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경] 기후변화, 기술이 해결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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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8-03-13 14:32 조회40,49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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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세계 최초로 4세대 이동통신(LTE)보다 앞선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이 적용된 평화의 비둘기 공연이 눈길을 끌었다. 무선 제어되는 LED 촛불과 드론 1218개가 밤하늘에 만들어낸 아름다움은 날로 발전하는 기술에 대한 경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놀랍게 발전했다 하더라도 기술의 발전이 우리 삶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리라 믿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기후변화 현상이다. 올겨울 날씨는 여러 면에서 유난스럽다. 황사와 미세먼지는 더는 봄철 한때의 현상이 아니고, 북극의 냉기가 내려오면서 서울이 시베리아보다 더 춥다는 말도 농담이 아닌게 됐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나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생업에 지장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막상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몰라 막막한 경우가 많아서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는 특히 당혹스럽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일반인은 기후변화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해줄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에게 쉽게 의존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더 좋은 기술이 많이 개발되면 이제까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생겨난 여러가지 문제들이 모두 해결될 것이라 믿어도 좋은 것일까? 현재 세계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많은 이변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재앙이 속출하고 있다. 이제 과학기술에 대한 과도한 확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특히 기후변화처럼 과학기술 문명의 결과로 비롯된 재앙의 측면과 언제나 변화하고 있는 기후 자체의 자연적 변화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현상은 예측과 통제가 더욱 쉽지 않기도 하다.
과학기술과 민주주의 문제를 연구해 온 미국의 과학기술학자이자 법학자인 쉴라 재서노프는 과학기술로 예측·통제 가능한 미래를 그리는 현대인의 생각을 ‘자기확신의 기술’이라 불렀다. 그러면서 이와 대비해 과학기술의 불확실성과 한계를 직시하려는 ‘겸허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잡한 문제일수록 섣불리 예측하고 통제하려는 노력 자체가 더 큰 문제를 키우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당장 눈앞에 보이는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기술적 해결을 남발하기보다는,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며 실제로 다양한 처지인 사람들에게 어떤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지금 해결책이라 제시된 것들이 과연 충분할지 차분하고 겸허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후략)
백영경 한국방송통신대 교양학부 교수
(농민신문, 2018년 2월 28일)
원문보기: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FRE/287469/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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