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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평화올림픽’을 이루는 외길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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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8-02-19 17:10 조회39,0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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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겨울올림픽이 시작되었다. 여자아이스하키에서 남북 단일팀이 출전하듯이 대화와 협상의 실마리가 잡혀 평창이 ‘평화올림픽’으로 역사에 남기를 누구나 소망한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강경파의 도를 넘는 북핵 관련 발언은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그들의 문제를 일일이 짚을 여유는 없지만 강경론이 공유하는 암묵적 전제, 즉 미국의 선제예방타격을 포함한 효과적인 제한 전쟁이 가능하다는 전제는 냉정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목숨이 걸린 터에 설령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마땅히 따져 봐야 할 일이며, 모두가 합리적이고 온당한 결론을 찾아내야 할 관심사이다.


실제로 선제타격이 벌어지면 북한은 과연 어떻게 나올까?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으려면 북한도 재래식 무기로 제한적인 응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통제된 무력충돌도 휴전선 이남에서는 군사적 피해 외에 증시 폭락과 환율 급상승, 외국인의 국외 탈출 소동 등 감당하기 힘든 사태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선제타격하려 했을 때 목표물은 단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의 미군은 다수의 목표를 동시에 파괴해야 한다.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나 지하 요새의 특성 때문에 목표물의 숫자와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겠지만, 여하튼 스텔스 폭격기와 크루즈 미사일은 복수의 군사목표를 해치워야 한다.


여기서 꼭 던져야 할 물음이 있다. 선제타격이 제한적이라고 미국이 공언한들 공격당한 북한군 지휘부가 그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최첨단 무기가 자신의 군사 시설 여러 곳에 한꺼번에 퍼부어질 때, 이를 국지전으로 간주하고 자제할 수 있는 군대는 지구상 어느 나라에도 없다. 파괴할 목표가 하나뿐이었음에도 1994년 미국이 공격을 단념한 까닭을 돌아봐야 한다.


북한은 민간인 살상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2010년 연평도에 수백발의 포탄을 퍼부었고, 실제로 해병대원 외에 민간인들이 희생되었다. 선제공격을 당하고 얌전히 참을 정권이 아니다. 장사정포나 스커드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만이 아니라 생화학 무기와 핵미사일의 사용 가능성까지 열릴 것이다. 선제타격은 개방된 산업국가인 대한민국 경제가 마비되고 말 각본이며, 전쟁의 승패는 무의미해진다.


한반도에서 선제 군사행동은 전면전을 부른다. 정확히 말하면 1953년 7월에 겨우 중지한 전쟁이 60년도 더 지나 다시 시작되는 비극이 벌어진다. 여기까지는 굳이 군사나 국제관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불 보듯 훤하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의 날선 위협은 그냥 엄포일까? 아니면 추가 무기구입을 압박하거나 FTA 재협상에서 큰 양보를 얻으려는 ‘북한 카드’에 불과할까? 그것도 아니면 남의 땅에서 벌어질 엄청난 살상극은 미국 영토 밖이라서 상관없는 걸까? 미 본토에 대한 핵 위협 문제까지 논의해야 할 이 대목부터는 전문적 판단이 필수이지만, 방귀가 잦으면 어찌 된다는 우리 속담이 떠오른다. 행동에 옮기지 못할 엄포도 반복하며 수위를 높이다보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 수 없다. 미국의 전문가 중에도 예방타격을 반대하는 강한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을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더구나 양국 언론이 믿을 만한 취재원을 통해 우리 정부의 아그레망까지 마친 사실을 다 확인한 후에 느닷없이 주한미국대사 내정자의 지명을 철회하는 유례없는 불협화음마저 거듭되면 불안정한 한반도는 예측 불가능한 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우리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위를 평화적인 방법에 기대는 것은 상식이며 외길 수순이다. 물론 겉으로는 아무도 대화와 협상을 부정하지 않지만,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와 ‘조건 없는 대화’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평화적 방식만이 유일한 길이라면 조건 없는 북·미대화(와 다자간대화) 또한 유일한 길이다. 이렇게 외길뿐인데도 미국의 강경 기류에 맞장구치며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내는 국내의 일부 정치인, 언론과 지식인을 보노라면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촛불시민혁명의 거센 파도 앞에 궤멸에 직면한 수구냉전세력이 대규모 무력충돌이 가져다줄 정세 역전의 헛된 단꿈을 꾸고 있다. (후략)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
(경향신문, 2018년 2월 8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2082057015&code=990308#csidx2bfe28f9b711f439809bfd8716ffd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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