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서울대 총장 선거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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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8-11-30 15:50 조회37,64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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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대 서울대 총장 재선거는 다음주에 이사회가 최종후보자를 뽑으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다. 지난 6월 이사회가 택한 최종후보자가 대통령 임명을 앞두고 뜻밖의 의혹으로 사퇴한 후 벌어진 초유의 총장 공백 사태도 수습된다. 그러나 부실했던 재선거 과정을 돌아보면 서울대만이 아니라 한국 대학의 장래를 위해 꼭 짚어야 할 쟁점들이 남아 있다.
근본적 문제는 교수들의 정치문화이다. 총장에 뜻을 둔 이는 장기간 출마를 준비한다. 주요 보직을 맡아 성과를 내고 학내외의 인적 네트워크를 다진 인물들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지만, 그 과정은 정말 훌륭한 총장감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부정적 의미의 ‘정치판’으로 종종 흐른다. 그러다보니 끼리끼리 뭉치는 이기주의가 팽배하며, 총장의 자격 요건에 대해 점점 엄해지는 사회적 눈높이에 둔감해지기도 한다.
없었으면 좋았을 재선거이지만, 사외이사 겸직의 윤리성이 부각된 점은 다행이다. 현행 제도하에서 교수의 사외이사 활동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그러나 학장, 처장 등 주요 보직자가 수천만원의 연봉까지 받으며 사외이사를 겸한다면 곤란하다. 대학과 기업 간에 산학협력으로 다양한 관계가 맺어지는 현실에서 이해관계의 충돌 등 윤리적 문제가 불거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주요 보직자는 사외이사를 하지 않도록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선거제도 전반의 문제를 시시콜콜 살필 자리는 아니지만, 법인체제의 최대 쟁점인 이사회의 구성과 역할은 따져봐야 한다. 2011년 발효된 법인화 법과 정관에 따라 이사회는 총 15인 중 과반수인 8인을 외부 인사로 구성하며,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차관이 당연직 이사이다. 내부 이사 7인 중 총장, 교육부총장과 연구부총장은 당연직이다. 외부 인사를 과반수로 못 박은 법의 취지가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받으며 사회적 영향력이 엄청난 서울대를 투명하고 책임있게 운영하려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지난봄 선거에서 의아한 일이 벌어졌다. 학장단은 이사회의 최종후보자 선정을 앞두고 총장추천위원회가 올린 3인 가운데 1순위자를 존중해달라는 건의를 올렸다. 이사회는 규정상 총장추천위원회의 순위를 참고할 뿐이다. 따라서 학장들의 건의는 특정인을 총장으로 뽑으라는 압력과 다름없었으며, 서울대에 대한 사회적 통제라는 법인체제의 기본을 거스르는 행위였다.
물론 학장들은 법인화에 따라 간선제로 바꿔 실시한 4년 전의 제26대 총장 선거를 의식했을 것이다. 당시 이사회는 토론도 없이 표결을 강행하여 2순위자를 뽑았으며, 그 이유마저 밝히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의 전형적인 인사였다.
그러나 묻고 싶다. 학장들이 이렇게 법인체제를 편한 대로 해석하고 행동해도 될까? 교수사회의 여론이 좌우한 후보자 순위를 이사회가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학장들의 요청은 대학 운영을 교수에게만 맡겨두지 않겠다는 법인체제의 틀과 어긋난다. 또 이번 선거의 출마자 일부를 비롯하여 학내에 영향력이 큰 교수들이 애당초 부실한 법인화를 지지하고도 진지한 반성 없이 법인화의 폐해 극복을 공언해온 일관성 없는 언행과 별로 다르지 않다.
엄밀히 말하자면, 4년 전 2순위자의 총장 선출은 그 자체가 결정적 문제는 아니었다. 내가 당시의 칼럼 ‘토론 없는 결정’(경향신문 2014년 7월19일자)에서 비난했듯이, 토론도 전혀 없이 내린 결정과 그 근거를 밝히지 않은 불통이 진짜 문제였다. 나는 법인화의 허점을 거듭 비판해왔지만, 충분한 토론과 합당한 설명이 따르는 선택이라면 이사회가 다음주에 어느 후보자를 골라도 흔쾌히 받아들이겠다. 대학의 주역이 교수라는 신념은 변함없지만, 진정한 대학 개혁은 아직 교수의 몫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쓰라리다. 대학의 자유와 자율성은 합당한 정치적 중립을 전제하는 것일진대, 교수가 압도적 다수였던 정책평가단은 뜻밖에도 정치에 투신했다가 총장이 되려고 돌아온 이에게 최고점을 주었던 것이다. (후략)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
(경향신문, 2018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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