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달라지지 않는 대학 구조조정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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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8-07-12 10:45 조회37,21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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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교육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위해 실시한 대학평가의 부작용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렵다. 작년 5월 새 정부가 출범한 후 더 나은 구조조정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대학평가를 1년 유예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던 이유이다. 그러나 새 정부의 교육부는 ‘대학 기본역량진단’(이하 역량진단)이라는 새 이름의 대학평가를 강행하며 한층 공정하게 개선되었다고 자부했지만, 6월20일 발표된 1단계 평가는 예상대로 대학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역량진단을 통하여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된 대학은 정원 감축 권고 없이 정부의 일반재정지원을 받게 되지만, 탈락한 대학은 2단계 평가를 거쳐 탈락이 확정되면 정원 감축 권고와 함께 정부 재정지원 제한 등 각종 불이익을 받게 된다. 교육부는 이처럼 개별 대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1단계 평가에 대해 자율개선대학 선정 명단을 담은 보도자료 하나 내놓지 않고 각 대학에 해당 대학의 평가 결과만 알렸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예비 결과라는 명분을 내세운 모양이지만, 각 대학을 일일이 접촉하여 전체 명단을 알아내느라 기자들만 고생했고 일부 언론은 오보를 냈다. 1단계 결과를 놓고 역량진단의 심각한 허점을 세 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자율개선대학 선정에 비리사학 여부는 반영되지 않았다. 두드러진 예는 상지대학교의 자율개선대학 탈락이다. 상지대는 장기간의 대학 민주화 투쟁 끝에 승리하여 학교가 알차게 발전하던 중에 이명박 정부에서 사립학교법의 독소조항인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부당한 결정에 따라 김문기 전 이사장 세력이 복귀하여 학교를 망가뜨렸다. 작년에 겨우 비리집단을 다시 몰아내고 정상화의 길을 가려는 참에 자율개선대학에서 탈락한 것이다. 사학비리세력이 저지른 잘못을 엉뚱하게 죄 없는 대학 구성원과 지역사회에 고스란히 전가하는 꼴이다. 도무지 촛불정부가 내릴 수 없는 결정 밑에 깔린 둔감함에 분한 생각마저 치솟는다. 2단계 평가에서 예외로 판단하여 구제해야 마땅하다.
또 자율개선대학 명단에는 비리세력 때문에 자율적으로 개선될 길이 없는 대학들도 있다. 얼마 전 교육부 공무원이 비리제보자 신원과 제보 내용을 해당 대학에 유출하여 말썽이 난 수원대가 좋은 본보기다. 작년부터 무려 100건 넘게 제보된 사학비리에 대한 엄정한 감사를 통해 그 결과를 역량진단에 반영하는 것은 현행의 평가체제로는 불가능하지만, 사학비리를 척결해야 올바른 대학 구조조정과 개혁이 가능함은 수원대 사례 하나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둘째, 권역별 평가를 도입해서 지역 균형발전을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역시 수도권 편중이었다. 수도권 대학의 자율개선대학 선정 비율은 90%가 넘는 반면, 지방대학은 65%대에 머물렀다. 정원 감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41개 대학 중 36개가 지방대학이니, 지역 균형발전은 공염불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역량진단에 대한 논평에서 중요한 문제를 하나 더 지적하고 있다. 입학정원이 3000명 이상인 28개 대학은 1개 대학을 제외하고 모두 선정되었지만, 1000명 미만의 소규모 대학은 절반도 채 선정되지 못했다. 대마불사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니 입학정원의 대폭 감축은 불가피하지만, 폐교를 택하는 경우를 줄여 대학 숫자를 가급적 유지해야 대학 생태계와 지역 경제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지방의 소규모 대학들은 내실이 있든 없든 다 망한다.
셋째, 전문대학에 대한 차별이 도를 넘었다. 지난 6월25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역량진단 1단계 결과가 형평성을 잃었다고 비판했듯이, 4년제 일반대학의 자율개선대학 선정 비율은 75%이지만 전문대학은 역량진단 참가대학 133개교 중 65%에 해당되는 87개교만이 선정되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도 담긴 고등직업교육의 내실 있는 발전이 가능할까.
교육부는 그동안에도 일반대학에 전문대학 고유의 실용적인 학과를 마구잡이로 허용하는 등 전문대학 교육을 곤경에 빠뜨리고 대학 생태계를 망가뜨려왔다. 국공립이 거의 없이 대부분의 학교가 사립인 전문대학 학생들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집안 출신이 대다수인 터에 비싼 등록금과 열악한 교육환경에 시달려왔고, 교수들도 어려운 여건에서 능력껏 교육을 해내기가 힘들었다. 교육부는 자신이 망가뜨린 전문대학을 아예 고사시킬 작정인가. (후략)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
(경향신문, 2018년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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