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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서해 NLL에 평화의 풍력발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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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8-05-09 10:46 조회41,7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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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께.


저는 북한의 에너지 담당자입니다. 지난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님과 김정은 위원장 두 정상의 판문점선언을 접하고 가슴이 벅차올라 이 편지를 씁니다. 두 분은 선언에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겠다고 하셨습니다. 에너지를 담당하는 저는 이 발표를 듣고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인정했듯이 북한은 도로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에너지 사정도 좋지 않습니다.

 
1994년 제네바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어 미국이 약속한 1000㎿급 경수로 2기만 완공되었어도 에너지 상황은 꽤 좋았을 것입니다. 지금 북한의 인민은 1990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전력을 공급받으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원자력발전소가 24개나 돌아가고 있고 한 사람이 소비하는 전기가 우리의 20배나 되는 남한에서는 경수로 2기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경수로는 지금 북한 전역에서 사용되는 전기를 모두 공급할 수 있는 아주 큰 의미를 지닌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경수로 건설뿐만 아니라 중유 공급마저 끊어버렸습니다.


사실 저는 경수로 2기 건설이 포함된 제네바합의가 그다지 반갑지 않았습니다. 완공 시점으로 못 박은 10년 안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앞섰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김정은 위원장의 말씀을 듣고 깨달은 것이지만, 경수로 건설은 처음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스위스에서 학교를 마칠 2000년경 독일을 거쳐 덴마크의 코펜하겐으로 수학여행을 간 일이 있다고 합니다. 이때 독일에서는 지붕에 태양광발전기를 올리고 벌판에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일이 한창이었고, 코펜하겐 앞바다에는 풍력발전기 20개가 세워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말씀 중에 완공되지 못한 경수로 2기 건설에 대해서도 언급하셨는데, 실패한 이유는 핵을 태양광이나 풍력같이 평화공존에 근본적으로 기여하는 대안을 가지고 해결하려 하지 않고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평화를 위협하는 핵발전으로 대신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더라도 저는 경수로 2기 건설에 투입된 2조원 이상의 비용이 아까우니 경수로 2기의 건설을 재개하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지만 그걸 고집하지는 않겠습니다. 대신에 북한에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을 널리 퍼뜨리는 일을 남한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 저는 서해 북방한계선을 따라 풍력발전기를 세우자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북방한계선은 길이가 200㎞가 넘습니다. 한계선을 따라서 250m 간격으로 풍력발전기를 세우면 800개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남한에서 제주도 한경면 앞바다에 건설한 3㎿급 해상 풍력발전기를 그곳에 세운다면, 경수로 2기에 필적하는 2400㎿의 풍력단지가 남북 협력과 평화의 상징으로 건설되는 것입니다.


물론 10조원 정도의 큰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렇지만 수조원을 쏟아붓고 중단한 경수로 사업과 비교하면 그렇게 큰 비용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비용의 조달과 발전단지 운영은 김정은 위원장이 보고 감명을 받은 코펜하겐 해상풍력단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20개 중 절반은 코펜하겐 전력공사 소유이고, 나머지 절반은 코펜하겐 시민 8000명 이상이 참여한 협동조합 소유입니다. 우리도 이런 식으로 남북한 정부에서는 공동으로 북방한계선 풍력발전공사를 설립하고, 남한의 시민과 북한의 인민은 공동으로 출자한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북방한계선 구간에 풍력발전기를 세우면, 지금까지 남과 북의 많은 젊은이가 목숨을 잃은 분쟁지역이 평화의 구역으로 바뀔 것입니다. (후략)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경향신문, 2018년 5월 3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5032103005&code=990100#csidxfdb3245a4745c8eb1b53b3e1ff58f7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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