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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핵잠수함 건조는 탈원전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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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7-08-11 14:48 조회37,4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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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수함’은 원자력을 이용해서 움직이는 잠수함이다. 그 속에는 원자로, 증기발생기, 압력용기, 증기터빈, 발전기, 냉각기가 들어 있다. 모두 크기만 작을 뿐 울진이나 고리 원자력 발전소에 있는 것과 똑같은 장치들이다. 그런데 방사능을 내뿜는 물질의 양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잠수함의 원자로 속에서 연료로 사용되는 핵분열 우라늄의 밀도가 육지 원자로의 10배나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원자력 잠수함은 원자력 발전소를 싣고 다니는 잠수함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사고 같은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원자력 잠수함에서도 사고가 일어날 수 있고, 실제 큰 사고가 여러번 있었다. 1985년에는 당시 소련의 블라디보스토크 근처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던 잠수함에서 원자로가 폭발하여 10명이 사망하고, 49명이 방사능 피폭으로 부상당하고, 수백명이 상당량의 방사능을 피폭당하는 재난이 발생한 일이 있다. 주변 지역과 바다도 방사능에 오염되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성 폐기물이 생성되듯이 원자력 잠수함에서도 방사성 폐기물이 만들어진다. 여기에도 치명적인 방사능을 내뿜는 물질들이 가득 들어 있어 안전하게 처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리고 발전소와 마찬가지로 잠수함 속의 원자로도 사용연한이 채워지면 해체해야 하고, 방사능 덩어리이기 때문에 영구히 격리처분해야 한다. 


원자력 사용이 위험하고 방사성 폐기물의 영구 처분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탈원전을 선언했고 그 첫걸음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육지에서는 탈원전을 하겠다고 하면서 바다에서 원전을 건설하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것은 육지에 지으려던 것을 규모를 줄여 바닷속으로 옮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모순도 이만저만한 모순이 아니다.


정부에서 원자력 잠수함 건조 의지를 드러내자 탈원전을 반대하는 보수진영이 크게 반색하며 기뻐하는 것 같다. 보수언론들은 원자력 잠수함 건조를 서로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것이 탈원전과 모순이고, 따라서 탈원전이 무산될 수 있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인 것 같다. 반면에 탈원전을 찬성하는 진보진영과 진보언론은 한결같이 침묵으로 일관한다. 


탈원전을 무산시키고 한반도 비핵화협정을 폐기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를 더 멀리 밀어놓을 수도 있는 대단히 중대한 사안인데도 침묵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우리 정부에서 진정으로 탈원전을 하겠다면 원자력 잠수함 건조와 탈원전의 모순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 원자력 잠수함이 필요하다는 말은 했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건조는 어렵다고 하든지, 반대로 원자력 잠수함이 필요해서 건조계획을 추진하려 한다면 탈원전이란 말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육지에 더는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시행한다 정도에 머무르고,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와 전기소비 감소를 추진해야 한다. 여기에 구호가 붙지 않아서 아쉽다면 에너지전환이라는 구호를 붙이고 재생가능 에너지를 앞세우면 된다. (후략)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경향신문, 2017년 8월 10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8102038005&code=990100#csidxa6bd20c1f282fee9e15fdac620ed420 onebyone.gif?action_id=a6bd20c1f282fee9e15fdac620ed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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