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영]미·중 갈등 내다보는 '한미책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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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9-06-14 10:44 조회25,40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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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위에서 경제에 큰일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많다. 달러나 금을 사 모으는 방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불안감이 퍼지는 데에는 가짜뉴스를 포함한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그러나 불안감은 생존 환경의 급변에 따른 예민한 반응이기도 하다.
미·중 갈등에 관한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는데, 이것이 매우 중대한 구조적·체제적 전환이라는 점이 점점 확연해지고 있다. 지식사회에서 세계질서의 대전환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5월31일 코리아컨센서스연구원 등이 개최한 학회가 그 사례다.
학회에 참석한 학자들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자유주의 세계질서가 동요하고 있다. 자유주의 질서의 핵심은 개방적 국제경제질서, 협력적 안보, 다자주의 국제제도, 규칙 기반 질서, 자유주의의 이념과 덕목 등이다. 이는 1차 세계대전 후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신기원을 열었고,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본격적으로 구축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이 수립한 자유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자이면서 이 질서가 쇠퇴하는 구조 전환의 징후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포퓰리즘은 미국의 세계전략의 대전환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1990년대 이후 진전된 글로벌 전환의 흐름은 이제 종식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대한 전환점은 2008년과 2018년이다. 2008년에는 대침체와 함께 러시아의 팽창주의, 중국의 부상이라는 지정학적 위기가 발현되었다. 이러한 ‘쌍둥이 위기’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라는 구조적 흐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018년에는 미·중 무역전쟁, 주요 7개국(G7) 캐나다 정상회의, 시리아와 아프간 철군 선언 등 결정적 전환점을 보여주었다.
미국 국내 정치질서 역시 대전환 시대에 들어섰다. 미국은 건국 이래 낙관적 에토스의 국가였다. 낙관주의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프랭클린 루스벨트, 로널드 레이건 등에 의해 재구축된 바 있다. 그러나 오늘날 대다수 미국인들은 미국의 미래를 비관한다. 비관주의 에토스는 극단적 정치투쟁을 낳고 기존 제도의 귄위를 무너뜨렸다. 케인스주의, 신자유주의 등 지배적 담론의 권위는 이미 붕괴되었다. 뉴미디어는 분노에 찬 정치세력에게 효과적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종합하면, 미국의 일방주의 강화와 중국과의 갈등은 새로운 ‘역사적 국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새로운 국면에서 경제는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까? 성장·분배·고용이 중요한 지표이지만, 좀 더 빠르고 민감한 것은 무역·금융·산업 동향이다.
2017년은 트럼프 호황으로의 전환이 있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6년 2.7%에서 2017년 4.2%, 2018년 5.2%로 뛰어올랐다. 2018년을 지내면서 이러한 전환의 의미가 분명해졌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2016년 마이너스 1.1%에서 2017년 2.4%로 올랐다가 2018년 1.2%로 내려갔다. 미국의 대중국 수입 증가율도 2016년 0.6%, 2017년 0.9%에서 2018년 마이너스 0.4%로 하락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세계경제를 위축시키는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그렇다고 그 효과가 모두에게 균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한발 물러서 있지만, 아·태지역은 여전히 역동적 통합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추진 중 미국은 탈퇴 선언을 했지만, 일본·캐나다·호주 등 11개국은 논의를 계속해 2018년 12월30일 출범에 이르렀다. 일본·유럽연합(EU) 사이의 경제동반자협정(EPA)도 2019년 2월1일 발효되었다. 이는 전 세계 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이다. 또한 동남아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올랐다. 특히 베트남은 2016년 6.2%, 2017년 6.8%, 2018년 7.1%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한반도는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세계자본주의에 접속했다. 그러나 조선왕조는 세계체제와의 연결, 국내체제의 재편에 실패하면서 망국의 길로 갔다. 2차 세계대전 후 세계체제 구축 과정에서 한반도에는 분단체제가 형성되고 말았다. 최근 역사적 국면에도 체제 전환 흐름에 각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1880년 황준헌은 러시아의 압박에 대해 친(親)중국, 결(結)일본, 연(聯)미국의 ‘조선책략’을 권고한 바 있다. 이제 미·중 간 갈등 현안을 미리 살피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또한 남북, 일본, 동남아·태평양과의 연결이 생명선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일본과의 관계를 재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치권과 정부의 결단을 기대한다.
이일영. 한신대 사회혁신 경영대학원장
경향신문 2019년 6월 11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6112037005&code=990100#csidx9a78c7f865d4cf2a2ca0b2a1acd88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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