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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경] 아마존 산불은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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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9-09-26 16:54 조회19,7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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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허파’라는 아마존이 화재 발생 한달이 넘은 지금까지 불타고 있다는 소식에 세계가 시끄럽다. 아마존강 유역은 지구 산소의 20%를 생산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를 흡수하는 지역이자 가장 많은 생물종이 살아가는 지역이다. 아마존에서 여름부터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산불사태는 일어난 지 한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각 외신이 붉게 타오르는 밀림의 위성사진과 연기로 자욱해진 상파울루 대도시의 사진을 전하며 갑자기 화제가 됐다. 산불이 잦아들기는커녕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소식은 지구의 기후문제가 더 심화되리라는 위기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사태의 일차적이자 결정적인 책임자로 지목받는 사람은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다. 사실 그가 취임한 것은 고작 올해초의 일이다. 그럼에도 그는 곧바로 환경보호구역 지정을 해제했을 뿐만 아니라 국립공원 민영화, 아마존강 수력발전소와 다리 건설 등을 추진했고, 지역 원주민의 권리를 탄압하며 각종 개발정책을 밀어붙였다. 심지어는 산불사태 초기에 진화를 돕겠다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내정간섭이라고 거절하면서 막말을 쏟아냈다.

막무가내로 환경 관련 규제를 풀고 개발을 밀어붙이는 그의 스타일은 악당으로 비치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권력자 한사람에게 책임을 묻기에는 아마존 산불사태가 단순치 않다. 일단 최근 들어 아마존뿐만 아니라 시베리아나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산불이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데는 전체적으로 고온건조해진 날씨도 원인이다. 물론 현재 아마존과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나는 불은 농민·목장주·벌목꾼들이 고의적으로 지르는 것으로, 이렇게 숲에 불을 놓아 생존에 필요한 토지를 확보하는 행위는 밀림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원주민들 역시 해오던 일이다.

그런데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나무가 다시 자랄 수 있게 했던 원주민들의 관행과 달리 최근의 방화는 영구적인 결과를 낳으며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자급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농축산물의 해외수출을 위한 농지와 목초지를 확보하려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최대 쇠고기 수출국인 브라질은 중국과 홍콩 등 아시아지역의 쇠고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출량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자 일각에선 ‘지구의 허파를 구하고 싶다면 우리가 육식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시위를 하는 모양새다.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서로 연결돼 있고, 아마존과 같이 먼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 하더라도 그 원인에서든 결과에서든 나와 무관한 일이 되지 않는다. 아마존의 산불을 취재하러 온 기자에게 한 원주민 지도자가 말했다. “우리가 삶의 터전을 잃을 때는 관심 없던 사람들이 연기가 대도시에 미치니까 비로소 나타났다”고. 나한테 눈에 보이는 영향이 미친 후에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이미 늦다. 눈을 들어 넓게 보면 세계가 위험에 빠졌음을 알리는 상황과 존재들, 그러한 위기의 조짐은 이미 넘치도록 많다.


 

백영경. 제주대 교수

 

농민신문 2019년 9월 25일

원문보기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FRE/315577/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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