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영] 도시·농촌 뉴딜, 제대로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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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7-11-20 09:41 조회38,63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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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사정이 한숨을 돌린 형국이다. 트럼프 방한 일정과 한·중 간 사드 갈등이 한 고비를 넘었다. 3분기 수출이 사상 최고에 달하여 올해 성장률은 3%대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위기 구조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한반도의 구조적 위기는 글로벌 차원의 세력 갈등, 인구변동, 기술혁명, 저성장 추세의 복합적 산물이다.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고난의 행군’의 수세를 역전하는 힘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이 꾸는 제국의 꿈과, 미국의 아시아 회귀, 그리고 인도·태평양(인도·호주·일본)과 동남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의 동심삼각형 전략이 서로 갈등 중이다. 아시아의 위험관리체계는 취약하기 그지없다.
인구와 경제성장에서 인도와 동남아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일본·중국은 모두 고령화와 저성장 추세로 전환했고, 대도시 이외의 지역 문제는 심각성이 높아지고 있다. 2014년 마스다 히로야는 <지방소멸>에서 일본 지자체의 절반 정도가 소멸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도쿄로의 인구집중이 지방을 붕괴시켜 결국은 도쿄도 축소된다는 것이다. 대도시 중심의 성장구조는 한국·중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저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혁신기반을 정비하고 소득분배를 개선하려 하는 것은 적절한 방향 설정이다. 그러나 지방의 몰락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임금주도성장이나 혁신성장의 노력이 모두 공염불이 된다. 설사 정책 효과가 나더라도 그것은 수도권 대도시에 집중될 뿐이다.
한국은 도시·농촌 격차와 수도권으로의 집중 정도가 일본보다도 더 심한 형편이다. 현재 인구소멸의 징후는 농촌에서 가장 뚜렷하며, 그 다음으로 비수도권 중소도시가 뒤를 잇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추정에 의하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2025년 일자리 대체율은 단순노무직이 90.1%, 농림어업 부문이 86.1%로 가장 높다. 또 현재의 추세를 적용하면, 228개 지자체 중 3분의 1 이상이 30년 후에는 사라지게 된다. 물론 사회의 저항으로 이러한 전망치가 그대로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재정소모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는 낙후된 도심 환경과 주거 개선을 추진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선거 공약으로는 도시재생에 매년 10조원씩 총 50조원을 추가 편성하겠다고 했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검토보고 자료에 따르면, 내년 사업예산으로 1조3122억원이 책정되었다. 각 부처에서 추진되고 있는 유사한 성격의 예산을 포함하면 내년에만 모두 5조원이 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비수도권 중소도시의 저성장·저고용 추세에 대한 종합적 대책이 없으면, 도시재생 사업의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도시와 농촌을 구분하여 추진하는 정책은 엇박자 효과가 날 수 있다. 지방 중소도시 공간은 대도시와 달리 농촌지역과 혼재해 있다. 혁신도시가 구도심의 침체를 가져온 효과도 나타난 바 있다. 신도심, 구도심, 농촌지역의 공간적 연계와 동반성장의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대부분 지방에서는 침체나 몰락의 추세가 그대로 계속된다.
농촌은 더 낙후되고 빈곤층도 많기 때문에 인구감소는 물론 물리적인 황폐화도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현행의 농업·농촌 정책은 쌀 농업 위주로 설계되고 있다. 농촌정책 자체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면으로 존재하는 농촌의 물리적 황폐화가 진행되면, 농촌 지역공간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중소도시는 사막 한가운데 모래성 신세가 된다.
원래 뉴딜정책은 긴급구제만이 아니라 구조개혁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이 분배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구조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처럼, 지역재생 프로젝트 역시 중소도시·농촌지역의 지속적 생존기반을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 구조개혁 없이 재정투입을 늘리면 지대추구 행위만 늘어난다. 도시·농촌을 구분하고 각 부처가 각자 뛰는 방식을 그대로 놔두면,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제2의 뉴타운이나 4대강 사업이 될 수 있다. (후략)
이일영 한신대 교수·경제학
(경향신문 2017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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