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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촛불경제와 ‘광주형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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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8-06-28 09:51 조회37,1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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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의 폭풍이 지나갔다.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 기초단체장 226곳 중 151곳을 여당이 석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광역의원 비례대표에서는 87석 중 47석, 기초의원 비례대표에서는 385석 중 238석을 얻었다. 여당의 당선율은 광역단체장 82.3%, 광역 비례대표 54.0%에 분포한다.


이 결과를 놓고 보수와 자유한국당의 궤멸이라고도 해석하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전폭적 지지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필자는 촛불혁명의 구도가 지방선거에 그대로 이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자유한국당의 당선율은 기초단체장 23.5%, 광역 비례대표 27.6%, 기초 비례대표 34.5% 등이다. 이 수치는 19대 대선에서의 홍준표 후보 지지율 24% 선 언저리에 분포한다. 탄핵과 촛불에 대한 지지율이 70~80% 선에서 형성된 것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그대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대해 “국정 전반을 다 잘했다고 평가하고 보내준 성원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정곡을 찌른 말이다. 촛불민심이 그간의 민생 상황과 정책성과를 그대로 지지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남·북·미 관계의 변화,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 글로벌 차원의 변동을 감안하면서 촛불경제의 기둥을 재점검해야 할 시기이다.


이제는 한반도 경제가 미래의 구상이 아니라 당면한 현실로 다가왔다. 대외경제, 대내경제를 종합하는 한반도 경제의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 불평등과 불균형의 심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은 촛불민심이 합의한 바이다. 개발시대에 경부선 축 일변도로 깔린 인프라망이 뿌리 깊은 정치·경제적 불균형을 야기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중국·러시아와의 간선 철도·도로 연결에만 집중할 경우 한반도가 대륙주의의 말단부로 전락할 수도 있다. 호주·뉴질랜드 등 태평양 국가는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북방과 함께 태평양 국가들과의 연결·협력을 강화하면서 대륙주의와 해양주의의 균형을 도모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적으로 정부가 내세운 것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논란이 된 것은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정책이다. 현 상황에서 분배 개선과 수요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정책수단이다.

 

분배 개선에는 여러 가지 접근법이 있을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지지하는 전문가들도 전국 단위에서의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이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재정확대나 구조개혁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넓은 합의가 이루어져가고 있다. 더 논의해야 할 것은 어느 부문에 집중해서 실행하느냐이다. 진보·개혁 진영 일각에서는 조세·재정·복지 부문과 기업·산업 정책에서 더욱 대담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집권층 핵심부에서는 폭탄을 투하하듯 하는 정책에는 여전히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 이러한 소극적 태도에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감한 개혁조치에 저항하는 구조적 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형성된 발전주의는 산업화 시대의 대기업 체제와 민주화 시대의 지역정치 체제의 결합체이다. 그 밑바닥에는 중소기업, 자영업자, 농민 등과 같이 지역에 뿌리를 내린 프티 부르주아의 세계가 넓게 펼쳐져 있다. 낮은 내수 비중, 대통령제와 단순 다수결의 정치, 경제적 조합주의가 만연한 운동의 상황은 일관된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정치적 결정을 어렵게 한다.


그러면 어디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재벌체제와 적대화된 정치의 구조에서 어떻게 전환의 경로를 만들어갈까? 필자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협치·혼합의 거버넌스에 기대를 걸어본다. 때마침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광주시, 현대자동차, 지역협력업체가 공동출자하여 연간 10만대 규모의 자동차 생산 법인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모델을 잘 발전시키면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관통하는 지역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광주형 모델에 자율주행차, 수소차 개발 기능을 덧붙여 관련 분야 기술기업들이 합류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기술혁신, 고용증대, 노사관계, 대기업·중소기업 네트워크 등에서의 새로운 실험에 대해 정부는 좀 더 과감한 유도·지원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 일단 성공 모델이 생기면 확산이 이어질 것이다. (후략)

 

 

이일영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장

(경향신문, 2018년 6월 27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6272051025&code=990100#csidxd1d1197947fe434a14ffdfbc02d3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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