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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정부 지지율 하락을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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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9-01-08 11:55 조회36,1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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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하락세에 있다. 역대 정부의 2년차 지지율에 비하면 현재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낮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 지지율의 상당 부분이 문재인 대통령이 ‘좋은 사람’이라는 데에 기반하고 있다. 경제정책에 대한 평판은 정부 지지율보다 훨씬 좋지 않다.

 

경제정책 담론과 실행의 프레임을 쇄신하지 못하면 지지율 하락의 추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정부정책이 비현실적 목적, 비효과적 수단, 나쁜 결과의 덩어리라는 판단이 국민들 사이에 확고해진다. 정책 능력에 대해 경멸의 감성이 정착되면, 정부 신뢰의 기반이 붕괴된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주요 담론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의제였다. 그러나 이들은 담론 차원에서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지 못했고, 여러 행위자를 조정·통제하는 네트워크로 발전하지 못했다. 반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제, 주 52시간 근로제는 정부정책을 반대하는 네트워크의 핵심 행위자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제 객관적 사실이 과연 무엇이냐를 놓고 국민을 설득하려 해도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데이터를 가지고 최저임금과 고용상황의 인과관계를 따지는 것과 국민들이 정책 능력을 평가하는 것과는 별 관련이 없다. 많은 국민들이 경제현실에 대해 직관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

 

11월 말 시행된 한 여론조사 결과의 내면을 살펴보자. 이에 따르면,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의 배를 넘는다. 그런데 ‘매우 잘하고 있다’는 3.2%인데,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21%로 강한 부정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았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서는 ‘매우 찬성’ 13.1%, ‘매우 반대’ 17.8%였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매우 바람직하다’ 11.6%,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20.2%로 나타났다(중앙일보, 2018·12·4).  

 

여기에서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강한 반대와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강한 부정이 비슷한 수치로 나타난 점이 주목된다. 이것이 과연 우연일까? 최저임금 정책과 소득주도성장 담론에 대한 비판적 입장과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강한 네트워크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경제정책 담론이 경제현실 악화의 맥락으로 연결되고 재해석되는 ‘번역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면 경제정책 담론이 리더십 파워를 갉아먹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정책담론이 상황과 부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 리더십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는 상황지능, 다시 말해 상황에 대한 인식 능력이다. 상황지능은 체제 전체를 종합하는 통찰력과 위기 상황과 긴급성을 분별해내는 능력이다.  

 

지지율 하락을 막으려면, 우선은 정책 담론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위기란, 정부정책 능력에 대한 위협이 커졌고 이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상황이다. 위기는 시간적으로 긴급한 상황이지만, 통상의 제약조건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위기의 본질을 인식하게 되면 새롭게 공유할 목표가 형성된다. 좋은 정책은 종종 위기 상황에서 나오게 된다.

 

어떤 조직이든 관성이 작동한다. 핵심추종자, 관료, 이해관계자 집단은 기존 프레임에서 쉽게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라 갑자기 출범해서 준비가 부족했던 측면도 있다. 그러나 위기감을 가진다면, 새로운 체제모델과 이행전략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정책능력 훼손을 막으려면, 상황의 핵심을 짚어야 한다. 세계체제와 기술·산업체제의 대전환이라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체제 차원의 비전에 입각해서 정책 담론과 실행을 진행해야 한다. 체제적 상황과 비전에 연결되지 않는 부분적 정책은 국민들의 감성과 영감에 부응하지 못한다.

 

현단계의 체제 변동은 일국 차원의 거시경제 모델로는 파악할 수 없다. 거대한 전환에 대응하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세계체제·분단체제 변동에 대응하는 경제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기술 및 생산체제의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산업·자산체제, 노동·사회체제, 지역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일거에 일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다층에서의 체제 형성 전략을 꿰뚫는 프로젝트형 실험을 전개해야 한다. 위기는 기존의 가치와 시스템에 도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위기는 현실의 제약조건을 뚫고 변혁적 리더십을 작동시키기에 좋은 조건이다. 극단과 치우침을 경계하고, 상황의 정곡을 찔러야 한다. 새로운 체제 형성을 위한 핵심 프로젝트를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일영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장
(경향신문, 2018년 12월 12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2122041045&code=990100#csidx0f0ff659f0060ba8f89775597eac2cf onebyone.gif?action_id=0f0ff659f0060ba8f89775597eac2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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