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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공영형 사립대와 대학 공동입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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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9-06-07 14:33 조회28,2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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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의 부정과 비리가 쉴 새 없이 터지고 있다. 표절과 데이터 조작 등 일반인에게 낯익은 연구부정행위도 모자라 가짜 학회를 드나드는가 하면 연구에 기여하지도 않은 아들딸을 논문 공저자로 올린 일은 같은 교수로서 말문이 막힌다. 대학의 변화와 발전은 촛불의 시대정신에 답하는 교수사회의 자기혁신이 따라야 가능하다.  

 

고등교육 개혁은 돈만으로 달성되지 않지만, 돈 없이는 불가능한 것 또한 현실이다. 최근 대학교육연구소(이하 대교연)가 기존의 공영형 사립대 방안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낸 연구보고서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도입 방안’과 교육평론가 이범씨가 주장해온 주요 국공립·사립대를 묶는 대학 공동입학제를 보면 재정 투자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대교연 보고서에서 사립대학이 공영형(또는 정부책임형)과 독립형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기존 구상에 대한 비판은 설득력이 높다. 정부가 대학 운영예산 절반을 지원하는 대가로 현재의 사학 ‘소유주’들이 자신의 권한을 대폭 제한하고 투명성을 높여야 하는 공영형 사립대를 선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내가 봐도 법인이사회의 반수를 개방이사를 포함한 공익이사로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반발을 다독이기 위해 법인이사회 구성을 그대로 두되 재정과 회계의 권한을 가진 재정위원회(혹은 경영위원회)를 신설하는 안도 쉽지 않다.
 

또 보고서는 독립형을 택한 서울지역 주요 대학과 나머지 대학으로 사립대가 양분되어 1부와 2부 리그가 되고 말며, 서울의 독립형 사립대들이 주어진 자율성을 남용하여 대학의 공공성을 훼손함으로써 결국 정책 목표와 멀어질 위험을 강조한다. 이 점만큼은 이범씨의 지론과 통하지만, 해결 방향은 양자가 사뭇 다르다.  

 

이범씨는 강고한 대학서열구조에 따르는 살인적인 입시경쟁을 없애기 위해 전국 국공립대학과 주요 사립대를 묶어 교수 1인당 연 1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주는 대신에 학생 선발권을 넘겨받아 공동입학제를 실시하자고 한다. 그에 따르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국공립대네트워크’ 구상의 대안인 이 구상을 실현하려면 정부 예산의 1% 정도인 연 4조~5조원이 필요하며, 급감하는 학령인구로 인해 전국 대입정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공동입학제가 가능하다.  

 

물론 시행 첫해부터 그 돈이 다 필요하지는 않을 테고 대학과의 협약을 통해 지원액을 매년 단계적으로 늘려가게 되겠지만, 터무니없는 액수라는 반박도 나올 터이고 기획재정부 담당자는 코웃음을 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시들어가는 심각한 현실 앞에서 막대한 재정 지출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촉구하는 절박함에는 공감해야 마땅하다.  

 

대교연 보고서의 해법은 전국 사립대를 모두 정부책임형으로 묶는 것이다. 연 4조원 규모의 국가장학금을 토대로 전국 대학의 실질적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고, 동시에 대학 운영의 공공성과 민주성을 관련 법률과 규정을 정비하여 높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장은 정부가 연 8조원 가까운 추가 재정을 확보해야 하지만, 학생 수 감소로 정부가 부담하는 예산은 해마다 크게 줄어든다.
 

필요한 재정 규모를 놓고 보면 두 방안 모두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 예산이 급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고등교육에만 매년 몇 조원을 쓰기 어렵다. 대교연 보고서의 맹점은 반값 등록금이 대학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고등교육의 가수요를 키울 염려도 있으며, 부실 대학에 국민 세금을 낭비한다는 손쉬운 반론을 잠재우기도 어렵다. 이범씨의 안 역시 대학에서 행해지는 연구와 교육의 질을 자동적으로 높이지 못한다. 교수사회의 자기혁신이 없으면 돈이 무슨 소용인가.
 

그러나 이 두 방안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교수사회의 혁신과 함께 가는 단계적 개혁이 가능하다고 본다. 우선 교직원들이 사학비리를 극복하고 대학 민주화를 진전시키고 있는 대학들을 찾아 대학 규모에 따라 연 100억~300억원씩 지원해야 한다. 이 시범 대학들의 성과에 따라서 주변 사립대학들의 민주화가 촉진되고 바람직한 대학 통폐합의 토대도 마련되며, 무엇보다도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더불어 거점국립대와 서울의 주요 사립대 중 원하는 몇 곳을 묶어 단계적 공동입학제를 시작할 수 있다. 이범씨의 생각대로 서열구조의 정점에 있는 대학(서울대든, 연·고대든)이 공동입학제의 보상책인 획기적 재정지원을 오래 외면하기는 힘들다. 두 사업을 합쳐 첫해에 최소 3000억~4000억원이 필요하고 매년 늘려가야 한다. 교수의 개혁성과가 사업 지원의 잣대가 되어야 하며, 사업 확대는 교수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김명환.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경향신문 2019년 6월 6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6062048005&code=990308#csidx63a2560abc6f569bda4af764fc02445 onebyone.gif?action_id=63a2560abc6f569bda4af764fc0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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