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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불가역적 비핵화 주장의 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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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8-06-29 10:10 조회37,1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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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이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이 가진 핵무기를 모두 없애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 남한에서는 많은 사람이 북한의 핵무기와 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하는 것을 ‘완전한 비핵화’로 이해하고 있지만, 이는 한반도의 반쪽만을 겨냥한 불완전한 해석이다. 비핵화의 대상은 한반도 전체가 되어야 하고, 따라서 남한뿐 아니라 북한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핵무기를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어떤 핵무기도 한반도에 존재해서도 안되고 개발되어서도 안되고 한반도를 겨냥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모두 폐기되어야 하고, 핵무기를 탑재한 항공모함과 전투기, 그리고 잠수함이 한반도 영해에 들어오는 일이 완전히 없어져야 하고, 한반도를 겨냥한 핵무기, 남한을 위한 핵우산이 사라져야 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렇게 분명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북·미 정상의 합의에 CVID라는 말이 빠져 있다고 해서 핵심이 빠진 합의, 미국이 손해보는 합의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의미의 CVID 중에서 완전과 검증 가능은 실현 가능하다. 핵무기를 한반도에서 몰아내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감시해서 확인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가역은 실현 불가능한 것이다. 불가역적 비핵화란 핵무기를 만들 가능성을 모조리 차단함으로써 다시는 핵무기를 만들 수 없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는 물리학과 화학 같은 자연과학과 기계공학, 원자력공학, 재료공학, 컴퓨터공학 같은 공학을 연구하지도 가르치지도 말고, 과학기술의 초보상태로 내려가라는 말과 다름없다.


핵무기는 과학기술의 산물이다. 과학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나라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한국과 일본도 개발하려 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것이 핵무기이다. 단지 마음을 먹지 않았거나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아야 할 처지이기 때문에 개발을 하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은 언제든지 핵무기를 가질 수 있는 잠재적 핵무기 보유국으로 여겨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북한에서 핵무기를 모두 폐기했지만 그동안 쌓아온 과학기술 수준은 그대로 유지한다면, 다시 핵무기 보유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언제든지 가능하다. 그러니 불가역적인 비핵화는 북한의 과학기술을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그럼으로써 북한을 존립 불가능의 상태로 만들어야만 가능하다. 북한이 망해 없어져야만 가능한 것이 불가역적 비핵화인 것이다.

북한이 망해야만 불가역적 비핵화가 가능하다면 CVID가 협상의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성립 불가능한 것이 된다. 망해야 할 대상과는 협상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CVID를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사람들은 협상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북한이 스스로 붕괴하거나 압박이나 전쟁을 통해 무너뜨리는 것만을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는 셈이다. 이들에게는 한반도에서 수많은 생명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자신이 누리고 있는 부와 권력을 유지하는 것만이 최대의 관심거리다. 그러나 한반도의 대다수 사람들은 오직 평화적인 방식으로만 한반도 비핵화에 도달하는 것을 원한다. 전쟁이나 압박을 통해 북한이 망하는 것은 북한 인민뿐 아니라 대다수 남한 시민들도 원하지 않는다. (후략)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경향신문, 2018년 6월 28일)

 

원문 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6282101035&code=990100#csidx305597d76246510b1e61502727b07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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