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렬] 수소전기차와 ‘맑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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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8-06-05 13:59 조회38,78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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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수소전기차 ‘과잉광고’를 연일 신문지면에 쏟아내고 있다. 미세먼지를 99.9% 걸러내는 공기청정기이자 발전기로서 “우리 아이들의 맑은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것이 광고의 핵심 내용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는 이런 광고에 설득당했는지 한 대에 7000만원 가까운 구입비용 중 4000만원가량을 지원한다고 한다. 3000만원에 새 차 한 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인데, 구입 신청자가 넘쳐나서 이미 지원금이 소진되었다는 말이 들린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가 만든 물건을 광고하는 것은 조금 ‘과장’이 들어가 있다고 해도 크게 탓할 것이 못된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완벽’에 가깝게 제거하는지, 정말 “우리 아이들의 맑은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지 검증해보지도 않고 수천만원을 국민 세금으로 내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자동차는 물만 배출한다고 해도 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상당량의 미세먼지를 만들어낸다. 달리는 동안 도로면에 가라앉아 있던 먼지를 휘저어 날려서 미세먼지의 농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타이어와 도로의 마찰을 통해서도 많은 양의 미세먼지를 내놓는다. 작년 독일 남서부에서 수행된 미세먼지 측정값 분석에 따르면 공기 1㎥에 들어 있는 미세먼지 중 1.9㎍이 자동차 매연에서 나온 것이었고, 그것의 여섯 배에 달하는 11.9㎍은 자동차의 주행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었다. 모든 자동차를 미세먼지 99.9% 제거능력이 있는 수소전기차나 매연이 없는 전기차로 바꾸어도 도로에서 달리는 자동차의 숫자가 크게 감소하지 않는 한 미세먼지 농도가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수소전기차의 ‘과잉광고’에서 말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 연료가 어디에서 오는 것이냐이다. 수소전기차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수소충전소가 적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는 엉뚱하게, 그러니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수소충전소를 많이 보급해야 한다는 쪽으로 흘러간다. 충전소 한 개 건설하는 데 수십억원이 들어가는데, 거기에도 세금을 쏟아부으라는 말이다. 연료로 사용되는 수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거의 논의되지 않는다. 수소는 정유공장의 부산물로 얻어지기도 하지만 원리적으로는 천연가스나 물을 분해해서 얻는다. 이때 모두 에너지가 투입되고, 천연가스의 경우 이산화탄소가 생성된다. 가격은 천연가스보다 높고, 전기분해를 이용할 경우 전기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이 전기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것이면 미세먼지도 많이 발생한다.
수소전기차는 전 세계 자동차회사에서 20여년 전인 1990년대부터 개발하던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13년 전에 수소전기차를 선보였고, 대통령은 그걸 타고 청와대를 한 바퀴 돌았다. 차에서 내린 후 그는 “명실공히 수소전지 시대로 갑니다. 제 임기 동안 적극적으로 밀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고, 엄청난 연구개발비가 수소 연구에 투입되었다. 그런데 수소전기차는 그 후 십수년간 잠잠하다가 이제야 시판이 시작되었다. 그사이 기존 자동차회사에서 거들떠보지 않던 전기차는 승승장구하여 수백만대가 보급되었다. (후략)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경향신문, 2018년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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