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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인구썰물 시대의 청년 미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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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8-03-21 09:47 조회40,1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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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증유의 인구썰물 시대에 들어와 있다. 통계는 압도적인 수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얼마 전 발표된 ‘2017년 출생·사망통계 잠정결과’에 의하면, 작년의 합계출산율은 1.05명이다. 합계출산율은 2005년 1.08명으로 밑바닥을 친 이후 1.1~1.2명 선을 유지하다가 2017년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다.


합계출산율 1.05명은 대단히 낮은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평균 수치는 1.68명(2015년 기준)이다. 1.05명이라는 수치는 대표적 저출산 국가인 일본의 1.46명, 싱가포르의 1.24명보다도 훨씬 더 낮다. 한국은 도시국가 수준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다른 변수에 큰 변동이 없다면, 총인구 감소 시점은 2032년에서 2028년 이전으로 앞당겨질 것이다.


향후 10년간 한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변화에 직면할 것이다. 근대는 인구와 경제 성장의 기초 위에 건축된 시공간이다. 인구썰물은 근대의 시공간을 전제로 구성된 경제(학)·정치(학)·사회(학)의 구조를 바꾼다. 가계·기업·시장, 총수요·총공급의 경계가 재구성되는 시대상황은 지금까지의 경제학의 진단과 처방을 무력화시킨다. 근대 분과학문의 체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새로운 시대에 들어와 있다. 근대의 틀을 벗어나고 있는 시공간을 무엇이라 부를까? 그것이 우리의 미래다. 지금부터 앞으로의 10년 인구썰물 시대의 시공간이 우리의 현재이자 미래인 것이다. 미래를 어떻게 분석하고 만들어갈까? 당면한 변화의 본질을 진단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실현해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학이다.


어떻게 미래학을 할 것인가? 미래학은 불확실성을 즐겨 다룬다. 불확실성을 좁히지 않고 오히려 확대한다. 섣불리 아는 척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모르고 있고 간과·무시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는 특정된 것이 아니고 다른 모습과 방향이 있을 수 있다. 미래학은 예측이 아니라 개입이고 미래실현이다. 예측은 변화에 대해 수동적이지만 개입은 변화를 능동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다(박성원, ‘미래학의 미래를 위한 10가지 도전과제’, <미래연구> 1(1), 2016).


미래학의 주체는 누구인가? 청년이다. 여기서 청년이란 단순히 연령적으로 정의되는 존재가 아니다. 청년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형성하는 의미와 가치, 정책과 제도를 추구하는 사회구성원들이다. 미래는 그들이 선호하는 현실이다.

 

청년의 미래학이라는 관점에 서면 새롭게 문제를 구성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조한혜정 교수는 총체적 파국 상황을 해방적 파국으로 바꾸어내기 위한 학습을 강조한다. 청년들이 스스로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시간·자원·공간이 필요하므로, 이를 위해 청년배당, 청년특구, 청소년 전환학년제, 갭이어 제도 등을 마련하자는 것이다(조한혜정 외, <노오력의 배신>, 2016).


이와는 결이 다른 이야기들도 있다. 얼마 전 필자는 몇 명의 동료들과 함께 30대 초 청년 7명과 깊이 있는 인터뷰를 해보았다. 결혼 적령기인 그들 중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이는 2명이고 나머지 5명은 아직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1명이 정규직이고, 또 다른 2명은 정규직을 거쳐 창업·비정규직으로 전환했고, 4명은 계속 비정규직이었다. 이들은 직장, 결혼, 주거 등에서 모두 현실이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공통적인 하소연은 주거 문제였다. “답이 없다”, “오른 집값이 너무 서럽다”고 했다. 결혼을 앞두고 16평 정도의 빌라를 구하는 데 2억원 정도가 든다. 혼자 원룸에서 지내는 데도 5000만원은 필요하다. 목돈이 없으면 몸으로 더 때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직장문화의 심각성도 함께 지적했다. 남들이 괜찮다는 직장에서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정규직 안에서도 기성세대의 부조리한 관행에 절망하곤 했다. 어떤 이는 회사 내부에 기능별로 여러 자회사로 나누어져 있는 경험을 이야기했다. 다양한 층위에서 차별의 비인간적 문화가 비참한 상태라고 전했다. 촛불이나 미투 운동의 확산에 기대를 건다고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규직화 정책방향에는 이견이 많았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에 있는 이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비정규직이 위협받아서 오히려 모두가 정규직에 목매는 상황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고된 정규직에서 벗어나 시간선택제를 활용하는 비정규직 형태가 더 행복하다는 경험을 말하는 이도 있었다. (후략)

 

이일영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원장
(경향신문, 2018년 3월 7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3072045035&code=990100#csidx6c99d58fcb9a770b3a75fbd934e45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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