제로 개편해나갈 전기도 열린 것이다. 대학교육의 네트워크적인 성격이 강화되면 서열체제로 굳어져 있는 한국 대학의 고질적인 병폐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고, 시대착오적인 봉건적 사학운영 구조의 해체를 촉진할 수도 있다. 또한 일정한 등록금 조정이 불가피해지면서 세계 최고수준의 고액등록금에 시달리는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 열린다. 네트워킹이 활성화됨에 따라 교육과 지식의 공공성이 제고되고 공유의 이념이 확장될 여지도 생기는 것이다.
물론 미래가 이 같은 장밋빛으로만 물들 리는 없고, 이 변화과정에 수반되는 고통은 물론이거니와 네트워킹 자체에 자본과 권력의 힘이 작용하고 있음도 그것이 만만치 않은 싸움을 동반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 때문에 오히려, 공공성과 공유를 바탕으로 하는 대학개혁의 과제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띤다. 학생들을 대면할 기대를 접고 다시 화상강의를 시작하면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변화하는 환경에서 대학을 대학답게 만들고자 하는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다.
윤지관 덕성여대 명예교수
교수신문 2020년 9월 7일
원문보기 :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56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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