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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저성장 막는 방파제, 바이오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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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9-11-11 11:57 조회18,2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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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국민들은 분열과 대립이 나라와 경제를 해칠까 걱정한다. 정치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난 10월22일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도 소통의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야당은 경청을 거부하는 퍼포먼스로 대응했다. 대통령도 그간의 성과보다는 민생을 위한 미래 대책을 설득하는 게 더 좋았을 것 같다. 2020년도 예산안을 관통하는 핵심의제가 부각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세계 경제의 악화와 이에 대응한 재정의 역할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위기론이 과장되었는가를 논란할 여유가 별로 없다. 2017년 상황에 기초한 경기 낙관은 빨리 털어버리는 게 좋다. 한국은 글로벌 가치사슬에 의해, 세계 경제, 특히 중국과 강하게 연계되어 있다. 중국과 한국의 성장률은 2014년 이후 하락하다가 2017년 일시 반전되었다. 한국의 2017년 3.2% 성장률, 중국의 2017년 7.1% 성장률은 2010년대 중후반 추세에서는 돌출된 것이었다.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과 한국에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8년 상반기 이후 중국의 성장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급기야 3분기 성장률은 6.0%를 나타냈다. 이는 중국이 분기별 성장률을 발표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의 수출 및 투자 지표도 경기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도 2019년 3분기까지의 작년 대비 성장률이 1.9%로 떨어졌다. 재정이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다. 문제는 효과적인 정책 수단을 선별하는 것이다.

 

2017년과 2020년은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의 국정과제를 다시 그대로 열거하는 것은 당면한 현안에 대한 대응력을 약화시킨다. 지금은 저성장 파도를 막을 방파제를 세울 지점을 찾아서 재정 지출과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정부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관심이 없지는 않았다. 아이디어를 좀 더 다듬고 강한 실행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비메모리 반도체, 바이오, 미래형 자동차 등 3대 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성장 가능성 측면에서 이들 분야가 선별된 것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다만 기술 혁신은 물론 거버넌스 혁신, 사회 혁신의 관점도 포함해야 재정 효과가 높아진다. 바이오산업의 경우 고령화, 청년실업, 지방 소멸에 대응하는 기능을 감당할 수 있다.

 

정부는 이미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정부가 내놓은 바이오헬스 산업의 정의는 “생명공학, 의·약학 지식에 기초하여 인체에 사용되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다. 여기에는 의약품, 의료기기 등 제조업과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등 의료·건강관리 서비스업이 포함된다.  

 

흔히 바이오산업은 연구·개발이 핵심적 역할을 하는 기술·자본집약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회적·공간적 인프라가 함께 형성되지 않으면, 장기간·고비용의 기술혁신 과정을 뒷받침할 수 없다. 바이오경제의 양대 축은 의료·의약품 분야와 농업·식품 분야이고, 이해당사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유전자 분석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은 폭발적인 혁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병원, 제약산업, 농식품 생산·유통의 사회적 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혁신 실행의 핵심 과제이다.

 

자동차 분야에서 광주형 모델, 군산형 모델 등이 시도되는 것처럼, 바이오 분야에서도 중앙정부와 지방경제권이 협력하는 거버넌스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축적이 폭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의료·식품 시스템에 정밀 과학기술이 결합하고 있다. 융·복합을 가로막는 이해관계의 장벽을 허물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가야 한다.  

 

정책 추진에는 선두에 세우는 깃발이 중요하다. 지방은 저성장 피해와 건강 불안이 집중되는 곳이다. 지역 뉴딜 차원에서 동남권과 서남권 거점에 바이오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데 호응을 기대할 수 있다. 바이오경제의 선두에는 4차 병원 설립을 앞세우는 것이 좋다고 본다. 4차 병원은 권역응급센터, 감염병 관리, 호스피스 등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면서 권역 내 기업·대학·병원 네트워크의 허브가 될 수 있다.   

바이오경제는 도시·농촌의 관계를 재조직할 것이다. 4차 병원 등 연구·교육기관은 다양한 형태의 법인·조직들이 운영하는 숲과 바다의 ‘치유산업’의 기반이 된다. 고령화 속에서 힐링과 웰빙을 추구하는 삶에 대한 갈망이 늘고 있다. 농업·농촌은 치유산업과 연결하면서 맞춤형 기술을 실현하는 장이 된다.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경향신문 2019년 10월29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0292044005&code=990100#csidx20e81f829ca4e5381e2e5b54d461c34 onebyone.gif?action_id=20e81f829ca4e5381e2e5b54d461c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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