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정] 전쟁을 계속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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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7-10-13 10:38 조회38,49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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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14114.html#csidxb924c233afb4f5db352bb50679f85c4
김정은의 북은 과연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있는 것일까? 미국이 협박을 하든, 국제사회가 제재를 하든, 문재인 정부가 대화를 제안해도 일체 응하지 않는 것은 왜일까? ‘핵무기 완성’이 궁극적 목적일까?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완성하고 나서야 ‘동등한’ 입장에서 미국과 마주하려는 것인가?
가을 산에 단풍이 퍼져가고 있건만, 북의 의도에 대한 깊은 불신은 더 깊게 퍼지고 있다. 그동안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기도 하다. 김정은 정권 들어 핵실험을 거듭하고 미사일 시험발사에 거침이 없다. 대놓고 자랑을 한다. 거기에 걸맞은 거친 언사도 한몫 거든다. 그 결과다.
하여 진보적 시각을 내세우고 대화와 협상을 선호하는 <한겨레>조차 고개를 젓는다. 박병수 선임기자는 탄식한다. “과거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되뇌던 목소리는, 핵 억제력은 ‘흥정물이 아니고’ ‘정당한 자위’며 ‘포기할 수 없다’로 바뀌었다.” 미국 내 언론도 마찬가지다. <뉴욕 타임스>도 유사한 논조를 보인다. 데이비드 생어 기자도 리용호 북 외무상을 인용하며 고개를 젓는다.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케트를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선택한 핵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북과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비관론은 정부의 입장에도 스며들고 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북한 현 정권 붕괴 촉진, 체제 변화 추구, 한반도 통일 가속화, 비무장지대 이북 군사력 동원에 관심이 없다는 미국의 확언에도 불구하고 북한 관리들은 그들이 비핵화 대화에 관심이 있다거나 준비가 되어 있다는 어떠한 신호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4노(No)’ 정책에도 불구하고 북은 관심이 없다는 비관론이다. 비관론은 대화 이외의 다른 수단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해서 ‘전략자산 순환전개’ ‘즉각 응징’ ‘미 전술핵무기 재배치’는 모두 일란성 쌍둥이다.
그래서 묻는다. 이러한 비관론이 제대로 된 것인가? 북의 입장을 온전히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위에서 인용한 생어 기자의 인용문을 다시 보자. 그의 인용문은 정확한 것이기는 해도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리용호 외무상의 발언에서 조건절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그 조건절을 살려서 다시 읽어보면 이렇다.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케트를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예외가 아니다. 김정은 정권이 발신하는 모든 성명과 발언은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항상 조건절의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결론을 내리는 방식이다.
김정은 정권이 요구하는 핵심사항은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의 종식’이다. 과거 제네바합의나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에서 앞에 내세웠던 ‘핵무기 불위협, 불사용’이나 ‘불공격, 불침공’에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과거 협상에서 수세적으로 ‘현상 유지’를 요구했다면 이제는 공세적으로 ‘현상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후략)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한겨레신문, 2017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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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14114.html#csidxb924c233afb4f5db352bb50679f85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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