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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문재인 정부 1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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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8-11-20 16:54 조회36,4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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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년반이 지났다. 이제 문재인 정부가 제2기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그간 논란이 많던 경제정책 라인의 인사 방향도 일단 결말이 났다. 새로 배치된 정책팀은 노무현 정부 시기 때부터 함께 일한 바 있어서 팀워크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조건에 처해 있음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대전환의 ‘체제’ 변동기이다. 한국은 대국이 아니고 분단의 짐을 지고 있는 중형국가이다. 따라서 ‘한반도체제’의 변화에 대응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필자가 제안하는 ‘한반도체제’ 개념은, 세계체제-분단체제-국가체제라는 세 개 층위의 결합체이다. 각각의 층위에는 정치·군사적-경제적 계기의 두 개의 축이 존재한다.

노무현 정부 시기의 세계체제는 미·중 협조의 세계경제 성장세와 미국이 압도하는 기술·군사 혁신이 결합된 구조였다. 중국은 미국의 협조 속에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고 세계무역은 확대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지역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붐이 조성됐고, 생산과정은 글로벌 차원에서 분할, 네트워크화됐다. 한국은 동아시아 네트워크의 성장에 편승할 수 있었다. 이것이 성장의 지속과 불평등의 확대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구조적 변동이 가시화되었다. 문재인 정부 1년반은 트럼프 정부, 시진핑 정부의 시기와 겹친다. 트럼프 정부는 보편적 제국이 아닌 주권적 미국을 우선하는 방침을 내세웠다. 트럼프는 민주주의 전범의 확산을 도모한 부시나 오바마와는 다른 노선을 내세웠다. 미국의 경제적 재건을 앞세우는 것은 이미 오바마 정부 때부터 시작된 흐름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한편 4차 산업혁명은 글로벌 군사체제의 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요소이다. 중국의 시진핑체제는 스스로 대국모델을 설정하고 국가주도로 4차 산업혁명을 수행하려는 방침을 내세웠다. 이는 미국이 절대우위에 있는 군사혁신체제를 변동시킬 수 있다. 핵무기의 존재로 세계전쟁이 불가능한 조건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 상황은 통상과 금융 부문에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은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제국으로 부상한 과거 영국과는 달리 보호주의 전통도 강한 나라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트럼프는 미·중 무역분쟁의 동력을 충전했다. 중국은 보복관세를 통해 트럼프의 지지기반을 정밀 타격하려 했으나 트럼프는 러스트벨트와 팜벨트에서 승리했다. 또한 미국은 중국을 공격하는 글로벌 수준의 제도 틀도 준비했다. 지난 9월 말 체결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서는 중국을 겨냥하여 비시장경제와의 자유무역협정을 제약하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이는 미국이 맺는 양자 간 무역협정의 골격이 될 것이다.


미·중 간 갈등은 저성장 압력을 강화하는 구조적 요인이다. 그리고 향후에는 경기순환의 하강압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0년간 미국 경제의 순환적 저점은 1974년, 1982년, 1991년, 2001년, 2009년이었다. 중국 경제는 성장률 상승세가 지속되다가 2007년 14.2%의 성장률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로 전환했다. 지난 3·4분기 중국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6.5%를 나타냈다.


한편 2017~2018년 사이에 분단체제는 중대한 고비를 넘어섰다. 북핵 위기 중에는 미국이 중국과의 분쟁을 개시하지 않았지만, 북·미 간 대화가 시작되면서 중국에 대한 용인의 정도는 낮아졌다. 국면 전환기에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합의를 진전시킨 것은 중요한 성과이다. 그러나 아직 북핵 제재를 위한 국제법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서 북·미관계의 정체는 한반도 경제협력에 제약을 가하는 조건으로 작용한다.


노무현 정부 시기는 2000년 6·15선언 이후 개선된 남북관계 조건을 물려받았다.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한국 경제의 위치가 상승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더 엄혹하고 전환기적인 조건에서 출범했다. 성장과 분배의 여건은 더 나빠졌다. 세계체제·분단체제의 변동성을 더 신중하고 예민하게 고려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간 정부 정책은 ‘체제’를 관통하는 해결방안을 모색하지 못했다. 대전환 시기에 칸막이식 정책체계로는 문제에 대응하기 어렵다. 추상적 정책 담론에 대해 정쟁이 벌어지는 구도를 극복해야 한다. 한·미·중·일 관계와 남북관계를 인내심을 가지고 조율해야 한다. 저성장 추세와 주력산업의 위기에 대해 현실적인 대안을 협조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후략)


이일영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장
(경향신문, 2018년 11월 14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1142059025&code=990100#csidx004ee069dd04bbca1deac028e054b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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