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 북·미 협상의 ‘새로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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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9-09-26 16:49 조회20,19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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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9월 9일 미국과 실무협상에 나설 의사를 밝힌 이후 상황이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북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해 온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해임했고, ‘리비아 모델’을 언급해 북과의 협상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그를 비판했다. 18일에는 북과의 협상에 “새로운 방법(new method)”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북·미 협상의 북측 실무대표 김명길은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에 어떤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지 나로서는 다 알 수 없지만 조·미 쌍방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으며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협상을 앞두고 북·미가 입장 차이를 좁혀가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가장 중요한 외교 치적으로 내세워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기대감으로 말하자면 하노이 회담 이전에도 지금보다 작지 않았다. 단계적 접근이 새로운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지만 하노이 이전에도 미측 실무대표 스티븐 비건이 나름의 단계적 접근법을 밝힌 바 있다. 하노이에서 북·미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 것은 북·미가 모두 단계적 접근법을 이야기하더라도 여전히 해소하기 힘든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상에 큰 영향을 주는 이견은 두 가지다. 우선 내놓은 조치들의 등가성을 둘러싼 북·미의 이견이다. 북·미 모두 상대방에게 더 진전된 상응조치를 요구해 왔다. 소위 ‘영변+α’를 둘러싼 논란이 이에 해당한다. 이번 협상에서 긍정적 신호는 미국이 하노이 때처럼 빅딜에 집착하지 않는 분위기다. 북한도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북·미가 카드를 맞춰갈 수 있다.
다른 문제는 비핵화 최종상태(end state)와 관련된 이견이다. 등가성과 같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비핵화에 접근하는 기본 입장의 차이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해결이 더 어렵다. 미국은 폐기 대상의 핵 물질, 핵 관련 시설, 핵무기, ICBM 등의 신고를 전제로 최종적 비핵화로 가는 경로와 일정을 확정하려고 시도해 왔다. 반면 북한은 이는 일방적 무장해제에 가까우며 현재 북·미의 신뢰 수준에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 요구도 선비핵화론의 변종으로 간주한다.
과거 북·미 협상이 실패한 근본 원인도 여기에 있다. 예를 들면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대해 미국 대북강경파들은 북한이 보유한 과거 핵물질(재처리 플루토늄) 문제에 대한 처리가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고, 이는 제네바 합의가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북한이 자신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기 이전에 자신이 가진 카드를 완전히 내놓는 것을 당시에도 수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제네바 합의는 최종적으로 2002년 붕괴하였고 그 이후에도 북·미 협상 중단과 북의 핵·미사일 능력 향상 사이의 악순환이 지속됐다. 그 사이에 최대 핵무기 3~4개를 생산할 수 있다고 추정된 재처리 플루토늄이 수십 개의 핵무기로 변했다. 일방적 승리를 추구했던 협상 방식이 초래한 결과다. 이러한 역사를 이번에도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북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던 과거에 가능하지 않았던 요구를 지금 관철하는 것은 더 어렵다. 북·미 간 불신의 해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해결의 길은 북한이 초기적 비핵화와 관련 더 적극적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협상의 돌파구를 만들고, 그로부터 신뢰를 축적할 수 있는 일련의 행동들을 취해가며 최종적 비핵화의 구체적인 방법에 합의하고 이를 실행해가는 것이다. 북·미 협상의 성공을 위해서는 북·미가 현재의 입장에서 조금씩 더 뒤로 물러나야 한다. 이 과정을 촉진하는 것이 한국 정부의 역할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외교 초점도 이에 맞추어져야 한다.
협상을 앞두고 북·미가 입장 차이를 좁혀가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가장 중요한 외교 치적으로 내세워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기대감으로 말하자면 하노이 회담 이전에도 지금보다 작지 않았다. 단계적 접근이 새로운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지만 하노이 이전에도 미측 실무대표 스티븐 비건이 나름의 단계적 접근법을 밝힌 바 있다. 하노이에서 북·미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 것은 북·미가 모두 단계적 접근법을 이야기하더라도 여전히 해소하기 힘든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상에 큰 영향을 주는 이견은 두 가지다. 우선 내놓은 조치들의 등가성을 둘러싼 북·미의 이견이다. 북·미 모두 상대방에게 더 진전된 상응조치를 요구해 왔다. 소위 ‘영변+α’를 둘러싼 논란이 이에 해당한다. 이번 협상에서 긍정적 신호는 미국이 하노이 때처럼 빅딜에 집착하지 않는 분위기다. 북한도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북·미가 카드를 맞춰갈 수 있다.
다른 문제는 비핵화 최종상태(end state)와 관련된 이견이다. 등가성과 같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비핵화에 접근하는 기본 입장의 차이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해결이 더 어렵다. 미국은 폐기 대상의 핵 물질, 핵 관련 시설, 핵무기, ICBM 등의 신고를 전제로 최종적 비핵화로 가는 경로와 일정을 확정하려고 시도해 왔다. 반면 북한은 이는 일방적 무장해제에 가까우며 현재 북·미의 신뢰 수준에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 요구도 선비핵화론의 변종으로 간주한다.
과거 북·미 협상이 실패한 근본 원인도 여기에 있다. 예를 들면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대해 미국 대북강경파들은 북한이 보유한 과거 핵물질(재처리 플루토늄) 문제에 대한 처리가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고, 이는 제네바 합의가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북한이 자신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기 이전에 자신이 가진 카드를 완전히 내놓는 것을 당시에도 수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제네바 합의는 최종적으로 2002년 붕괴하였고 그 이후에도 북·미 협상 중단과 북의 핵·미사일 능력 향상 사이의 악순환이 지속됐다. 그 사이에 최대 핵무기 3~4개를 생산할 수 있다고 추정된 재처리 플루토늄이 수십 개의 핵무기로 변했다. 일방적 승리를 추구했던 협상 방식이 초래한 결과다. 이러한 역사를 이번에도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북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던 과거에 가능하지 않았던 요구를 지금 관철하는 것은 더 어렵다. 북·미 간 불신의 해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해결의 길은 북한이 초기적 비핵화와 관련 더 적극적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협상의 돌파구를 만들고, 그로부터 신뢰를 축적할 수 있는 일련의 행동들을 취해가며 최종적 비핵화의 구체적인 방법에 합의하고 이를 실행해가는 것이다. 북·미 협상의 성공을 위해서는 북·미가 현재의 입장에서 조금씩 더 뒤로 물러나야 한다. 이 과정을 촉진하는 것이 한국 정부의 역할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외교 초점도 이에 맞추어져야 한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국민일보. 2019년 9월 23일
원문보기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98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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