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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수연][세상읽기] 우리는 불안을 소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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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2-02-14 17:09 조회6,2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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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받고 있는 의 ‘한 사람만’에는 성미도(박수영 분)라는 인물이 나온다. 인기 걸그룹 레드벨벳의 멤버인 조이(본명 박수영)가 연기하는 성미도는 인플루언서이자 인터넷 쇼핑몰의 오너이다.

자신의 삶을 전시함으로써 유명세를 얻었던 그녀는 여러 의혹에 휘말리면서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설상가상으로 말기암 판정까지 받는다.

비슷한 인물은 현실에도 존재한다. OTT(인터넷 드라마·영화 미디어컨텐츠 제공 서비스) 플랫폼에서 큰 인기를 얻은 연애매칭 프로그램 ‘솔로지옥’으로 스타가 된 한 인플루언서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소 명품소비로 유명세를 탔던 그녀가, 사실은 명품이 아닌 가품을 착용하고 방송을 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그야말로 반짝스타로 사라지고 말았다. 해당 인플루언서가 사과와 함께 활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사태는 종결됐지만, 여전히 찜찜함은 남는다.

애초에 그녀를 ‘빛나게’ 만들어준 것은 그녀 자신이 아닌 그녀의 소비였으며, 그 소비가 진실이 아님이 드러난 순간 그녀의 다른 매력조차 휘발된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허구의 인물과 현실의 인물이 겹쳐지는 순간이다. 속임수로 얻어낸 관심과 사랑은 언제나 위태롭다.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가차 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사상누각이다. 드라마 속 성미도는 포장된 삶을 벗어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오롯이 획득할 만큼 성장하겠지만, 우리의 현실에선 그렇게 드라마틱한 반전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 위태로운 전시가 연일 이어진다. 어떤 이는 물건을, 어떤 이는 음식을, 어떤 이는 여행을 실시간으로 업로드한다. 그들의 전시는 화려하고 고가일수록 더 많은 대중의 열광을 얻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한다. 이렇게 본다면 SNS는 의사소통보다 찬란한 소비의 전시이자 기록으로서 더 큰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것 같다.

그 때문에 우리에게 소비는 때때로 비윤리적이고 부적절한 무엇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도 소비는 불안 심리와 교묘하게 얽혀 있다. 명품은 고가(高價)와 한정판을 통해 불안으로부터 소비를 창출한다.

사람들은 그 불안 속에서 때로 탕진하고, 때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때로 타인의 소비에 탐닉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 어떤 소비로도 우리의 불안은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을.

이것은 비단 사치품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팬데믹 초기에 세계 각국에서 벌어진 ‘화장지 사재기’ 촌극을 떠올려 보라. 우리에게도 먼 이야기는 아니다.

비록 다른 나라처럼 극심한 사재기가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불안은 이미 일상화되어 있다. 집안을 조금만 둘러보자. 집안 곳곳에 ‘언제가의 쓰임’을 위해 쟁여둔, ‘아직 쓰지 않는 물건들’이 쌓여 있지는 않은가.

그럼에도 우리는 소비하지 않고 살 수 없다. 그러므로 행복한 소비로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하지만 타인이 전시하는 소비에 열광하는 것도, 무조건적인 절약을 통해 극도의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것도 답은 될 수 없다. 여기서 한 권의 책을 추천하고 싶다. 바로 에세이 ‘흥청망청 살아도 우리는 행복할 거야’(도마뱀, 2020)이다.

이 책에는, ‘탕진잼’을 주제로 각계각층의 문화예술인들이 가진 소비에 대한 비슷하면서도 다른 생각들이 어우러져 있다. 그것은 엄청난 깨달음이나 대단한 지식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와는 다르고, 또 비슷한 생각들로 일상을 살아가는 동시대의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고 친밀하다. 이왕에 해소해야 할 불안이라면 이 한 권의 공감을 소비하는 것은 어떠랴. 이 찰나의 여유가 우리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말이다.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출처 : 인천투데이 2022년 1월 28일

http://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214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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