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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관] 대학 폐교사태,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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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0-11-09 10:36 조회10,1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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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의 타격이 본격화되면서 이제 중소 사립대와 전문대의 무더기 폐교사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금까지도 매년 폐교대학이 발생해왔지만 입학자원이 대학정원에 미달하게 된 올해를 기점으로 향후 수년 사이에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어려울 만큼 폐교대학의 수가 급증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입학정원이 유지될 때 올해 입시에서는 6만9천652명이 부족하고, 2022년도에는 8만 명 대, 2023년도에는 거의 10만 명 가까운 미충원이 발생할 것이 예상된다. 교육부에서조차 70여개 이상의 사립대가 폐교위기에 몰릴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구감소라는 불가항력의 조건 탓에 폐교대학이 나오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두 대학이 아니라 수십 개의 대학들이 잇달아 문을 닫는 사태를 방치하게 되면 교육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은 분명하다. 일차적인 피해는 해당 대학의 학생과 교직원 등 구성원들이 입게 되고 이는 고등교육 현장의 황폐화로 이어질 것이다. 그나마 학생들은 현행법 상 주변 대학으로의 편입이 가능하지만 서남대를 비롯한 지금까지의 폐교사태에서 보듯 교원이나 연구자들은 그대로 방치된다. 아울러 대학을 기반으로 형성된 그 지역의 경제적 문화적 차원의 손실도 엄청나다.
 
이같은 사태가 목전에 다가오고 있음에도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 차원의 대책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현재까지 교육부는 폐교사태를 예상하면서도 인위적인 조정은 없을 것임을 공언하고 시장의 수요에 맡긴다는 정책방향을 고수해왔다. 대학들의 자율적인 대처와 공정한 경쟁을 내세우지만, 그것이 결국 지방대나 중소규모의 사립대가 집중적으로 정리되는 결과를 빚고 있음은 이미 각종 통계로 드러나고 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을 결국 정부정책이 주로 중하위층 출신의 학생들이 재학하는 지방중소사립대나 전문대에 구조조정의 피해를 집중시키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것은 이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공정사회 구현과 국토균형 발전의 국가적 과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지금이라도 정책방향의 일정한 전환을 통해 지방대, 전문대, 중소대학들의 폐교 사태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첫째, 구조조정의 방향성에 관한 한 현 정권의 정책방향은 지난 박근혜정부의 정책에 비해서도 부익부빈익빈의 경쟁제도를 더 악화시켰다. 지난 정부의 제1주기 구조조정은 지방대와 전문대의 몰락을 막는다는 정당한 목적 아래 최고등급에 해당하는 일부 대학만 제외하고 거의 모든 대학들에 일정한 정원감축을 요구했다. 이에 반해 하위대학에 모든 불이익을 전가시키는 현 정부의 정책은 전 정부에 비해 교육의 불평등구조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대학서열의 최하위에 있는 전문대의 보호와 지방대의 대규모 폐교사태를 막고 지역균형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 정책을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현재 사립대에 대한 정부 정책은 사학비리 문제에 거의 집중돼 있다. 사학비리가 고질적이고 척결돼야 함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정책의 초점이 되는 것은 방향을 크게 잘못 잡은 결과다. 대다수 사립들의 운영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는 편법이나 비리가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지금 시점에서 사립대 문제의 핵심은 비리를 척결하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사립대의 존폐 문제에 대한 정책적 결정을 통해 전문대나 중소 사립대 가운데 지역에서 고등교육의 역할을 지속할 대학들을 어떻게 지원해 살려내느냐의 문제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한 예산편성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 경영위기에 빠진 중소사립대들에 대한 정부지원이 시행되면 반드시 그 대학의 운영방식을 공영화해 개인이 사유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 지역에 따라서 정부는 폐교대학에 대한 정부인수를 통해 그 대학을 공영형 사립으로 만들어 지역여건에 맡게 운영하는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폐교대학의 잔여재산 처리에 대한 법적 정비를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립해야 할 것이고, 이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한국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최대한 높인다는 이 정부의 원래 국정목표를 구현하고자 해야 할 것이다.  

윤지관 덕성여대 명예교수
 
교수신문 2020년 1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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