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영] '성장률 쇼크' 대응방향
페이지 정보
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9-05-24 14:38 조회28,366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문재인 정부가 출범 2년을 지나면서 삼각파도를 맞고 있다. 정치권은 정면충돌 사태를 겪었고, 북한의 무력시위로 다시 긴장이 높아졌다. 올해 1분기 성장률 발표가 나오면서 한국 경제가 ‘성장률 쇼크’에 빠졌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차분히 항로를 다잡아야 할 시점이다.
한국은행 발표에 의하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이 이전 분기보다 0.340% 감소했다. 이 수치는 2008년 4분기(-3.3%)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투자, 소비, 수출 요인이 모두 좋지 않게 나왔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10.8% 줄었다. 이는 1998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출도 전 분기보다 2.6% 줄었다.
성장률 후퇴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 탓이라는 비판도 있고, 민생을 위해 추경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선 지나친 흥분은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기간을 분기가 아닌 1년으로 늘리면 소폭의 플러스 성장률로 나타난다. 2017년 4분기에도 마이너스 0.213%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지만, 2018년 1분기 이후 바로 회복된 바 있다. 그러나 흐름이 좋지 않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한국의 성장률이 OECD 평균보다는 아직 높지만, 분기별 성장률 변동 폭은 더 커서 염려가 된다.
성장구조가 좋지 않고 시중 심리가 불안하기 때문에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재정지출 확대 방향을 잡을 때, 재원 조달 방안과 지출 용도를 잘 따져야 한다. 세입 증대는 긴축효과를 낳으므로 국채 발행을 지지하는 견해가 늘고 있다. 국채를 발행할 때는 금리 및 환율 등 가격변수를 살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재정지출 효과도 다양하므로 승수효과를 늘리는 구조정책이 필요하다.
그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이 제시됐으나, 정책 개념이 분명치 않고 뚜렷한 실적을 거두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2주년을 맞이하면서 산업정책 개념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바이오, 미래형 자동차 등 3대 분야를 ‘중점 육성 산업’으로 선정하고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동아시아 발전모델의 한 유형이다. 그리고 산업정책은 동아시아 발전모델의 핵심 정책수단이었다. 한국은 산업정책을 활용하여 중화학공업, 정보기술산업 등을 주력으로 하는 산업국가를 만들었다. 그러나 산업의 성격이 변화하면서 산업정책도 새롭게 태어나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한국경제는 혁신된 산업정책을 구사해서 그간의 발전모델을 혁신해야 한다. 이때 다음의 방향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산업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 이제 서비스의 상당 부분이 제조업과 밀접히 관련되는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 효과의 적용, 기술전쟁이 격화된 글로벌 체제 변동은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성격을 변화시키고 있다. 개념설계 활동과 생산 활동이 지리적·조직적으로 분리되기보다는 통합·융합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산업정책의 목표를 특정 분야의 ‘국가대표기업’을 만드는 것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산업정책은 생산시스템 또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즉 제조업, 제조업 관련 서비스, 인력훈련 기관, 연구기관, 지원 공공기관 등의 유기적 관계 구축에 정책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김계환 박사).
둘째, 산업 혁신에서 공간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디지털화와 글로벌화는 거리의 격차를 없애서 도시의 해체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의 강화와 밀집성을 증대시켰다. 전통적 제조업 도시들은 라이프 사이클에 의한 쇠퇴를 겪지만 혁신산업은 세계도시에 집중하고 있다. 혁신·지식기반 경제에서 생산과 생산 전후 활동은 긴밀히 상호작용하고 있고, 네트워크에 의한 혁신이 중요해지면서 도시 혁신공간이 부흥하고 있다(김형주 박사).
셋째, 산업·지역 정책의 거버넌스를 재구축해야 한다. 일본의 통산성, 한국의 상공부 등 산업정책 부서는 과거 동아시아 발전모델을 형성한 전초기지였다. 이제 과거 모델을 혁신하기 위해 글로벌 차원의 혁신공간과 산업공유자산 구축을 핵심 목표로 하는 새로운 조직·제도가 필요하다.
산업부, 국토부 등 여러 관련 부처가 있지만, 정부부처의 통폐합은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수도권, 동남권, 서남권의 조건이 너무 다르기도 하다. 따라서 글로벌 차원의 산업생태계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광역차원의 전략단위를 형성하고 이를 중앙부처가 지원하게 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 방안이라고 본다.
이일영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장
경향신문 2019년 5월 14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