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한국 대학, 코로나19 극복의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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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0-03-05 15:26 조회13,91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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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잡힐 것 같던 코로나19 감염병이 2월19일경부터 빠르게 확산되더니 열흘 만에 매우 긴장된 상황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이 감염 경로 추적에 성공적인 편이어서 앞으로 몇 주 동안 최선을 다하고 운도 따라준다면 확산세를 꺾을 수 있다고 본다. 한 예방의학자는 방송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것은 방역당국이 그만큼 잘 찾아내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지나친 공포는 금물이며,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파악되지 않은 감염원에서 다발적이고 광범위한 전파가 일어나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환자가 초기 증상을 스스로 느끼기 힘든 시점에도 감염력이 높다고 하니 늘어나는 발병국가들에서 입국할지 모르는 감염자 외에도 지금 대규모로 입국하고 있는 중국 출신 유학생이 큰 걱정거리이다.
중국 출신 유학생은 전국에 7만명이 넘는다. 이들 중에 상당수가 스스로 휴학을 택해 입국을 포기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수만명의 학생이 한꺼번에 입국하여 기숙사나 학교 인근의 숙소에서 14일간 격리 생활을 하며 이상 여부를 가린 후에 정상적으로 학업에 임하게 돕는 것은 이만저만 큰일이 아니다. 이미 여러 대학이 공항에 전세버스를 보내 유학생을 별도로 학교까지 이동시키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수많은 유학생을 돌볼 인력, 예산, 지원체계 확보는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한국 대학으로서는 숨 가쁜 일이다. 고향에 다녀온 대구·경북 지역 출신 학생들도 보살펴야 한다. 2주 개강 연기로 충분할지도 걱정이며, 다수의 확진자 발생에 대한 민첩한 대응책이 사전 준비되어야 한다.
중국, 베트남 등의 유학생들을 정성껏 배려함으로써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 유학생에게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믿음을 준다면 그것은 국제사회에서 두고두고 대한민국의 자산이 될 성과이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교육부, 지방자치단체, 대학이 합심하여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현대문명이 자초한 신종 질병을 이겨내는 일인 동시에, 우리의 포용력과 국격을 대외적으로 입증할 기회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이 가장 고통받고 주로 희생당하는 쓰라린 현실을 극복하는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19 대처 능력은 그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과 밀접하다. 새 감염병 발견을 처음 알린 의사인 고(故) 리원량의 경고에 중국 당국이 귀를 기울였다면 지금 세계는 훨씬 평안했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우한의 실태를 비판적으로 보도하던 기자들마저 재갈을 물렸다. 권위주의적 경향이 날로 심해지는 시진핑체제가 시험에 들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또 다른 이웃나라 일본의 실상도 마찬가지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의 정치적 활용에 골몰하며 후쿠시마의 계속되는 후유증도 덮고 코로나19 사태도 애써 무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뜸 동양인 등교금지 조처를 내렸던 로마의 유명한 음악학교의 무감각이 유럽에서 확진자가 유독 많은 이탈리아 상황과 무관해 보이지 않고, 이란은 환자 규모 축소 의혹을 부정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주무부서 차관이 연신 기침을 하다가 다음날 확진자가 되는 해프닝을 벌였다. 민주주의가 망가진 후진국이라 할 트럼프의 미국도 확산세가 빨라질 위험성이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박근혜 정부의 기만적인 대응이 떠오른다. 2015년 6월 대책 발표 현장에서 당시 부총리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누군가에게 전달받아 훑어본 후 넘긴 쪽지를 그대로 읽었다. 언론 카메라에 잡힌 메모에는 환자가 경유한 병원은 감염 우려가 없다고 말하라는 청와대의 요청이 적혀 있었다. 당시 청와대가 과학적 근거 없이 환자가 경유한 병원이 안전하다고 우긴 일이었지만, 바로 다음날 해당되는 병원 네 곳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지금 코로나19 극복의 최전선에 선 한국 대학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이 절실하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이미 반발이 심했던 2021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의 틀을 공청회를 열기 힘든 상황임에도 일방적으로 확정하는 모양새이며, 논란 많은 정시 확대 정책을 위한 당근으로 700억원을 책정했다. 또 작년 초 국민권익위원회가 죄 없는 대학 구성원에게 피해가 없도록 경영진의 비리가 밝혀진 사립대에 기계적으로 불이익이나 제재를 가하는 매뉴얼을 연말까지 개선하도록 권고했지만, 교육부는 모르쇠로 버티며 대학 정상화를 위해 분투하는 대학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학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하지 못하면 방역망에도 구멍이 뚫린다.
김명환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경향신문 2020년 2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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