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영] 전환도시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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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0-01-23 11:28 조회15,91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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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부는 확장재정의 기조를 천명하고 있다. 2019년은 9.5%, 2020년은 9.1% 확대된 예산이 편성되었다. 일부에서는 사회주의 정책을 쓴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이는 논점을 잘못 짚은 것이다. 오히려 2017~18년 경기상황을 낙관한 것이 문제였다. 성장률을 지키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알았다면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어떻게 구조를 바꿀 것인가도 중요하다. 성장과 전환의 균형경로를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의 세계경제는 종래의 거시정책 수단이 잘 먹히지 않는다. 1980년대 이후 저축이 투자수요를 초과하는 추세가 계속되었다. 주요 선진국의 실질 이자율은 지난 40년간 꾸준히 하락했고 현재는 마이너스 수준에 진입 중이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마이너스 이자율 실험은 투자 증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자율이 낮은데 민간투자는 일어나지 않는 조건에서, 재정지출이 늘어나면 부동산 버블이 유발될 수 있다.
자산가격 상승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성장실적이 좋은 미국도 자산가격 성장률이 더 높다. 2013~18년 연평균 국내총생산 성장이 4.07%였는데, 자산총액 성장은 6.32%였다. 한국도 지역에 풀린 재정이 서울 부동산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이제 성장과 구조전환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거시정책만으로 이루기는 어렵다. 도시와 산업의 재구성에 관한 나름의 모델을 만들어내야 할 시점이다.
전환도시로 유명한 사례가 미국의 포틀랜드이다. 포틀랜드는 1850년대 서부 오리건주 북서쪽 태평양 연안에 형성되었다. 1930년대 세워진 제철소와 조선소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번성했다. 1960년대 이후에는 제조업의 쇠퇴와 함께 도심공동화와 슬럼화가 진행되었다.
포틀랜드가 전환도시로 나아간 계기는 1970년대의 교통과 토지이용의 시스템 전환이었다. 포틀랜드는 윌래밋 강변의 고속도로를 폐쇄하고 그에 지원되던 연방정부 자금을 도심 대중교통망 건설에 투입했다. 그렇게 버스, 경전철, 통근전철로 구성된 교통체계를 수립하고 트라이멧이 이를 운영하게 했다. 도심공동화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의 모든 건물과 부지의 용도를 정하는 계획적 ‘조닝’의 원칙을 철저히 집행했다. 도시개발에 환경원칙을 적용하고 도심의 16% 면적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공원계획을 추진했다.
포틀랜드엔 주민에 의한 ‘공화국’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개인과 연방국가 사이에서 주민에 의한 집단책임주의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포틀랜드는 1명의 시장과 4명의 커미셔너가 행정과 입법을 함께 관장하고 있다. 정부 조직엔 지역을 관할하는 디스트릭트 외에도, 보건·안전·복지·경찰·세무 등 기능별 디스트릭트가 있다. 그리고 지역주민들과의 협력조직으로 50개의 어소시에이션이 활동하고 있다. 어소시에이션은 큰 정부조직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 다양성 사업을 수행한다.
그러나 포틀랜드도 ‘주민의 공화국’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문제를 맞고 있다. 성장에 의한 인구팽창이 그것이다. 당초 포틀랜드는 도심인구 40만 규모를 기준으로 전환도시를 계획했다. 현재 인구는 60만을 넘었다. 반도체 기업 인텔이 들어온 게 포틀랜드에 강한 충격을 가했다. 2010년대에만 인텔 관련 추가고용이 수만여명에 이르렀고, 대규모 부동산 개발과 집값 상승이 뒤따르고 있다. 기존의 시스템에서 떨어져 나온 노숙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교수
경향신문 2020년 1월21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1212047005&code=990100#csidx4d133c505e4cbacbf8f29e685695b9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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