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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공영형 사립대’ 꼭 지켜야 할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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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8-09-10 16:49 조회35,5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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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공영형 사립대 추진을 위한 예산이 빠졌다. 고등교육 공약 중에서 큰 의미를 지닌 사업이라서 심각한 파장이 일고 있다. 당장 재론에 부쳐 내년에 시범사업을 할 적절한 예산을 확보해야 마땅하다.

 
정부의 사회경제정책이 혼선과 난관을 겪는 와중에 교육정책은 국민을 적지 않게 실망시켰다. 대학입시 개편 논의 등에서 교육부는 일관된 개혁 추진력도 부족했고 미래를 멀리 내다보는 큰 그림도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교육 분야는 대규모 재정이 필요한 과제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터라 강한 정책 의지와 탄탄한 국민적 지지가 긴요하기에 더욱 안타깝다.


현 정부는 이미 올해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약 1조4000억원 증액하는 등 국가의 보육 책임을 명확히 하며 지난 정권이 저지른 소모적 갈등을 끝냈다. 내년 교육 예산도 여러 항목에 걸쳐 올해보다 총 6조9730억원(10.2%)이나 늘어났다. 하지만 고등교육과 관련한 굵직한 공약은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 주요공약은 거점 국립대 집중육성을 비롯한 국공립대학 네트워크 구축, 공영형 사립대의 단계적 확대, 전문대학의 획기적 발전을 포함한 평생·직업교육 혁신으로 간추려진다. 이 중에서 제일 급한 것을 고르라면 공영형 사립대이다. 국공립대 네트워크는 과제의 규모에 비해 아직 막연한 구상 차원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공영형 사립대 사업은 단계적으로 추진하면 상대적으로 소요 재정이 크지 않다. 현재 전문대학 대부분이 사학인 까닭에 두 번째와 세 번째 과제를 하나로 묶어 추진하는 장점도 있다.


공영형 사립대는 전체 대학의 80% 이상이 사학인 우리 현실에서 대학 생태계 혁신을 위해 필요불가결하다. 아직 정권 초반기인 내년에 꼭 시작해야 한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폐쇄적 사학 운영이 지속되면 대학 구성원과 지역사회, 나라 전체가 피해를 본다. 또 이 사업이야말로 지역균형 발전에 기여할 매우 효과적인 방안이다. 훗날 사업의 성공이 확인되는 단계에서 서울과 수도권 대학 다수도 공영형 사립대로 바뀌면, 사학 위주의 한국 대학이 안고 있던 약점을 극복하고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대전환을 이루게 된다.

 

공영형 사립대 선정의 기준은 무엇인가? 공약 제시 과정에서 나온 “건실하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사립대”라는 표현은 다소 모호하다. 이런 사립대라면 어차피 잘해나갈 터인데 재정 지원까지 하면 형평에 어긋나고 국민 세금이 낭비된다고 오해할 수 있다.


따라서 당장은 세 가지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 첫째, 수도권이 아닌 지방대학이어야 한다. 둘째, 대학 구성원들이 대학 민주화와 발전을 위해 싸운 역사와 성과가 있어야 한다. 특히 교수진이 단결하여 자신의 급여를 동결·삭감하는 희생까지 한다면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셋째, 비리사학세력을 쫓아냈거나 무력화하여 이사회, 평의원회, 교수회 등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세 조건을 충족하는 대학이라면 최근 대학평가의 자율개선대학 명단에서 탈락한 대학이라도 얼마든지 공영형 사학의 첫 실험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영형 사립대를 위한 법률 제·개정 등 법적 근거도 마련되지 않았고 재정 효율성도 불투명한데 어떻게 큰돈을 쓰느냐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내년 예산이 크게 증액된 국립대학 육성, 산학협력, 학술연구지원, 전문대학 혁신지원 사업 등에 비해 공영형 사립대가 명분과 재정 효율성에서 뒤떨어진다고 볼 근거는 미약하다.


또 예산이 늘어난 사업들과 내용이 중첩되는 경우도 많아 예산 조정의 여지도 크다. 더구나 ‘촛불정부’답게 고등교육의 앞날을 위한 원대한 꿈을 펼쳐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이 사업이 미덥지 않다면 개별 대학에 배정된 예산을 당분간 등록금 인하와 교육비 투자에만 쓰도록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다. 공영형 사립대는 국공립대 수준의 등록금으로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난 정권은 ‘반값 등록금’을 위해 국가장학금을 무려 4조원 가까이 늘렸다. 그러나 국가장학금은 소득분위별로 차등지급하는 시혜적 제도라서 특정 소득분위에 속하지 않는 다수 학생은 혜택을 실감하기 어렵고, 학생 개인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은 간접적으로 한계사학의 연명을 돕는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마저 있다. (후략)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
(경향신문, 2018년 8월 30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8302051025&code=990308#csidxf117e742ea8f61d96ce8d47659d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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