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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교육부, 대학 민주화를 가로막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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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9-11-11 11:54 조회18,8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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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등교육의 발전을 훼방 놓는 집단은 다양하다. 사립대의 운영권을 가로채거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소유주’로 행세하며 온갖 부정을 저질러온 사학비리집단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교수와 직원이 자신의 안위만을 챙기느라 학교가 망가지는 꼴을 수수방관하거나 사학 ‘소유주’에게 붙어 수족 노릇을 한 책임도 무겁다. 비리사학과 얽힌 정치권 일각은 논외로 하더라도, 국공립대이든 사립대이든 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뿐더러 일부 관료와 사학의 유착관계가 종종 터져나온 교육부의 책임도 엄중하다.  

 

3년 전 온 국민이 들어올린 촛불에 힘입어 대학구성원들이 경영진의 비리를 밝혀내며 학교 정상화의 시동을 건 경우가 적지 않다. 비리집단과 민주화세력이 팽팽하게 맞선 채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대학도 많다. 민주적 역량이 취약하여 부정한 자들이 건재하거나, 심지어 쫓겨났던 자들이 돌아오거나 돌아오려 하는 대학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지침 하나가 엉뚱하게 대학 민주화를 가로막고 있다. 그것은 교육부가 2016년 2월 제정한 후 두어 차례 개정한 ‘대학재정지원사업 공정성·투명성 제고를 위한 공동 운영·관리 매뉴얼’(이하 ‘매뉴얼’)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투명성을 확보하여 정부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꾀하고자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내용을 들여다보면 답답하다.  

 

‘매뉴얼’은 재정지원 제한은 개인적 비리가 아닌 대학의 조직적 비리에 한정한다고 밝힌다. 그러나 경영진의 불법과 비리를 대학 구성원이 스스로 나서서 밝혀낸 경우라도 이는 대학의 조직적 비리로 규정되며, 해당 대학은 정부 지원에서 배제되거나 불이익을 받는다. 학교를 위해 나선 교수, 학생, 직원이 극소수 비리행위자의 잘못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입는 것이다. 대학들이 너나없이 위기에 빠진 현실에서, 이처럼 부조리한 ‘매뉴얼’이 실행되면 구성원은 학교비리의 제보를 주저하게 마련이다. 또 공익제보자는 학교의 재정난을 악화시키는 셈이어서 다른 구성원의 냉대와 공격을 면치 못하게 된다. 흉악한 비리세력이 바라는 바가 아닐 수 없다.  

 

올 초 지난 1월21일 국민권익위원회는 ‘대학의 재정·회계 부정 등 방지방안’(의안번호 제2019-17호)을 의결했다. 5절 ‘조치사항 및 기한’의 2항 ‘내부신고자 보호시스템 구축’에 “자체감사로 드러난 비리는 부정·비리대학 제한 완화”라는 분명한 표현이 나오며, 이 조치 실행의 대상 기관은 교육부이고 조치기한은 올해 말일까지이다.  

 

그러나 지난 8월6일 교육부가 발표한 야심찬 ‘대학혁신방안’에도 개선책은 없었다. 교육부는 아직 조치기한이 두 달 가까이 남았다고 변명할 작정인가, 아니면 자구에 얽매여 자체감사 아닌 구성원의 검찰 고발 등으로 폭로된 비리는 제재 조치의 예외가 아니라고 우길 작정인가?

 

조금 더 앞선 지난 7월4일 교육부는 사학혁신위원회와 함께 사학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서 사학혁신위원회가 권고한 10가지 제도개선안 중에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이 이 문제와 관련이 깊지만, 법령 개정에 국한한 사실에 맥이 빠진다. 교육부는 왜 당장 ‘매뉴얼’의 문제되는 지침을 고쳐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대학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하지 못하는가. 대학 민주화에 대한 교육부의 실천 의지를 도무지 찾을 수 없다. 교육부는 불법·비리집단의 편에 서려는 것인가?

 

사학혁신위원회의 활동은 나름의 의미가 큰 것이었고, 사학혁신의 노력은 위원회의 해산 후에도 제도화를 통해 안정적으로 뿌리내려야 한다. 그러나 10가지 제도개선안이 법령 개정에 치중한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 그 이유는 우선 법령 개정 없이도 교육부의 힘만으로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일이 넘치기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사학비리 척결을 위한 법 개정은 국회에서 쉽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국회 안의 수구세력은 말할 것도 없고 집권당도 사학비리와 자주 얽혀 있음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매뉴얼’의 불합리한 지침 변경을 당장 천명해야 한다. 더불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제안처럼 독립적 상설 감사단 설치를 추진해야 마땅하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앞서의 의결에서 ‘외부감사의 실효성 강화’를 조치사항에 포함시켰지만, 실제 교육부 자체 인력으로는 실효성 있는 외부 감사가 역부족이다. 대학 내부고발자의 제보에 즉시 대응할 충분한 인력을 변호사, 회계사 등을 포함하여 상설 조직으로 묶어내야 한다. 대학개혁의 으뜸가는 의제인 ‘공영형 사립대’ 사업도 대학 민주화와 함께 가야만 정부 재정의 효율성도 확보하고 절박한 대학 구조조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김명환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경향신문 2019년 11월7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1072045035&code=990308#csidx22cbffbe372d7b1a36783487775240a onebyone.gif?action_id=22cbffbe372d7b1a3678348777524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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