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영] 북방인가 남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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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0-01-10 16:53 조회15,91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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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행보가 전방위로 이어지고 있다. 11월25~26일에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했으며, 12월23~24일은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가했다. 12월18일 한·스웨덴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남북 도로·철도가 연결되면 스칸디나비아까지의 육로가 열릴 것”이라고 연설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일정은 올 초부터 제기된 신한반도체제론 및 평화경제론에 따른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그 성과와 방향을 점검해보자.
첫째, 신북방정책과 연계된 평화경제 프로젝트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간 제시된 평화경제 프로젝트는 남북경협 차원과 이를 북방경제와 연결하는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차원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남북경협과 관련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등 사업이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 관련해서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이 논의된 바 있다.
남북경협이 진척되기 어려운 제약조건은 대북 경제제재라는 국제법이다. 북핵 위기가 고조된 2017년 유엔 안보리는 북한과의 합영기업 설립과 기술이전 금지, 북한의 석탄·철광·섬유·수산물 등의 수출 금지, 북한의 원유 수입 제한, 해외의 북한 노동자 본국 송환 등을 결의한 바 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섬유·수산물, 노동자 송환 관련 제재 완화를 제안했으나 미국은 즉각 거부했다.
북한을 통해 중국·러시아로 철도를 연결하는 것은 경제적 실익이 없다. 현재 글로벌 무역 네트워크는 북미-동아시아 네트워크와 유럽 네트워크로 양분되어 있다. 이 각각의 네트워크와 두 개의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데에는 해상 운송망이 중요하다. 남북한을 글로벌 네트워크에 연결하려면 철도보다는 해운을 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둘째, 한·중, 한·일 간 협력은 꾸준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에 중국은 수출입 모두 1위 국가이고, 일본은 수출 5위, 수입 3위 국가이다.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북미-동아시아 무역·생산 네트워크의 중심 국가는 미국과 일본이었지만, 2010년대에는 중국이 네트워크의 중심부에 들어왔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이 증대하면서, 중국의 생산액·무역액상 우위가 확연해졌고, 글로벌 가치사슬 안에서의 위상도 높아졌다.
중국의 경제력과 외교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계기로 한·중 갈등이 폭발했다. 한·중 갈등은 미·중 갈등 구조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 미·중 협조체제하에서는 한·중관계, 한·미관계가 동시 발전할 수 있었지만, 미·중 갈등체제하에서는 한·중관계를 안정화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남북관계나 북방경제가 미·중 갈등에 연루될 가능성은 미리 차단하는 것이 좋다.
한·일 갈등은 한·일 양국의 손실과 중국의 기회 증대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통제 조치는 한국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고 전면 충돌로 확전되지는 않았다. 글로벌 생산분업에 참여하는 정도가 증대하면 보통 생산성도 증대한다. 한·일 갈등은 한·일 양국 모두의 생산성 하락을 가져오고 글로벌 분업구조에서 중국의 위치를 더욱 강화한다. 갈등은 양국 모두에 경제적 실익이 없다. 두 나라는 저성장과 고령화 추세 속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신남방정책은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 정책에서 가장 호평을 받는 정책 중 하나이다. 평화경제와 관련해 신남방정책을 남북관계와 연계하는 새로운 단계로 진전시킬 조건이 마련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무역파트너로서 수출 3위, 수입 4위 국가가 된 베트남과 남북한이 전략적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돌파구로 삼을 수 있다.
현재 유엔의 대북 제재에서 ‘비상업적이고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 공공 인프라 사업’에 한해서는 제재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한국은 2009년부터 국제사회에 공적개발원조(ODA)를 공여하는 국가가 되었다. 지금은 신흥 공여국이 원조 네트워크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남남협력 및 삼각협력에 관한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 한국은 베트남을 삼각협력의 중요한 파트너로 설정함으로써 협력 성공의 사례를 동남아 전역과 북한에 전파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경제론은 대륙과 해양 양쪽으로 모두 뻗어가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북방으로의 길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강대국들과는 정교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남방으로는 좀 더 대담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
이일영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경향신문 2019년 12월24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2242053015&code=990100#csidx3ecd3d0f1316c6486cfb92f4acaa87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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