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 김정은 방중이 불발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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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9-10-25 10:04 조회19,74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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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수교 70주년 기념일이 조용히 지나갔다. 양국 정상들의 상호 방문, 특히 14년 만에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 성사되면서 양국 관계의 발전 추세는 지속됐다. 다만 양국이 수교 70주년 기념 활동을 성대히 진행하기로 합의했음에도 수교 기념일 관련 행사의 격은 높지 않았다. 정상 간 축전 교환 등 의례적 행사만 진행됐다. 9월 초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방북했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김정은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는 그 조짐이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객관적 상황이 김정은 방중과 같은 중요한 정치 행사를 진행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둘러싼 논란으로 10월에야 열리게 된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앞두고 있었다. 중국 역시 국내적으로는 건국 70주년 행사에 초점을 맞추었고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 협상이 주요 고비를 맞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시기 대외적으로 적극 선전되지는 않았지만 북·중 사이에 고위급 군사 교류가 진행되었다. 지난 8월 북한의 김수길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 23일에는 중국의 궈보슝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이끄는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했다. 이렇게 보면 양국의 협력은 계속 진전되고 있다. 김정은의 방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북·중 관계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식으로 과잉 해석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북·중 관계가 더 이상의 진전을 위한 동력은 만들지는 못한 탓에 김정은 방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올해 6월 시진핑의 방북까지 빠르게 발전하던 북·중 관계가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양국 관계의 발전은 북·미 회담 진전과 같은 외부 상황의 변화에 의해 촉발된 측면이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담판을 앞두고 협상 레버리지를 강화하기 위해 중국을 필요로 했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차이나패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북한의 접근은 중국에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었다. 정상회담들이 활발하게 이어졌고, 중국은 대북 제재의 틀 내에서이긴 하지만 관광산업 등을 통해 협력을 진전시키면서 북한의 전략 노선 전환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문제는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화려한 수사와 달리 북한과 중국 사이의 전략적 이익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고 상대에 대한 의구심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협상이 어려움에 빠질 경우 북한이 다시 핵과 미사일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중·미 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과의 협력에서 비핵화를 주요 원칙으로 계속 강조해 왔다. 반면 북한은 중국이 북·미 협상에서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거들기보다는 북한 문제를 다른 외교적 목적을 위해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대북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중국이 이를 위해 실질적인 외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따라서 북한은 ICBM 발사 등의 군사적 선택권을 계속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북·중 관계가 더 진전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결국 문제는 다시 북·미 관계로 돌아온다. 그런데 북·미 협상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 북·미 협상이 진전되지 못할 경우 북·중 관계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안전판으로 작용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시점에서 한·중 관계의 발전, 특히 전략적 협력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최근까지 한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의 역할을 이끌어내는 데 집중했다. 중국도 북한과의 관계 강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 탓에 한·중 모두 스스로 외교 공간을 축소시켜 왔다. 상황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의 공동 번영을 위해 한·중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커진다.
먼저 객관적 상황이 김정은 방중과 같은 중요한 정치 행사를 진행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둘러싼 논란으로 10월에야 열리게 된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앞두고 있었다. 중국 역시 국내적으로는 건국 70주년 행사에 초점을 맞추었고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 협상이 주요 고비를 맞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시기 대외적으로 적극 선전되지는 않았지만 북·중 사이에 고위급 군사 교류가 진행되었다. 지난 8월 북한의 김수길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 23일에는 중국의 궈보슝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이끄는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했다. 이렇게 보면 양국의 협력은 계속 진전되고 있다. 김정은의 방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북·중 관계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식으로 과잉 해석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북·중 관계가 더 이상의 진전을 위한 동력은 만들지는 못한 탓에 김정은 방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올해 6월 시진핑의 방북까지 빠르게 발전하던 북·중 관계가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양국 관계의 발전은 북·미 회담 진전과 같은 외부 상황의 변화에 의해 촉발된 측면이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담판을 앞두고 협상 레버리지를 강화하기 위해 중국을 필요로 했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차이나패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북한의 접근은 중국에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었다. 정상회담들이 활발하게 이어졌고, 중국은 대북 제재의 틀 내에서이긴 하지만 관광산업 등을 통해 협력을 진전시키면서 북한의 전략 노선 전환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문제는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화려한 수사와 달리 북한과 중국 사이의 전략적 이익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고 상대에 대한 의구심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협상이 어려움에 빠질 경우 북한이 다시 핵과 미사일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중·미 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과의 협력에서 비핵화를 주요 원칙으로 계속 강조해 왔다. 반면 북한은 중국이 북·미 협상에서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거들기보다는 북한 문제를 다른 외교적 목적을 위해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대북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중국이 이를 위해 실질적인 외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따라서 북한은 ICBM 발사 등의 군사적 선택권을 계속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북·중 관계가 더 진전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결국 문제는 다시 북·미 관계로 돌아온다. 그런데 북·미 협상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 북·미 협상이 진전되지 못할 경우 북·중 관계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안전판으로 작용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시점에서 한·중 관계의 발전, 특히 전략적 협력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최근까지 한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의 역할을 이끌어내는 데 집중했다. 중국도 북한과의 관계 강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 탓에 한·중 모두 스스로 외교 공간을 축소시켜 왔다. 상황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의 공동 번영을 위해 한·중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커진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
국민일보 2019년 10월21일
[원문]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03580
[원문]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03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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