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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촛불다운 사회경제정책과 여당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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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8-08-24 10:50 조회36,3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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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60%대 초반으로 내려앉은 사실은 큰 의미가 없다. 여전히 매우 높은 지지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참여정부의 정책 실패가 남긴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불안해하는 것도 현실이다.

 


촛불은 건재하며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촛불에 힘입어 현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길을 열고 있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벌인 온갖 퇴행을 바로잡고 범죄를 다스리는 중이다. 아직 종전선언은 아슬아슬한 물밑 협상 중이고 계엄령 문건 수사에 대한 군 일각의 반발은 기가 차지만, 촛불의 거대한 힘을 가로막기는 힘들다.


그러나 최저임금이나 세제개편 논란에서 드러나듯이 민생 문제에서 큰 물길을 돌리지 못하면 정권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는 궁핍 속에 미래에 대한 희망에 목마른 이들이 많고, 국민 대다수가 승자독식과 각자도생의 아수라판에 갇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잘 설계된 사회경제정책을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여 순조롭게 집행해도 정책 효과를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기득권의 저항도 집요하고, 얽히고설킨 구조적 문제 탓에 크고 작은 이해 갈등이 도처에서 빚어진다. 세계 경제의 동향이 불가항력의 변수가 되기도 한다. 사회경제정책의 성공을 위해 이해당사자 간의 대화와 신뢰 구축이 관건이 되는 이유이다. 지난 5월 국회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을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설령 오랫동안 합의에 실패를 거듭한 문제라고 해도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방법이었다.


물론 책임있는 집권당이라면 때로 욕을 먹을 짓도 해야 한다. 또 집권당의 기업 친화적인 태도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며, 자본주의가 잘 돌아가려면 우선 기업이 건전하고 튼튼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주목하며 창조적인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는 대신에 기성의 재벌과 대기업의 위력에 기대는 쪽이라면 얘기는 크게 달라진다. 나아가 여당의 친기업 성향이 저임금 노동자의 곤경에 대한 무관심과 결부된다면 촛불의 뜻과 어긋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최저임금 문제가 ‘을과 을의 싸움’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일에도 책임이 크다. 한계선에 놓인 자영업자들을 도울 각종 정책과 민생법안을 외면하는 수구세력을 야무지게 몰아세우지 못했다. ‘민주정부 10년’의 경험을 제대로 성찰한 집권당이라면 이렇게 심상치 않은 국면을 미리 대비하여 당의 정책 역량을 총동원하고 정부와 민간 연구기관의 도움도 받아가며 수구세력의 사실 왜곡과 논리적인 허점을 날카롭게 파고들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정책의 약점까지 보완하면서 행정부 견제라는 입법부의 역할도 다할 일이었다.

 

최근 반갑게도 KTX 여승무원들의 복직이 결정되고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문제도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KTX 여승무원들의 복직은 집권층의 해결 의지도 강했지만 대법원이 1, 2심의 해고무효 판결을 무리하게 뒤집은 사안이라서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덕도 봤다.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도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어 재판 중인 사정이 작용했을 것이다. 바꿔 말해, 이들 희소식이 정부가 확고한 원칙 위에서 안정된 노동정책을 펴기 시작했다는 증거가 되기는 어렵다.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버린 서른 번째 쌍용차 해고자가 나왔고, 폭염 속에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도 여전함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달에 ‘대학 시간강사법’이 타결되었다. 당사자인 시간강사들부터 반대한 법 개정안은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국회를 통과한 후 네 번이나 시행이 유예되며 표류했다. 그 과정에서 빚어진 부작용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결국 올 3월에 교육부가 구성한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가 무려 15회의 논의를 거쳐 이해당사자들이 합의한 개선안을 내놓았다. 아직 미흡한 내용도 많지만, 이 방식이 우리가 갈 길이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 분담을 요구하며 대학들이 반발할 때 여당이 법안 통과를 어떻게 이루어낼지 못내 불안하다. 지난달 30일에 나온 세법 개정안이 촛불에 어울리는 사회경제정책을 위한 증세와 거리가 멀어 더욱 그러하다. (후략)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
(경향신문, 2018년 8월 2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8022034045&code=990308#csidxee8b9f275f09a8d8d47cce48a79994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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